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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막대한 독과점으로 횡포를 부리는 거대 IT·플랫폼 기업들, 규제가 횡포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12월 임시국회 쟁점 법안 중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온라인플랫폼법)이다.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을 방지하자는 법안이다. 플랫폼 기업이 중소상인과 계약할 때 의무적으로 계약서를 작성·교부해야 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면, 플랫폼·IT기업들은 ‘중복 규제’, ‘국내 플랫폼 기업 역차별’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12월 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온라인플랫폼법을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자, 그 토론회장 앞에서 참여연대·민변·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쿠팡시장침탈저지전국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가 함께 ‘플랫폼 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수수료, 광고비 등으로 중소상공인에게 횡포를 부려 왔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카카오가 택시와 (일부 지역) 공유 자전거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점하자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려 한 사례, 쿠팡이 시장점유율 경쟁을 위해 뿌린 할인 쿠폰 비용을 입점 업체들에게 전가한 사례 등.

쿠팡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 또는 계열사 상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다른 입점 업체들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온 것(일명 ‘심판이 선수로 뛰는’ 행위)도 불만을 사 왔다.

즉, 정보 기술을 통해 “공유경제”가 도래할 것이라던 장밋빛 환상과 달리, 플랫폼 시장도 여느 시장들과 다를 바 없이 위계적이고 독과점 횡포가 만연한 곳이라는 게 드러났다.

국가의 지원

그러나 거대 IT·플랫폼 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하고 시장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데는 정부의 도움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공격적 기업 결합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게 허용해 온 장본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네이버와 카카오는 총 73건의 기업 결합 심사를 요청했는데 공정위는 모두 승인했다.(민주당 윤관석 의원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도 인기가 좋다.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시가총액 순위에서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1~3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전통적 재벌 대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많이 따라잡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도 IT·플랫폼 산업을 더 크게 육성하려 한다.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11월 당정은 온라인플랫폼법의 규제 대상과 내용을 대폭 축소하는 후퇴를 했다. 가장 큰 기업 몇 곳만 일부 규제하고 나머지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 준 것이다.

자본의 집중

문재인 정부가 플랫폼 기업들의 횡포를 억제할 수 없는 더 근본적 이유도 있다. 소수 거대 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은 자본주의에 내재된 경향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이를 ‘자본의 집중’이라고 《자본론》에서 설명했다. 자본 사이의 경쟁으로 인해, 도태된 자본은 제거되고 살아남은 자본이 전체에서 더 큰 부분을 지배하게 된다. 마르크스는 이를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의 수탈이며, 다수의 소자본을 소수의 대자본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 독과점 횡포를 막겠다는 생각은 오래된 재벌 개혁론(혹은 재벌 해체론)의 새로운 버전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그대로 두고 재벌만 없애는 것(다수 소자본들이 경쟁하는 시장)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바 없는 공상적 목표다. 설사 그런 시장을 만들어도 자본주의적 경쟁은 금세 집중 경향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그 결과 새로운 거대 기업 권력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독점 규제?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온라인플랫폼법을 꺼내든 것은 왜일까?

첫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광범한 대중의 불만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공정위가 일부 플랫폼 기업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특히나 대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인기가 많이 떨어진 민주당이 중소상공인을 비롯한 중간계급들의 불만을 달래려는 듯하다.

둘째, IT·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과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 국가가 이 기업들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있다.

이 산업들은 첨단 정보 기술을 사용하고, 이는 사이버 안보 등과 밀접하다. 최근 미국 등 여러 선진국들이 자국 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럼에도 앞서 지적했듯이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플랫폼 때리기’를 하는 것도 아님을 봐야 한다. 예컨대 민주당이 내놓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은 플랫폼 대기업을 일부 규제하기도 하지만, 노동법을 예외 없이 적용하라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를 무시하고, 결국 플랫폼 기업 사용자들의 책임을 면제해 주려 한다.

법안 지지?

중소상공인들뿐 아니라 일부 노동자들도 온라인플랫폼법 통과를 지지한다. 12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과의 온라인플랫폼법 간담회에는 중소상공인 단체들과 더불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 참여했다.

물론 노동운동이 온라인플랫폼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소상공인이나 노동자가 플랫폼 기업의 횡포에 고통받는다고 해도, 중소상공인들과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똑같지는 않다.

중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기업의 갑질에 고통받지만 동시에 플랫폼 기업이 제공한 시장 속에서 자기 사업을 영위하고 확대하려 한다. 그래서 일부는 반(半)프롤레타리아적 처지이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고용 중인 노동자를 착취해야 하는 이해관계가 생긴다.

그 점에서 노동계급이 플랫폼 독점에 맞서 중소상공인 일반과 함께 동맹할 수 있다는 노동운동 일각의 생각은 서로 다른 계급들 간에 충돌하는 물질적 이해관계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마련한 법안을 고리로 그렇게 하면 실제로는 거대 자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보태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노동권 인정, 사용자 책임 인정, 노동자들이 받는 수수료 인상 등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랫폼 기업의 착취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고무·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 투쟁들이 힘을 발휘할 때 기업들을 물러서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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