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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홀로 선 그들: 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발간:
청소년 트랜스젠더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서울신문〉의 기자 네 명이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청소년(15~24세) 트랜스젠더 2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8명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청소년 트랜스젠더에 대한 양적조사는 국내 언론 최초라고 한다.

[👉인터랙티브형 기사(보고서 전문): http://tiny.cc/transyouth]

청소년기는 트랜스젠더에게 특히 힘겨운 시기이다. 2차 성징이라는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고, 가족과 학교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많은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자의 반 타의 반 학교를 포기한다. 성전환 수술 비용을 마련하려고 일찌감치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하루라도 빨리 법적 성별을 변경(정정)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삶을 사는 데 필수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공부, 진학, 꿈은 유예되곤 한다.

3월 8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멈출 것을 호소하는 성소수자 부모모임 기자회견 ⓒ이미진

보고서는 한국에서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겪는 이런 차별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꼴로 학업을 중단한다. 지난해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평균 0.8퍼센트인 것과 견주면 27배나 높은 것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청소년 트랜스젠더 68.8퍼센트가 중고등학교 재학 중에 교사에게 성소수자 비하 발언을 들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4.1퍼센트는 직접적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답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트랜스 남성 희원 씨는 퀴어문화축제 깃발을 동아리 친구가 찍어간 후 학교에서 괴롭힘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도움을 요청하자 교사는 “네가 먼저 불쾌한 행동을 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따돌림을 두둔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자퇴를 선택했다.

가족은 종종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트랜스젠더 절반 이상이 부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지 못했다(어머니는 54퍼센트, 아버지는 65.6퍼센트가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다고 답했다).

가족에게 정체성을 알리거나 들켰을 때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가정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15~18세 트랜스젠더 62.1퍼센트, 19~24세 트랜스젠더 75.9퍼센트가 가출을 고려했다고 답한다. 탈가정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지”였다. 알다시피 이 사회에서 부모의 지원이 없이 청소년들이 생계를 이어가기란 정말 어렵다.

‘어릴 때 겪는 혼란’ 취급 받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는 청소년들의 의료적 트랜지션(성전환)과 법적 성별 정정 과정에 대해서도 다룬다(“진단에서 정정까지”). 여기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특수한 어려움이 있다.

사회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에 대해 흔히 ‘어릴 때 겪는 혼란’으로 치부하며 그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트랜스젠더가 이미 아동기 때 자신의 정체성에 눈뜬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걸 공식 인정받으려면 우선 정신과에서 ‘성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의사들이 “어려서 더 지켜보자” 하며 진단을 잘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에게 이것은 말 그대로 절망일 수 있다. 보고서에는 여러 사례가 나온다.

“그날[어리다고 진단서를 안 내준 날] 로비에서 펑펑 울었어요. 안 받으면 이 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박영, 트랜스 남성, 18세 가명)

진단서 발급은 이들이 넘어야 할 난관의 시작에 불과하다. 성별 불일치감을 해소하려면 호르몬 치료와 외과적 수술도 필요한데, 여기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난한 집의 자식이거나 가족에게 외면당한 청소년들이 이 비용을 마련하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이다.

“최종 관문”이라 할 법적 성별 정정도 어렵다. 판단이 판사 개개인에게 맡겨져 있고, 보수적인 법원은 외과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에게는 허가를 잘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김신엽 씨(트랜스 여성, 22세, 가명)는 법원에 “가출 후 독립생계를 꾸린 뒤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돼 있[어서] ... 트랜지션 비용 3000만 원을 마련하는 건 요원한 일”이라고 답했다가 결국 성별 정정 신청을 ‘기각’당했다(항고 중).

건강 상의 이유 등으로 외과 수술을 원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성별 정정의 요건으로 외과적 수술을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UN은 ‘고문’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네덜란드나 스웨덴 등 유럽 국가도 이를 강제 불임이나 마찬가지로 판단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겪는 어려움을 대규모 설문과 심층 인터뷰로 생생하게 보여 준 이번 보고서 발간이 반갑다. 이런 현실이 더 많이 조사되고 알려지길 바란다.

나아가 국가는 실질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지원해야 한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위한 질 좋은 상담소가 필요하다. 이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도록 교사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의료적 트랜지션에 의료보험이 적용돼야 하고, 본인이 원하면 가능하도록 법적 성별 정정 과정이 대폭 간소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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