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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건설노조,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척 요구:
이를 비판하지 않은 민주노총 위원장 담화문 유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건설노조 일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척에 대해 분명히 비판하기를 회피하는 위원장 담화문을 내놨다. 이런 입장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단결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7일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는 임단협 체결을 위한 파업 결의대회 일정의 일부로, 조합원 1600여 명이 참가했다.

이에 영남 지역 7개 이주노동·인권 단체(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대구이주민선교센터,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울산이주민센터, 이주와가치)가 해당 집회를 비판하고, 민주노총과 건설노조에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연서명을 받아 성명으로 발표했다. 175개 단체와 894명의 개인이 연서명에 동참했다.

연서명을 주도한 단체들은 1월 19일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면담했다.

그러나 2월 2일 발표된 민주노총 위원장의 담화문은 실망스럽다. 담화문은 ‘배척이 아닌 단결’, ‘혐오 중단’이라는 일반적 대의는 언급했지만, 가장 핵심 쟁점인 건설노조 일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척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없었다. 그저 노동자들의 갈등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제3자 같은 말만 했다.

그러면서 “화살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아닌 [파업] 대체인력 투입”을 하는 사용자에게 돌려야 한다고 문제를 슬쩍 비틀었다.

그러나 문제가 된 일부 건설노조는 파업 시 대체 인력으로 이주노동자가 투입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그동안 건설노조의 일부 지부는 건설 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출입을 막아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는 최근 점점 번져 가는 현상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조합원 우선 채용 경쟁을 벌이는 한국노총 건설노조는 민주노총 건설노조보다 더 노골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척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의 집회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의 파업 결의대회 일정의 일부였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 배척 요구가 파업 대체 인력 문제에 대한 사후 항의가 아니라 노조의 선제적이고 공식적인 임단협 요구였다는 뜻이다.

물론 일자리 문제의 절박함은 못 본 체하고서 건설 노동자들에게 도덕적 비난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한국노총 건설노조가 가하는 더한층의 보수적 압박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지부를 민주노총 중앙이 공개 비판하는 것으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시작은 비판이다. 일부 건설노조의 행동이 이주노동자를 차별해 노동자들의 단결을 해치는 일이라는 점을 민주노총 차원에서 명확히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런 입장은 서로 곤란하게 하지 않으려는 노조 상근간부층의 동류의식의 발현이고, 노동조합 부문주의에 순응하며 일부의 후진적 의식에 타협하는 것이다.

양경수 위원장은 담화문에서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들을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조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담화문에 담긴 논점 회피적 자세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주노동자 유입이 꾸준히 늘면서 이제 이주노동자 문제는 전 사회적 이슈가 돼 있다. 1월 23일 민주노총 위원장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건설노조 일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척 문제에 대해 ‘총연맹 차원의 단호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이 나온 것도 그런 관심을 보여 준다.

이때도 양경수 위원장은 “건설 노동자들 개인이나 건설 노조를 비난하고 비판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에 그쳤다. 당연히 비난만으로 해결되지 않겠지만,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지 않고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다.

건설노조 일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배척은 민주노총이 ‘기득권 노동자’의 권익만 대변한다는 사용자들의 주장이 먹히는 효과를 낼 것이다.

지난해 정부의 ‘건폭’몰이가 한창일 때, 건설노조원들이 배척적인 말을 하며 자신보다 열악한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을 쫓아내는 장면이 저녁 9시 뉴스 전파를 타 많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경기도의 한 건설 현장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규탄 집회를 보도하며 “‘외국인 노동권 보장’ 외치더니 … 일자리 뺏는 민노총”이라고 비난했다.

우파 언론의 비난은 역겹도록 위선적이지만, 정부와 사용자, 우파가 노조를 ‘이기적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는 데에 이주노동자 배척 행위 같은 협소한 부문주의의 약점을 이용하기 쉽다는 점을 보여 준다.

건설 경기의 부진 때문에 이주노동자 고용에 반대해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자는 생각이 더 힘을 얻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배척은 노동자들 간 일자리 경쟁을 막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는 요구인 이유다.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노동자들을 현장에서 분열시켜 사용자의 공격에 더 취약해지게 만든다.

임금 저하 없이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낮춰 일자리를 늘리라는 등 상향 평준화를 통해 모든 건설 노동자(한국인·이주 노동자)를 단결시키는 요구를 내놓고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