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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학교 학생 접촉이 “안보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2023)의 한 장면 ⓒ출처 다큐멘터리 〈차별〉

통일부가 조선학교 지원 단체 ‘몽당연필’ 대표인 배우 권해효 씨, 조선학교 학생들의 고교무상화 정책 차별 반대 투쟁을 다룬 영화 〈차별〉을 제작한 김지운 감독 등에게 “북한 주민을 무단 접촉했다”며 경위를 조사하고 과태료를 물리려 한다.

윤석열은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민단계 재일동포와의 만남 장면은 여러 번 연출하고 재일동포를 위하는 척했다. 그러나 조선학교 학생들과 교류하고 차별에 맞선 그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려 하는 사람들을 범법자로 몰아 재일동포와의 교류를 가로막는 것이다.

통일부의 주장은, 조선학교 학생들은 북한 주민으로 간주(“의제”)되기 때문에 이들을 접촉하려면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지난 9월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관동대지진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정부·여당으로부터 ‘반국가행위’로 비난받았을 때도, 통일부는 같은 법적 근거로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다.(관련 기사: [이렇게 생각한다] 관동대지진 학살 희생자 추도식 참석이 “반국가행위?”: 윤미향 의원에 대한 탄압 멈춰라’)

그런데 신고 여부는 진짜 쟁점이 아니다. 통일부는 사전 신고를 해도 거부하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학교를 연구하려는 학술적 목적의 사전 신고가 거듭 ‘수리 거부’됐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의 다음과 같은 단서 조항(9조의2 3항)을 근거로 든다.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헌법 제37조 2항을 준용한 것으로, 국가보안법을 존속케 하는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조선학교는 해방 이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은 동포들이 2세, 3세에 걸쳐 운영해 온 학교로, 일본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사용하며 민족 교육을 하는 곳이다.

조선학교에 친북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총련)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남한이 조선학교를 외면할 때, 북한은 수십년간 재정을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선학교 학생들 상당수의 국적인 ‘조선적’은 북한 국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분단 이전의 한반도를 뜻하는 말이다. 게다가 학생들 중에 한국적(남한 국적)을 가진 경우도 절반이 넘는다.

조선학교는 북한 국가가 완전히 통제하는 기관이 아닌 것이다.(관련 기사: ‘배경 체크: 총련을 북한 당국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체계적으로 배제·차별했다. 특히 일본 공안 기관들은 조선학교를 ‘잠재적 북한 간첩 양성소’로 취급해 상시적으로 감시·탄압해 왔다. 이 때문에 조선학교는 일본 우익들의 주된 공격 표적이 돼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가 조선학교 학생들을 적대시하는 태도와 근거는 이러한 일본 정부의 억압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조선학교 학생들과의 교류와 연대를 가로막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