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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다시 전쟁과 혁명의 시대로

자본주의적 세계화는 그 옹호자들의 약속과 달리 평화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에릭 홉스봄은 ‘단기 20세기’를 과거로 취급한다. 글쎄, 내가 보기에 그 시대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 뉴욕의 급진적 학자 코리 로빈이 며칠 전 소셜미디어에 쓴 글이다. 나는 그 글을 읽고 번뜩 계시를 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극히 옳은 지적이었기 때문이다.

위 인용문에서 로빈이 언급하는 책은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이 1994년에 출판한 《극단의 시대: 단기 20세기 역사》(까치, 1997년)이다. 그 책에서 홉스봄은 먼저 그가 “파국의 시대”(1914~1945년)로 일컫는 시기를 다룬다. 그 시기는 제1·2차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대불황, 홀로코스트가 지배하는 시기다.

1945년 이후 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라는 틀 속에 욱여넣어졌다. 냉전은 홉스봄이 말하는 “황금기”를 열었다. 그 시기는 전후 대호황의 시기였다. 그러나 그후 새로운 위기들이 “쇄도”했다.

그럼에도 홉스봄은 이렇게 단언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세계사의 한 시기가 끝나고 새 시기가 시작됐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홉스봄이 말하는 “단기 20세기”는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으로 시작되고 그 혁명으로 등장한 국가[소련]의 붕괴로 끝나는 시기다.

홉스봄이 그 책을 발표했을 당시, 주류에 더 가까운 저자들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유혈낭자하고 일탈적인 1914년 이후의 막간기를 뒤로하고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략 1980년과 2010년 사이에 크게 진척된 경제적 세계화로 평화와 번영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산업을 기반으로 한 유혈낭자한 20세기식 전쟁을 벌이며 엄청난 수의 인명을 희생시키고 있다.

이 충돌은 20세기 초에 시작된 유형의 지정학적 경쟁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 줬다. “파국의 시대”가 펼쳐지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극우도 기세등등하게 돌아왔다.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 전쟁이 실시간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초의 “파국의 시대”도 경제적 세계화 국면에 뒤따른 것이었다. 이 19세기 중반 자본주의 세계는 홉스봄의 이전 저작 《자본의 시대》에 탁월하게 묘사돼 있다. 이 시기는 국제 무역과 국제 금융, 철도·전보·증기선과 같은 신기술이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 준 시기였다. 영국의 자유주의적 제국의 주도하에서, 하나로 통합된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출현했다.

이 경기 확장에서 가장 큰 득을 본 것은 신흥 산업국들, 특히 독일과 미국이었다. 19세기 말 경제와 정치의 불안정이 커지는 가운데 두 국가는 영국의 패권에 도전했다.

그 결과 홉스봄이 말한 “파국의 시대”를 지배한 두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이전과 비슷하게도 근래의 세계화 물결도 또 다른 자유주의적 제국의 지도하에서 전개됐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이 영국을 밀어내고 세계 패권 국가 지위를 차지했다.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은 만만찮은 경쟁자가 없는 우위를 누렸다. 그러나 잠깐 동안만 그랬을 뿐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의 패권은 상대적으로 쇠락했다. 2000년대에 미국은 두 차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라크 전쟁 패배와 2007~2009년의 세계 금융 위기가 그것이다. 선진 자본주의 세계는 만성적인 침체기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번 세계화에서도 중요한 수혜자가 있었다. 중국이 세계 제조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이다. 중국이 공급하는 저렴한 상품이 신자유주의로 악화된 근로 대중의 생활 수준을 그나마 견딜 만하게 만들고 저물가를 유지하는 데 일조한 덕분이었다. 시진핑하에서 중국은 갈수록 미국의 패권에 도전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은 보호무역 정책을 점점 더 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국제 상품 무역은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에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서비스 무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세계화는 그 옹호자들이 약속한 평화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20세기 초에 그랬던 것처럼 자본주의적 세계화는 국가간 세력균형을 변화시켰다. 또, 1914년 이전의 대호황기 때 그랬던 것처럼 자본주의적 세계화는 빈부격차를 훨씬 더 벌렸다. 이런 상황은 ‘단기 20세기’ 때와 마찬가지로 전쟁과 혁명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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