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보고서에 대해:
돌봄 이주노동자 환영한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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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이주민·난민을 환영해야 한다”를 읽으시오.
3월 5일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돌봄서비스업에 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되, 해당 이주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한국은 고령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돌봄서비스 필요가 증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돌봄 이주노동자 유입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주장은 돌봄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지원 책임을 회피하며 저임금 지급으로 때우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현행법과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의 테두리 안에서 돌봄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방안을 두 가지 제시한다.
첫째,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돌봄 이주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이런 고용 형태의 돌봄 노동자(“가사사용인”)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해당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둘째,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도입 업종을 돌봄서비스업으로 확대하고, 돌봄서비스업에서는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구분 없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내외국인 간 차별을 금지한 법률들을 피해 가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덜 줘도 자국에서 받을 수 있는 임금보다 높다며 스스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한국의 물가 수준에 맞는 생계비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전월세 거주 1인 가구 생계비는 2022년 기준 월 241만여 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 206만여 원(시급 9860원)보다 높다.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으면 돌봄 이주노동자는 극도로 열악한 처지로 내몰릴 것이다.
농업 이주노동자들을 4년간 취재한 책 《깻잎 투쟁기》에 등장하는 한 캄보디아인 여성 노동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우리가 못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최저임금의 절반만 준다고요? 그럼 … 세금도 … 음식 값도, 버스 값도 절반만 낼게요. 그러면 될까요?”
최저임금도 못 받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면 돌봄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려 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초까지 산업연수제 시절에 이런 일이 벌어져, 한때 이주노동자의 70~80퍼센트가 미등록이었을 정도다.
한국은행도 이 점을 우려해, 돌봄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개별 가구나 기업에게 이주노동자가 “이탈”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부가 고용주에게 보증금을 받고 이주노동자가 미등록 체류자가 되면 보증금을 몰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주노동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하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휴대전화나 신분증 압수, 고의적 임금 체불 등 여러 인권침해가 벌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지난해 12월 한신대의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과 같은 일이 돌봄 이주노동자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
개별 가구가 이주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경우, 이주노동자가 도망가지 않을지 항상 의심하고 감시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감시와 통제,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돌봄 이주노동자는 정서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감시
결국 정부는 추가적 재정 투입을 하지 않고서 증가하는 돌봄 필요에 대응하고 기업들은 이주노동자를 저렴하게 착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한편, 개별 가구가 질 좋은 돌봄서비스를 제공받지도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게다가 돌봄서비스업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하면 정부와 사용자들은 곧이어 다른 업종도 그렇게 하자고 요구할 것이고, 결국 전반적인 임금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돌봄서비스 비용이 떨어지는 대신 임금 상승이 억제되면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조삼모사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가 돌봄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 한국인이든 이주노동자든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대폭 개선돼야 하고, 차별이 없어야 하며, 필요한 교육이 실질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 지출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 돌봄서비스는 궁극적으로 노동력 재생산·유지에 필요한 일이므로 그 혜택을 보는 정부와 기업주들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좌파는 이주노동자의 절박함 외면 말아야
한국은행이 이번 보고서를 발표하자 여러 진보·좌파와 노동조합이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돌봄서비스업에 이주노동자 유입 자체를 반대하기도 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는 3월 6일 발표한 입장에서 “외국인 돌봄노동자를 고용할 것이 아니라 처우개선에 앞장서 인력난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또, 정부가 4년제 대학을 나온 외국인에게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과 한국 취업 기회를 주려는 것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도 3월 7일 자 성명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춘 인력은 충분하다. 이들이 돌봄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돌봄 인력난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이주노동자보다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우선해야 한다고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난과 저임금은 이주노동자 탓이 아니다. 일자리와 임금 수준은 경제 상태와,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맞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싸우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효과적으로 싸우려면 노동자들은 단결해야 한다. 그러나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반대하는 것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그런 일자리에라도 취업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절박한 필요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그런 입장을 취하는 한국 노동조합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한국인 노동자들도 실업과 저임금에 대한 불만을 정부와 사용자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로 돌리게 되기 쉽다. 그럴수록 사용자들의 속죄양 만들고 이간질하기 전술에 취약해질 것이다.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가 공급되려면 인력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특히, 노인 돌봄이나 간병의 경우 노동자 한 명당 돌보는 인원을 줄이고 임금 삭감 없이 충분한 휴식도 보장돼야 한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이주노동자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모는 것은 규탄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고 고용되는 것은 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