SPC(파리바게뜨) 화물 파업:
임기 말 노동탄압 정부에 저항하는 연대가 구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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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노동탄압이 점입가경이다. 9월 15일 SPC(파리바게뜨) 화물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100여 명이 연행되고 1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폭력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이 대체수송 저지 투쟁을 지속하자, 이를 무력화하고 기업의 이윤을 지켜 주기 위해서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공장 가동이 재개되자 탄압은 극에 달하고 있다. 9월 26일에는 무장한 경찰 병력 수천 명이 벌 떼같이 달려들어 SPC삼립 세종공장 앞에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밀어냈다.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이 연행되고 부상을 당했다. 다음 날 SPC삼립 청주 공장 앞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경찰이 “사측의 사설 경비대” 구실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집권 말기 문재인 정부의 노동탄압은 9월 2일 민주노총을 침탈하고 양경수 위원장을 구속하면서 이미 본격화했다. 코로나 방역은 핑계였을 뿐이고, 노동자 투쟁을 위축시키려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그 뒤로 우파는 더 기가 살아서 날뛰고 있다. 우파 정치인과 우파 언론들은 한 택배 대리점주 사망을 이용해 택배노조,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을 쏟아 냈다. 그리고 지금 SPC 화물 노동자들을 “불한당”, “폭력배”로 몰아세우고 더한층 강경한 진압을 주문하고 있다.
대선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권 교체 여론이 과반을 넘는다. 지난 4년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열망 배신에 대한 대중의 실망, 분노의 반영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은 기업주들과 우파의 환심을 사려고 안달이다. 삼성 이재용을 가석방하고, 청주에서 F-35 반대 운동 활동가들을 간첩으로 몰아 구속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통과시킨 것 등이 보여 주는 바다.
대체수송은 ‘파업 파괴’의 다른 이름
SPC 사측과 정부, 우파 언론은 파업을 고립시키려고 온갖 거짓말을 동원해 악선동을 퍼붓고 있다. 노동자들은 “우리가 왜 싸우는지는 관심도 없고 그냥 불한당으로 몰아붙인다” 하고 분통을 터뜨린다.
대표적으로 우파 언론과 경찰, 검찰은 이번 파업이 사측에 맞선 투쟁이 아니라 “노노 갈등”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한국노총과 “이권 다툼”을 하다가 안 되니까 엉뚱하게 사측을 향해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업이 정당성이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 하루 3~4시간에 이르는 대기시간(공짜 노동)을 개선하고, 지난 10년간 2배 넘게 늘어난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서 말이다.
SPC 사측은 노조와 맺은 합의를 번번이 뒤집고는, 이에 맞서 투쟁한 노동자들을 계약해지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그리고 합의를 번복할 때마다 복수노조 상황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왔다. 한국노총을 핑계 대면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385호 ‘[현장 취재] 빵 운송(화물) 노동자 파업: “파리바게뜨 성공 신화 아래 우리의 피땀이 있습니다”’).
정부와 우파 언론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집회·농성 진압이 불가피하다지만, 지금껏 확진자가 늘어난 이유는 집회가 아니라 보건 당국의 방역 단계 완화였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방역 단계를 낮추고 ‘위드 코로나’ 하자는 자들이 유독 노동자 집회를 문제 삼는 것은 완전한 위선이다.
정부는 방역을 완화하지 말아야 하고, 동시에 야외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마스크 착용하고 거리두기 하면 야외 집회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관련 기사: 본지 385호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인터뷰: 위드 코로나? 방역 유지하고 지원 확대해야’).
특히 사측과 정부, 우파 언론은 노동자들의 대체수송 저지 행동에 아주 신경질적이다. 노동자들이 밀가루나 야채·소스 등의 원재료 공장 앞에서 농성 대열을 유지하며 수송 차량의 출입을 막아 서는 것이 기업의 업무를 방해하는 “불법”, “과격”, “폭력”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수송 차량 투입은 파업 파괴가 목적이다. 파업 효과를 크게 제약하고 노동자들(파업 참가자와 불참자)을 분열시켜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게 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대체수송 저지 투쟁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그것이 파업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체수송 차량 운전자는 비조합원(용차)일 수도 있고, 파업 대열에서 이탈한 조합원일 수도 있다. 그는 먹고살려고 운전대에 앉은 평범한 노동자이지만, 사측은 그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투쟁을 약화시키려 한다. 그래서 오히려 파업 노동자들이 대체수송 차량 운전자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은 파업 파괴 행위를 하고 있다. 계급을 분열시키는 비도덕적 행위를 중단하라.”
따라서 대체수송 저지는 노동운동의 “타락”이나 “폭력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는커녕, 노동자들의 민주적이고 집단적인 파업 결정을 일관되게 옹호하는 행동이다.
게다가 지금 경찰 병력이 사측을 비호하며 파업 방해에 나섰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이 농성 대열을 짓고 투쟁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대열이 더 크게 결집해 효과적으로 대체수송을 저지·지연시킨다면, 파업 효과를 높이고 파업 참가자들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
“화물연대 파업 앞당겨야”
SPC 화물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은 지지와 연대를 모으는 데서도 효과를 내고 있다. 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노동자들을 방어하는 탄원서에는 하루도 안 돼서 5000명(추석 연휴 기간), 8000명이 넘는 사람들(추석 연휴 직후)이 서명했다.
투쟁 현장에는 SPC지부 소속 노동자들 외에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수백 명씩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활동가들 사이에서는 10월로 예정된 화물연대 파업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화물연대 중앙위원은 말했다. “화물연대는 10월 중순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파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SPC 동지들의 파업이 정부와 자본의 탄압에 무너지면, 안전운임제 투쟁도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파업을 당기자는 얘기가 많습니다. 이번에 승기를 잡아야 다음도 있습니다.”
또 다른 활동가는 말했다. “SPC 동지들이 잘 버텨 주고 있지만, 경찰 병력이 워낙 많아 밀리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전체 차원의 대열이 결집해서 공장이나 도로를 틀어막든가, 함께 파업을 해서 병력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화물연대답게 싸워야 합니다.”
SPC 화물 노동자들이 십자포화를 맞으며 홀로 싸우게 둬서는 안 된다는 활동가들의 지적이 옳다. 화물연대가 파업 일정을 앞당겨 함께 싸워 성과를 낸다면 안전운임제 투쟁에도 소중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투쟁을 탄압하는 데 “정권의 인위적 비호까지 동원”됐다면서 “노동에 대한 자본의 전쟁 선포”라고 선언했다. 그런 만큼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의 연대도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