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인질 억류를 비난해야 마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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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하마스는 강탈과 폭격을 일삼아 온 이스라엘에 성공적 반격을 가하며 이스라엘 민간인 200여 명을 잡아갔다.
하마스는 억류한 사람들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인들을 교환하자고 주장했다. 최근엔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필요한 연료 등 구호 물품과 교환하자고 요구했다.
물론 하마스의 인질 억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 원내대표 홍익표는 “하마스의 민간인에 대한 살상 행위와 납치”를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좌파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내쫓고 학살해 온 이스라엘에 근원적 책임이 있다고 옳게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
그러나 좌파의 일부는 그러면서도 하마스의 민간인 납치는 “정당화하기 어렵다”거나 “용인하기 어렵다”고 토를 다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이런 주장에는 억압과 폭력에 맞서는 사람들의 저항은 인도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좌파 저술가 임승수 씨가 지적했듯이, “그 어떤 민족이든지 70여 년 동안 일방적이고 노골적인 인종 청소에 내몰린다면 … 극단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민플러스〉)
팔레스타인인들이 상대하는 이스라엘은 식민 정착자 국가다. 해외에서 이주한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원주민을 내쫓고 그들의 땅을 강탈해 오직 유대인이 배타적 권리를 누리는 국가를 건설했다. 이런 만행은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식민 정착자들인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시온주의 프로젝트에 동의해 이스라엘로 이주해 왔다. 팔레스타인인들을 폭력으로 밀어내고 정착촌을 만들어 눌러 앉은 당사자이고, 이스라엘 국가의 성격과 일체화돼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 권력자들뿐 아니라 “이스라엘 대중은 식민지 농장주의 심리를 갖고 있다.”(존 로즈, 《강탈국가 이스라엘》)
더구나 최근 수년 동안 극우 정부의 부추김 속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의 팔레스타인인 공격이나 정착촌 건설이 더 빈번해졌다.
〈자주시보〉의 지적대로, “팔레스타인 주민의 관점에서 자신들을 쫓아내고 목숨까지 빼앗는 이스라엘 민간인은 ‘침략자 날강도’로 보일 법하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잡아 가둬 왔다. 10월 7일 하마스가 공격할 때 이미 최소 53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중에는 아동 170명도 포함돼 있다.
팔레스타인 아동들은 대부분 ‘돌을 던졌다’는 혐의로 연행되는데, 이것은 최대 20년형을 받는 범죄로 취급된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사람들 전체가 대대적인 연행과 구금에 시달려 왔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마을을 급습해 가택을 마구 수색하고, 무차별로 사람들을 폭행하고, 특히 청년들은 살해하기까지 하는 짓을 벌여 왔다.
포로 교환
이런 모질고 혹독한 상황 속에서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들은 이스라엘인을 억류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하는 전술을 종종 사용했다.
예컨대 1968년 이스라엘인 여객기 승무원과 승객 12명이 팔레스타인인 37명과 교환됐다. 1985년 이스라엘은 군인 포로 3명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1150명을 풀어 줬다. 2006년 하마스는 이스라엘 길라드 샬리트 상병을 붙잡아, 그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27명을 교환할 수 있었다.
기존의 평화 협상이 성과를 가져다 주지 못한 결과의 일부이다.
지금 하마스의 민간인 인질 억류는 이런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전시에 이스라엘군의 극악한 침공과 폭격을 막거나, 붙잡혀 간 팔레스타인 동료들을 되찾으려고 포로를 붙잡는 시도를 억압자들의 선제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살상과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비난의 화살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에 돌려져야 한다.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이 보복성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 명을 잡아가, 10월 21일 현재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제 1만 명이 넘는다(〈알자지라〉). 그중에는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가자 주민 4000여 명과 서안지구 주민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지금 포로 교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연료 교환도 거부하고 있다. 연료가 바닥나면 가자지구에서 인명 피해가 더욱 속출할 것이다. 누가 진짜 악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