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산별 파업 종료 후에도:
부산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지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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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14일 보건의료노조 산별파업 종료 후에도 부산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력 충원, 불법 의료(간호사들이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업무를 담당하는 것) 근절, 임금 인상,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이 주요 요구다.
부산대병원 사측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165명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단 1명도 충원할 수 없고 비정규직 관련 요구를 빼야 교섭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사측은 파업 돌입 전에 일부 병동을 폐쇄하고 입원 환자를 강제 전원시키는 등 노조 파업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부산대병원 노동자들은 사측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규탄하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부산대를 비롯해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적은 정원조차도, 제대로 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강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한 개 병동에 수십 명 환자들의 이송을 한 명의 노동자가 전담해야 합니다. 고된 노동강도에 손목, 허리, 발목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고 다치는 동료들도 많습니다. 파스 냄새가 진동하는 동료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수액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피주머니, 산소통을 포함해 여러 기계와 연결되어 있는 환자를 혼자 이송해야 합니다. 힘든 것을 떠나 환자들에게 너무 위험합니다.”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해마다 수백 명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부산대병원에 입사하는 간호사 중 45퍼센트가 입사 첫해에 병원을 떠나고, 65퍼센트가 2년 이내에 병원을 그만둔다. 이는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더욱 높일 뿐 아니라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도 위협한다. 지금 당장 인력이 대폭 충원돼야 한다.
부산대병원은 부산·경남지역의 대표적 공공병원이다. 그런데 18년째 의사 인력이 동결됐다. 의사 부족과 의료기관의 이윤 추구 때문에 간호사들은 온갖 불법 의료행위를 하도록 내몰리고,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간호사의 95퍼센트가 의사를 대신해 처방한 적이 있다고 한다. 파업 집회에서 한 노동자가 이러한 실상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입사하자마자 의사들의 아이디와 비번을 알려 줍니다. 대신 처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약에 대한 처방에서부터 사망진단서를 포함하는 각종 진단서까지 간호사들이 발급하거나 수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들의 업무인] 혈액 채취나 초음파 촬영도 간호사들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서 누구의 업무인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부산대병원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임금 인상도 바란다. 부산대병원은 2022년 순이익이 51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인력 부족으로 고된 노동강도를 견뎌 온 노동자들은 물가 상승과 생계비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완전 정당하다.
한편, 부산대병원은 7년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외면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원의 전기, 냉난방, 청소, 산소 공급 등 병원이 돌아가는 데서 꼭 필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이 돼야 마땅하다.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은 환자들의 건강, 생명, 안전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현재, 파업 노동자들은 병원 로비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지부는 이후 거리 시위와 행진, 지역 시민사회와의 공동 행동도 계획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 승리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