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두 달:
윤석열은 시종일관 책임 회피, 민주당은 깨지락거리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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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 이후 두 달이 흘렀다.
참사 후 첫 한 달 동안은 정부 책임론이 윤석열 정부와 우파가 막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커졌다. 특히 참사 당일 경찰이 수십 통의 112 신고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큰 충격이 일었다. 그 속에서 참사 당일 시민 안전보다 마약 단속과 집회 통제에 쏠려 있었던 공권력 사용 우선순위 문제가 점점 더 조명됐다.
정부 책임론이 광범해지자 이제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윤석열은 경찰이나 소방청의 일선 담당자들로 책임을 최대한 떠넘기려고 한다.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지 막연하게 묻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을 나 몰라라 한 정부의 공권력, 특히 경찰력 배치 우선순위에 참사의 책임을 묻는다면, 최고 통치자이자 참사 바로 직전 마약과의 전쟁을 거듭 지시한 윤석열이 최대 책임자인 것이 당연하다.(관련 기사: 본지 440호, ‘이태원 참사, 왜 윤석열 책임인가?’)
참사 후 맨 먼저 이태원 참사 항의 운동에 나선 사람들도 참사의 책임자로 윤석열을 지목한 사람들(윤석열 퇴진 촛불 운동)이었다. 유일하게 수만 명이 모인 추모제였다.
경찰과 이상민의 ‘셀프’ 수사
윤석열은 정치적 책임 묻기가 결국 자신과 대통령실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이를 피하기 위해 지엽적 책임을 내세우며 그 뒤에 숨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은 야당들의 이상민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서 말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이상민이 행안부 장관직을 유지하는 이상, 경찰 특수본의 최종 지휘자는 다름 아닌 이상민일 수밖에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실제로 현재 특수본 수사는 달팽이 걸음에 수사 대상도 제한적이다. 떠들썩하게 압수수색을 87곳이나 하고, 28명을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공무원노조에 의해 고발된 이상민을 제외하면(이후 이 건은 공수처로 이관됐다) 고위 간부급은 한 명도 없다. 12월 23일부터 시작된 구속 수사도 현재 일선 책임자 4명(용산경찰서 전 서장과 전 112상황실장, 용산구청장과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 불과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특수본은 참사 이후 100일 동안 331명을 입건하고 139명을 구속했었다. 당시에도 대부분 선박 회사(청해진해운) 소유주와 소속 직원들이 대상이 됐고, 박근혜는 이 참사를 청해진해운의 부패와 탐욕에 죄를 묻는 것으로 사건을 정리해 정부 책임론을 피해갔다.
세월호 참사에 비하면 이태원 참사는 경찰과 정부의 책임이 더 직접적이고 분명하다. 이는 경찰과 이상민의 ‘셀프’ 수사가 이토록 느린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야당의 헛발질
특수본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희생자 사망 원인이 압사가 아니라 마약일 수 있다는 둥 막말들을 하며 희생자 탓하기를 부추겼다. 국민의힘은 또, 강제력도 없는 국정조사마저 파행시키며 뻔뻔하게 나왔다.
그러나 이런 국민의힘에 맞서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게으르고 굼뜨며 결정적 순간에는 배신적이었다.
민주당은 대통령 윤석열의 공권력 우선순위 지시 책임(정치적 책임)이 명백한데도 지엽적이고 형식적인 사법적 책임을 염두에 둔 진상 규명 요구를 앞세웠다. 그에 따라 윤석열 책임론을 앞세우지 않았으므로 오히려 정부와 여당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이상민 해임 요구 등을 부각시켰는데, 이는 대중의 시선을 거리의 윤석열 퇴진 운동에서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국회로 돌리려는 것이었다.
심지어 국정조사 문제에서는 예산안 처리를 연동시키는 합의를 해, 국정조사 기간을 줄여 버렸다. 그리고 이상민 해임 문제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킬 수 있는 탄핵소추안 대신, 윤석열이 거부하면 그만인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국정조사는 사실상 종료를 일주일 남겨 둔 시점에서 첫 발을 뗐는데, 그조차 참사 책임자들에게는 변명의 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시간 벌기용 헛소리의 장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과 진보당, 민주노총 등 개혁주의 좌파들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책임을 제기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 퇴진 운동과 거리를 두며, 특히 정의당은 국정조사와 이상민 해임건의안을 놓고 민주당과 공조했다.
자본주의 야당과 개혁주의 ‘좌파’들의 기회 탕진 속에,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내몰릴 뻔했던 윤석열은 시간을 벌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특히, 화물연대 투쟁이 패배하는 것을 방임한 노동조합 지도층이 이에 큰 구실을 했다.
퇴진 운동의 구심 유지하기
그러나 윤석열과 우파는 결코 자신감이 충만한 것이 아니다. 집권 8개월도 안 된 정부가 대중의 깊은 불만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여론조사로도 정부 지지율보다 반대가 훨씬 많다.
이태원 참사 책임 회피, 화물연대 탄압, 뒤이은 노동개악 공격, 복지 삭감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그러한 불만은 갈수록 더 누적되고 있다.
참사의 진정한(정치적) 책임자이자 온갖 개악들의 집행자 윤석열에 맞서 싸우는 윤석열 퇴진 운동이 굳건히 지속돼야 하고, 생계비 위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과 연결되면서 확대·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