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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극우와 헤어질 결심 못 하는 국민의힘

정치 양극화 속에서 극우와 손잡고 지지층 결집 시키려 하는 국힘 지도부 ⓒ출처 국민의힘

국민의힘(국힘) 최고위원들이 극우적 언사를 서슴지 않고 내뱉고 있다.

태영호는 “4·3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망발했다. 항의가 잇달았지만 태영호는 사과를 거부했다. 태영호는 공식 회의 석상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은 최고위원에 당선되자마자 극우 목사 전광훈을 찾아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광훈은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유포해 온 극우 인사로, 지난해부터 ‘국민의힘 점령 운동’을 벌이고 있다.(본지 445호 ‘아스팔트 우파, 국민의힘 조직적 입당’을 보시오.)

김재원은 전광훈의 지원을 받아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답례로 김재원은 전광훈이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아첨했다.

극우 정치인들이 4·3 제주 항쟁, 5·18 광주 민중 항쟁을 북한의 소행으로 매도하는 것은 섬찟하다.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이 제주도민을 도륙하고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학살한 것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본지 242호 ‘제주 4·3항쟁 70주년: 미국과 우익이 민중 저항을 학살로 짓밟다’, 322호 ‘1980년 광주민주항쟁 40주년: 군부 독재에 맞서 일어난 위대한 무력 저항과 대중 민주주의’를 보시오.)

아웃사이더

홍준표 등 일부 국힘 정치인들은 전광훈과 선을 그으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아웃사이더들이 주류 정치권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의 전광훈 배제 주장은 위선적이다. 홍준표 자신이 전광훈이 주도해 2019년에 결성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준비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기 때문이다.

국힘 지도부는 전광훈과 결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 대표 김기현은 전광훈과 유착해 있는 김재원의 징계를 거부했다.

김기현 자신이 당 대표 선거에서 전광훈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광훈은 한때 보조를 맞춰 온 황교안과 결별하고 김기현을 지지했다. 김기현은 2019년 전광훈이 주도한 집회에 참가해 “전 목사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아첨했다.(이사야는 기원전 8세기 이스라엘의 예언자로, 아시리아 제국에 의한 이스라엘 멸망을 예고하며 경고했다.)

왜 국힘은 극우와 결별하지 않는가?

4.3 제주 항쟁, 5.18 광주 항쟁 같은 문제들에서 극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국민들은 오늘날 극소수다. 반면 국힘은 선거에서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

그렇다면 왜 국힘은 중도층이 꺼리는 극우를 껴안고 있을까? 차라리 극우와 단절해 “합리적 보수 정당”처럼 보이는 게 선거에서 더 유리하지 않을까?

지난 10년 간 세계 여러 곳에서 주류 우파 정치인과 극우의 연계는 국제적 현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주류 우파와 극우 간 경계선에 균열을 낸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트럼프는 주류 우파 정당인 공화당 후보였지만, 그의 선거 운동 책임자는 미국의 극우 인터넷 언론 〈브레이트바트〉의 핵심 이데올로그인 스티브 배넌이었다.

주류 우파와 극우의 이런 연계는 트럼프만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었다. 극우가 주류 우파와 연계해 성공을 거둔 사례는 다른 곳에서 비슷한 모방자들을 만들어 냈다. 2016년 이래 영국·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되풀이됐다.

정치적 양극화

국힘은 전통적 주류 우파 정당이지만, 당 밖 극우 세력과 줄곧 유착해 왔다. 주류 우파와 극우 사이에 세워진 장벽은 특히 문재인 정부하에서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

앞에서 언급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본부장이 현재 국힘 상임고문인 이재오였다. 그 조직의 결성식에 주호영이 참가했고, 오세훈·권성동·김기현·정진석·장제원 등이 준비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비주류 우익의 운동은 박근혜 퇴진 운동에 밀려 약화된 우파의 세를 회복하는 데 일정 구실을 했다. 물론 우파의 회복을 도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문재인 정부의 배신이었다.

전광훈은 “우리가 광화문 운동 안 했으면 정권 교체가 됐냐고요” 하고 말했다. 과장이 있긴 하지만 단순 허언만은 아니다.

그래서 국힘은 극우의 꼬리를 자르기보다는 유화적 태도를 취하며 이용했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지금 국힘 정치인들이 극우의 언사를 발하고 극우 세력과 교제하는 것은 첨예해지는 경제적·지정학적·정치적 위기와 관련이 있다.

이런 국내외 복합 위기들로 인해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정치 양극화는 정치 엘리트나 유권자들이 상호 적대하는 두 진영으로 갈라진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국힘 정치인들은 극우의 언사를 사용해 우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더 굳히려 한다.

윤석열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한 것도 우파 지지층에 호소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국힘의 이런 시도가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둘 것 같지는 않다. 4·5 보궐 선거는 정부·여당의 우익적 행태에 대한 반감이 광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관련 기사: ‘반윤석열 정서가 드러난 4·5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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