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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팔레스타인인을 동정하는 듯해도 저항은 지지하지 않는다

11월 21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한 “공동처벌(연대책임 지우기)”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중국 등 브릭스 정상들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일방으로 두둔하는 서방과는 달라 보인다.

그러나 중국도 국내에서 노동자와 농민을 착취하고 대다수가 무슬림인 위구르족을 억압하는 자본주의·제국주의 국가이다. 중국 지배계급은 그런 자신의 고유한 이해관계에 따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늘날 중국은 중동에서 중요한 전략적 행위자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중국과 중동 지역의 경제적·외교적 관계가 밀접해져 온 덕분이다.

중동산 석유는 중국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2015년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데, 그중 거의 절반을 중동에서 들여왔다.

중국 자본주의에 중동이 중요한 이유가 석유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주요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자, 그 지역에 가장 많은 해외 투자를 한 나라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이르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중동은 중요한 길목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는 중국 자본들이 건설하고 있거나 투자한 철도, 항구, 고속도로, 발전소, 송유관, 신도시가 곳곳에 뻗어 있다.

이런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라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알제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는 등 중동에서 외교적 개입을 높여 왔다.

최근 중국은 사우디 ㅡ 이란 관계를 중재하는 등 중동의 중요한 행위자가 됐다 ⓒ출처 중국 외교부

그리고 중동과 지척인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최초의 해외 기지를 세우는 등 중국은 또한 중동과 인도양 일대에 자국의 이해관계를 보호할 군사력을 주둔시키려고 모색하는 중이다. 물론 중동에 막강한 군사력과 동맹국들을 거느린 미국이 군사적 영향력 면에서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말이다.

올해 초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개선을 중재함으로써 중동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렇게 중동에 걸린 경제적·지정학적 이해관계 때문에 중국 지배 관료는 중동 질서가 ‘안정’을 유지하기를 바라 왔다. 그리고 이 점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데에도 반영돼 왔다.

두 국가 방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전부터 시진핑 정부는 ‘두 국가’ 방안을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으로 지지해 왔다. 1967년 중동 전쟁 이전의 국경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공존”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두 국가’ 방안은 인종 분리에 기초한 이스라엘 국가 인정을 전제로 한다. 그 방안하에서 팔레스타인인의 해방은 공상이다.

중국 정부가 ‘두 국가’ 방안 지지를 표방하는 것은 그 안을 명목상 지지하는 중동 정권들과 코드를 맞추는 한편, 이스라엘에 대한 ‘안전 보장’ 필요성도 인정해 이스라엘과의 관계도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외교적 책략이다.

10월부터 벌어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중국에 몇몇 이득을 주고 있다. 지난달 초 〈파이낸셜 타임스〉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이렇게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모으는 데서 드러난 서방의 취약한 능력은 이제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에 개발도상국과 빈국들이 분노하며 더 손상됐다.”

중국은 미국이 중동의 새로운 전쟁에 발목 잡힌 상황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며, 이 전쟁을 세계가 미국 주도 질서에서 다극화된 세계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지배계급은 이 전쟁이 장기화돼 자신들의 투자처이자 시장으로서 중동 자본주의가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해서 관련 당사자들의 자제와 휴전을 촉구해 왔다.

지금 중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동정적인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지지하지 않는다. 하마스의 10월 7일 기습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지를 표명하거나 변호한 적이 없다. 그들도 팔레스타인인의 무장 저항이 아랍 대중의 반란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2011~13년 아랍 혁명 때도 중국 지배계급은 혁명을 내심 우려했다. 중동의 기성 질서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보수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랬고, 이 혁명 물결이 중국에 미칠 영향도 걱정돼서였다.

2011년 11월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집트에서 시위로 수십 명이 사망했음을 사설에서 지적하며 이렇게 썼다. “민주주의는 반란에서 시작될 필요가 없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그럴듯한 말을 하지만, 중국 관료는 팔레스타인인이 아니라 중동의 부패하고 억압적인 정권들의 친구다.


중국과 이스라엘

중국은 이스라엘의 두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 그렇게 중국과 이스라엘 간의 경제적 관계는 상당히 가깝다.

냉전이 종식되고 오슬로 협정이 체결될 무렵부터 중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가까워졌다. 1992년 양국은 수교를 맺었고, 1990년대 중국은 제재를 우회하며 이스라엘과 거래해 서방의 군사 기술을 들여올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이스라엘의 농업, 기술, 건설, 벤처 기업 등에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국제앰네스티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을 감시하는 데 쓰이는 중국 기업의 안면 인식 시스템이 이스라엘에 의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쓰인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중국 공안도 위구르족을 통제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기술과 노하우를 연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 중국은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과 이스라엘의 경제적·지정학적 유대가 근본적으로 약화될 조짐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