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서울 시청 인근에서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열린 대중적 기후 집회에 2만 명 가까이 참가했다.

한국에서 열린 기후 집회 중 가장 큰 규모였을 뿐 아니라 윤석열 우파 정부 집권 이후 벌어진 가장 큰 대중 집회였다.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그 구성도 훨씬 다양해졌다. 환경단체들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들과 진보정당들, 노동단체들이 저마다 수십~수백 명의 회원들을 조직해 참가했다.

환경운동연합과 한살림 등 주요 환경단체 회원들이 수백 명씩 참가했다. 정의당과 진보당도 수백 명의 당원들이 참가했고 유관 단체들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 보였다. 민주노총도 4천 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참가했다. 이 밖에도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들, 삼삼오오 참가한 지인들과 10명 안팎의 커뮤니티들이 엄청나게 많이 참가했다. 100여 명이 참가한 노동자연대를 비롯해 좌파 단체들도 여럿 참가했다.

2019년과 달리 파타고니아, 러시 등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들은 이날 집회에는 전혀 참가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젊은 청년들이 단연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들은 연단의 발언에 집중하며 큰 호응을 보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서로 고무되고 자신감을 얻어가는 게 얼굴에 역력히 드러났다.

기후 위기 최일선의 피해 당사자들로 채워진 연단의 발언에서는 생생한 폭로와 커다란 분노, 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2019년 집회 이후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했고, 팬데믹 시기와 최근의 기후 재난에서 그 피해가 매우 불평등하게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문애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의 발언에는 많은 청년들이 귀를 기울였고 큰 호응을 보냈다.

“3년 전에 코로나가 일어났을 때 국가가 한 행동은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감옥과 수용시설과 병원 같은 데서 코호트 격리를 발동시켜 방치하는 것이었습니다.

“8월에도 엄청난 홍수 속에서 발달 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처참하게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민주노총이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한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혀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경제위기가 노동자들의 실업과 서민의 생활고로 집중되듯이 기후 위기 또한 노동자들의 일자리에 대한 위협과 서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나타납니다.”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대규모 자연 파괴와 생태 학살의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다” 하며 “문제의 근원인 자본주의 체제를 철폐하는 혁명이 필요하다” 하고 주장했는데, 적지 않은 청년들이 박수를 보냈다.

10대의 행진 차량을 동원한 서울 도심 행진은 활력이 넘쳤고, 초가을 휴일을 맞아 산책을 나온 수많은 행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날 집회는 사실상 기후 위기 대응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던 윤석열 정부를 향한 강력한 경고였다. 동시에 팬데믹과 전쟁, 물가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항의가 결집한 것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위기의 대가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이윤을 위해 지구 생태계와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여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집회는 이에 맞서는 운동이 만만치 않게 벌어질 것임을 보여 줬다. 동시에 그런 운동들이 전진할 수 있는 단단한 디딤돌을 제공해 줬다.

이집트 난민과 한국인들이 이집트 독재자의 COP27 사기극에 반대하다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리던 날 ‘정의로운 기후 해결! COP27(유엔기후회의) 이집트 개최 반대!’ 집회가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열렸다.

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올해 11월 이집트의 휴양 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에 지난 6월 이집트 현지의 활동가들이 COP27 이집트 개최를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집트 독재 정부가 이집트의 끔찍한 기후·생태 위기 상황을 ‘그린워싱’하는 것을 반대하자는 것이다. 종로타워 앞 집회는 이 호소에 화답한 것이다.

이 집회에는 현재 한국 법무부 앞에서 난민 인정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이집트인들이 참가했다. 이들을 대표해 발언한 하산 씨는 독재 정부하의 이집트 현실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2013년 엘시시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이집트의 석유, 가스 생산이 곱절로 늘었습니다. 수도 카이로의 대기 오염 수준은 안전 기준의 10배에 달합니다. 국민의 절반이 빈곤층입니다.

“그런데 유럽 선진국들은 엘시시가 전투기 등 무기를 구매해 주는 대가로, 유엔기후회의에 앉아 발언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엘시시 정부는 이에 반대하는 기후운동가들과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엘시시 집권 후 감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5만 명이 해외로 망명했고, 그 중 250여 명이 한국에 온 것입니다.

“우리가 COP27 이집트 개최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하산 씨의 발언에 집회에 참가한 한국인들은 큰 박수로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노동자연대 장호종 활동가는 이집트 정부가 민주주의 파괴뿐 아니라 기후 위기 해결도 늦췄다며 규탄했다.

“기후 위기를 멈추려면 평범한 사람들의 삶보다 기업주들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해야 합니다. 오늘날 ‘체제를 바꾸자’는 구호는 기후 운동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집트에서 벌어진 혁명은 그런 혁명적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 줬습니다. 그걸 파괴한 자가 바로 엘시시입니다. 이런 자가 기후회의라는 명분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도록 둬서는 안 됩니다.”

이집트 난민들의 투쟁에 연대해 온 대학생 강미령 씨는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주의와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투쟁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연대할 때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기후정의행진 본대회에 합류했다.

이집트 난민들은 COP27 이집트 개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리플릿을 본대회 참가자들에게 반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