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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무장국들의 로비 단체 IAEA, 눈가림 보고서 발표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는 핵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순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IAEA는 10년 전부터 일본 정부에 오염수 해양 방류를 권해 왔다.

“2013년 IAEA는 제2차 후쿠시마 제1원전 사찰 보고서에서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문제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통제된 해양 방류의 재개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IAEA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 태스크 포스가 짜여지기 전부터 이미 이러한 권고를 내놓았습니다.”(그린피스)

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는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방침을 발표한 2021년에도 그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IAEA 보도 자료, 2021년 4월 13일).

IAEA의 ‘검증’을 믿을 수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 온 이유다.

이번 IAEA 보고서도 안전 검증 보고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첫째, 대부분 도쿄전력 측이 설정한 일부 잣대만으로 생태계의 복잡한 효과를 평가한 후 “오염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해양생물 3종만 평가한 것이나, 방사성 물질의 체내 농축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모르는 것을 안전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형적인 ‘답정너’ 식 보고서이자 “가장 비과학적인 태도(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다.

둘째, 알프스의 정화 능력에 관한 IAEA의 독자적 평가가 없다. IAEA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깨끗해졌다’고 판정한 물(‘처리수’)이 IAEA가 정한 기준치에 비춰 봐도 ‘깨끗하다’고 평가했을 뿐이다. 즉, 도쿄전력과 IAEA가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동일하게 측정한다는 뜻이지 안전성 보증이 아니다.

게다가 세 차례 평가하기로 한 시료 분석에서 단지 한 차례의 결과만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더 오염됐을 시료 2개에 관한 분석 결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최종’ 보고서를 낸 것이다.(〈한겨레〉)

이준택 건국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와 IAEA의 태도를 이렇게 비꼬았다. “어떤 학생들은 실험을 시키면 어떤 결과를 예측하고는 그걸 목표로 적당히 실험 결과를 조작하는 일이 있다.”

한통속 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좌)와 기시다(우) ⓒ출처 Martin Klingenboeck / IAEA

셋째, IAEA는 자신들이 내세워 온 원칙조차 내팽개쳤다. IAEA의 내부 원칙은 ‘방사성 물질 배출의 잠재적 위험성에 비해 이익이 큰 경우에만 배출이 정당화된다’고 돼 있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일본 정부가 요청한 바 없으므로” 애당초 검증 대상에 이익과 위험 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는 4일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해양 방류 이외의 선택지가 없느냐는 질문에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물을 한국·중국·미국·프랑스도 방류하고 있다”며 일본을 두둔했다. 이 논리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핵심 논거다.

이 뻔뻔하고 모순된 태도를 파악하려면 IAEA 보고서가 안전 검증을 책임지거나 평범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일본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 내적 모순이 없도록 조언을 줬을 뿐 실제 환경과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또, 일본 정부의 해상 방류 방침을 도우려고 TF가 구성됐다는 점, 최종 책임은(따라서 권한도) 당사국(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 등을 서두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언제든 원하면 폐기물 처리 방식에 대한 도움을 회원국 정부들에 줄 수 있다는 뉘앙스로 쓰여 있다.

IAEA는 이를 계기로 새로운 관행(핵 폐기물의 대량 해양 투기)을 만들려 하는 듯하다.

앞으로 또 발생할 수 있는 핵발전소 사고의 손쉬운 처리 방식을 마련함으로써 핵 사고가 끼칠 다양한 피해에 관한 일부 지배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는 것이다. ‘오염되면 드넓은 바다에 버리면 된다. 핵발전은 앞으로도 값싼 에너지원으로 남을 것이다!’

1951년 민간 기업으로 출범한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사고 뒤 그 처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국유화됐다.

이는 대형 핵발전소 사고가 “100만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것이라던 핵산업계의 신화가 허구임을 보여 줬을 뿐 아니라 그 경제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사고 뒤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각국의 핵발전 비용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IAEA의 최종 보고서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반대 여론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한국의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은 일본 내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진

7월 4일 후쿠시마현에 인접한 미야기현 의회는 방류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7월 1~2일 일본 방송사 T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40퍼센트가 방류 반대 입장을 밝혔다(찬성은 45퍼센트). 7월 1일에는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가, 그에 앞선 6월 22일에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가 총회를 열어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결의를 채택했다.

이런 반대 여론 때문에 일본 관방장관 마쓰노 히로카즈는 6월 28일에도 “지역 어민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면 방류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혀야 했다.

그와 동시에, 일본 정부는 IAEA와 미국 등의 지지를 내세우며 어민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유럽연합에 일본 농수산품 수입 규제를 철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장차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해서도 폐지 압력을 넣을 것이다. 기시다는 곧 있을 나토 회의에서 윤석열을 만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의 핵 오염수 반대 운동이 더 커져야 한다. 민주당과 환경 운동 단체들뿐 아니라 정의당, 진보당, 민주노총 등 주요 좌파 단체들이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은 그럴 가능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