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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서방 진영에 균열을 내고 있는 중국

브라질 사회민주주의 정당 노동자당(PT) 대통령 룰라 다 시우바가 지난주에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가 극우 후보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간발의 차이로 이겼을 때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축하해 줬다. 하지만 최근 룰라가 중국을 방문해서 한 말은 바이든의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상하이에서 룰라는 달러가 세계의 지배적 화폐로 자리 잡은 것의 대안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매일 밤 저는 왜 모든 나라들이 달러로 무역을 해야 할까 자문합니다.”

베이징에서 룰라는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그저 상업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정치적 관심사도 있는데, 세계 거버넌스를 바꿀 새로운 지정학을 수립하는 것, 이를 위해 유엔이 더 많은 대표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룰라는 또한 중국을 비롯한 일련의 국가들을 모아 중재 그룹을 구성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하자고 제안하면서도 미국을 향해서는 “전쟁을 장려하기를 멈추고 평화에 대해 말하라” 했다.

룰라 자신은 부인하지만 그의 이런 태도는 많은 부분 경제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지난 10년간 중국과 브라질의 교역량은 계속 늘어나 지난해 1504억 달러였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은 브라질의 농산물과 광물을 구입하고 브라질의 대중 소비재 시장과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했다.”

브라질은 개발도상국 중에서 20세기 동안 제조업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시킨 몇몇 경제 대국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브라질은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한 수단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 시기는 중국이 세계 시장으로 막 재진입하던 때였다.

그 결과, 브라질은 탈(脫)제조업화해 식량·원자재 수출 의존으로 돌아갔는데, 이제는 주되게 중국으로 수출하게 됐다.

그러나 중국이 브라질의 환심을 산 것은 이보다 좀 더 큰 추세의 일부다. 바로 중국이 서구 자본주의 진영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마크롱(왼쪽), 브라질 룰라의 우호적 중국 방문으로 미국은 잇따라 체면을 구겼다 ⓒ출처 프랑스 대통령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결집시키려 하면서 그들에게 ‘디커플링’하라고, 즉 중국에서 시작되는 생산망에 대한 의존을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4월 4~8일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도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마크롱은 유럽 차원의 일체감을 보이려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을 대동했다. 이것은 심각한 역효과를 냈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마크롱을 대하면서는 그의 허영심을 기꺼이 추켜세워 줬지만, 폰데어라이엔에게는 쌀쌀맞게 대했다. 그녀는 평소 중국에 대해 훨씬 비판적이었다.

마크롱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만을 두고 중국과 벌이는 대결에 유럽이 끌려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열성 나토 지지자들의 맹비난을 샀다.

베이징을 방문한 사람이 또 있었는데, 독일 녹색당 소속이자 호전적인 외무장관인 아날레나 베어보크였다. 베어보크의 즉석 연설을 두고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는 논평들이 많이 보도됐다. 독일군이 만성적으로 취약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좀 웃기는 메시지이다.

아무튼 베어보크의 노선은 유럽 지배계급들 사이에서 득세하는 입장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폰데어라이엔조차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유럽의 이익에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마크롱은 프랑스 재계 인사 수십 명을 데리고 중국에 갔다. 더구나 독일 자본주의에게는 대(對)중국 투자와 무역이 매우 중요해서 디커플링을 지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금까지 디커플링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대기업이 투자 시설들을 중국에서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의 다른 제조업 경제로 옮기고는 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의 제조업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 20년 동안 거둔 놀라운 성공은 부분적으로는 중국에 제조업 단지를 구축한 덕분이다. 그만한 제조 규모와 전문성을 포기하고 성공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유럽연합을 분열시키기는 쉽다. 조지 부시가 2003년 이라크 전쟁 문제로 그랬던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도 2008년 조지아 문제로, 2014년 우크라이나 문제로 그랬다.

그러나 중국이 서방 진영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것은 단지 외교 수완이 좋거나 국가 간 경쟁 구도를 잘 파고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그런 능력은 중국이 제조업 생산자이자 원자재 소비자로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경제적 파트너가 됐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이런 점을 미국이 되돌리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