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화물 노동자 때려잡으면서 “노동 선진국” 운운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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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시작된 SPC 화물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SPC 사측이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SPC 화물 노동자들과의 합의를 번복하고, 되레 노동자들을 해고로 내몬 것이 이 파업의 발단이었다.
사측은 운송사들에게 파업에 참가한 SPC 화물노동자 계약 해지를 종용하고, 손배 청구를 확대하며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SPC 원청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나 원청인 SPC의 물류 계열사인 SPC GFC가 애초 노사합의 당사자로 참여했고 최종 합의를 번복하고 파기했다.
SPC 사측은 빵과 재료 수급 차질에 따른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파업 노동자들을 향하도록 돌리려 한다. 파업을 비난하는 분위기를 키우고 자신들은 책임에서 쏙 빠지는 교활한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노골적으로 SPC 사측을 두둔하자 사측은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반격
정부는 SPC 광주, 세종, 청주 공장 등 화물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는 곳마다 대규모 경찰 병력을 투입해 진압했다. 9월 30일 청주 공장 앞 집회를 비롯해 청주 지역 집회 건으로만 벌써 노동자 50명이 입건됐다고 한다. 감염병 법률 위반 등을 이유로 집회를 죄다 불법으로 몰고 있다.
SPC 화물 노동자 파업이 정부의 계속되는 노동 탄압에 대한 기층 노동자들의 반격이라는 정치적 맥락이 있어서였다.
정부는 올여름부터 노골적으로 노동자 투쟁을 탄압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불만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활력있는 부위의 투쟁이 다른 부문을 자극할까 봐 우려한 것이다.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만행은 정부의 노골적 반노동 정책을 선명하게 보여 줬다.
이렇게 노동 탄압에 열을 올리는 정부가 강경화 전 장관을 ILO 사무총장 후보로 내세우며 “노동존중 사회 구현”, “노동 선진국” 운운하는 것은 위선의 극치다.
정부의 탄압에도 대체수송 저지도 불사하며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것은 탄압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탄압에 맞서 광범한 연대가 필요하다
최근 정의당이 SPC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함께 반대해 증인 채택을 무산시켰다.
민주당은 ‘노노 갈등’ 사안이라 논란이 있다는 핑계를 대며 반대했는데, SPC 사측의 입장을 고스란히 수용하고, 정부의 탄압에 발맞춘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이자 ‘억강부약’을 약속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 사안에 침묵하는 것에 노동자들이 아쉬움을 드러낸다.
한편, 정의당이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과 SPC의 노조 탄압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제빵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도 지원한 만큼, SPC 사측에 맞선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에도 더 적극 나서 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의당이 이에 적극 화답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사용자, 정부, 우파 언론들은 합세해 이 파업을 불법이라 비난하며 노동자들의 무릎을 꿇리려 한다. 그래야 10월 20일 민주노총 파업과 10월 하순 화물연대 파업 등 예정된 노동자 투쟁을 단속하기가 수월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이 SPC 화물 파업에 대한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지난 9월 30일 SPC 청주 공장 앞 집회에서 파업 노동자들은 연대를 적극 호소했다. 노동자들은 경찰의 무지막지한 탄압에도 상당한 투지를 발휘하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찰 탄압으로 파업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여러 지역의 SPC 사업장 앞에서 기습 시위와 대체 수송 저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SPC 화물 노동자들의 힘만으로 해고, 손배 청구, 사법 처리 등 정부와 사용자의 혹심한 탄압을 버티며 맞서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정부가 이 파업을 탄압해 노동자 투쟁을 위축시키려 하는 만큼, 화물연대본부의 지원만이 아니라 상급노조인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이 힘을 모아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정치 좌파들도 이 투쟁에 대한 정부·언론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연대를 구축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