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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가하는 이유:
“정부가 탄압하려는 건 그만큼 9월 4일 행동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10번의 집회보다 한 번의 멈춤이 훨씬 임팩트 있을 거예요.”

“6번 집회를 해도 언론에 잘 안 나오더니, 9월 4일 멈춤 행동은 시작도 전에 뉴스와 언론에 계속 나오네요. 그만큼 민감하게 여긴다는 거겠죠.”

“매주 토요일 집회는 지금껏 정부가 반대 입장을 낸 적이 없었어요. 부랴부랴 교권 대책 내놓겠다고 했죠. 그런데 49재인 9월 4일, 평일에 공교육 멈춤 행동을 한다고 하니까 정부와 교육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어요. 파면, 해임까지 가능하다고 징계 카드로 협박하고 만류하고 있습니다. 못 하게 하는 걸 보니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이 정말 중요한가 봐요.”

“쓸쓸히 혼자 떠난 서이초 교사는 제 친구였습니다. 하루 하루가 버겁고 힘이 듭니다. 수업은 이미 최소한의 진도만 나가고 저는 그저 고장 난 로봇처럼 앉아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빈 교실에서 우는 것도 이제는 지겹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9월 4일 선생님들의, 우리들의 의지를 보여 주세요.”

“선생님들, 흔들리지 말고 우리 같이 가요.”

“그래요, 같이 갑시다! 정부가 탄압하려는 건 그만큼 9월 4일 행동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겁니다. 그날 함께하겠습니다!”

나도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에 동참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 교육 환경을 제대로 바꾸는 데서 이 행동은 매우 중요하고 더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은 교사들이 가진 집단적 잠재력을 사용해 정부와 교육 당국에 보여 주고 압박하는 효과를 낸다. 사실상 ‘연가 파업’이다. 또한, 9월 4일은 단지 하루의 멈춤이 아니다. 이날 드러나게 될 교사들의 집단적 힘은 앞으로 교사 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우리 교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양보를 얻어 내려면 9월 4일 이후에도 항의 행동이 계속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이 최대한 규모 있게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한다. 멈춤 행동에 내가 함께 하는 이유다.

나는 올해 13년차 중등 교사다. ‘경력 교사’가 된 지금도 매해 허둥지둥 분주하다. 학교는 온갖 업무와 지시로 정신이 없고, 동료나 후배 교사들을 챙길 틈도 없이 바삐 돌아간다. 교사가 아닌 지인들에게 교사들의 처지를 나는 이렇게 설명하곤 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작업 창을 20~30개 열어 놓고 이거 저거 돌아가며 처리하는 느낌이야. 업무 하나를 마치기도 전에 끊임없이 처리할 일들이 쏟아져.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

교무실에서는 기이한 말이 오고 간다. 수업 마치고 학생들이 귀가하고 나면 교사들은 그제서야 “이제 일할 수 있겠다” 하고 말하곤 한다.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교사의 본업인데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신규 교사가 적응할 틈도 없이 담임과 기피 업무 등을 떠밀리듯 맡아야 하는 건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내가 신규교사로 근무를 시작한 지 열흘쯤 지난 2011년 3월 11일, 멀리 경기도 포천의 한 신규 선생님이 목을 매 숨지는 일이 있었다.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업무를 맡았던 고인은 매일 10시 넘게 야근을 해야 했다. 기피 업무인 수업계를 맡아 비슷한 처지에서 매일 야근을 하던 나는 그분이 어떤 심정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됐다.

고된 1년차에 나는 선배 교사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신규 교사인 나에게 학교 적응할 시간은커녕 최대 기피 업무인 수업계와 담임을 동시에 맡긴 그들에게 화가 났다. 21시간 정규 수업에 방과 후 수업 2시간까지 해야 했던 열악한 학교에서 10시까지 초과근무를 하고도 일과를 마무리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자책해야 했다. 당시 선배 교사들에게 묻고 싶었다.

“경력 교사든, 신규 교사든 우리 모두에게 업무가 과중한데 왜 교육 환경을 바꾸려 하지 않나요? 왜 신규 저연차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를 떠맡도록 내버려 두고 있나요? 전교조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학교에 요구되는 사회적 구실과 기능은 점점 늘었다. 수업에 더해, 돌봄, 복지, 방과 후 교육활동, 학교폭력 대응, 상담 등 교육의 영역은 점점 세분화되고 비대해졌다. 그러나 교육 인력과 예산 투입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정부는 학교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개별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해마다 교사들의 업무 강도가 세지고 책임과 의무가 늘어난다. 교사가 학생들과 교육적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뒤틀리고 훼손된다. 교육적 관계가 파괴된 자리에 상대를 향한 민원과 사법 대응이 똬리를 틀었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정부와 교육 당국이다. 이들은 학생과 교사들이 매일 만나는 교육 환경 개선하는 데는 눈곱만치도 관심이 없다. 정부는 도리어 교사 수를 계속 줄이고 교육 예산도 삭감하고 있다. 10년 넘는 경력으로도 허둥지둥 하루 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견뎌야 하는 것이 정상인가.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교사들이 거리로 나와 7차례 주말 집회를 열었다. 기존의 노조 바깥에서 이토록 거대한 운동이 터져 나오리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운동은 많은 교사들에게 울림을 줬고, 대중들에게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는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려 하거나, 기껏해야 꾀죄죄한 ‘교권 대책’을 내놓고 무마하려 한다. 오히려 교육 환경을 바꾸는데 필수적인 교사 수를 줄이거나 교육 예산을 삭감하는 등 역행 정책을 펼치면서 말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서이초 선생님을 추모하는 데서만 멈출 수 없다. 제2, 제3의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교육 환경을 제대로 바꿔야 하고, 정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제대로 싸워야 성과를 얻어 낼 수 있다.

9월 4일 한 번의 집회로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교사들은 없다. 그 이상의 행동들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징계를 각오하고, 병가, 연가를 올리고 재량휴업일을 성사시킨 학교들이 많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을 준비하던 기존의 집행부가 해체됐지만, 이 행동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새로운 사람들이 책임을 짊어지고 집회를 이어 가고 있다.

9월 4일 멈춤 행동이 규모 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에 많은 교사들이 공감한다. 주말 집회만으로는 정부와 국회를 제대로 압박할 수 없다는 것, 교사들이 제대로 멈춰서 학교를 멈춰 세울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9월 4일 우리는 잠재력을 직접 느끼고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가 파면, 해임까지 운운하며 탄압 카드를 꺼내든 이유일 것이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 행동을 기점으로, 교사들을 지키겠다고 했던 교육부의 위선이 드러났다. 일부 보수 교육감들 역시 그 위선이 드러났다. 진보 교육감들은 시험대 위에 올랐다. 진짜 연대할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할 세력이 분명히 드러나는 시간이다. 9월 4일에 최대한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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