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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바이든의 딜레마: 이스라엘 지원과 미국 위신의 손상 사이에서

지난 금요일(5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정회원 가입 지지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는데, 그 직전에 이스라엘 대사 길라드 에르단은 연단에서 휴대용 파쇄기로 유엔 헌장을 파쇄했다(사진). 그것은 사소한 일로 생떼를 부리는 것이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유혈 낭자한 광란을 벌이고 있음에도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유엔에서 생떼 부리는 이스라엘 대사 ⓒ출처 UN Photo

에르단의 행동은 경멸감의 표현이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스라엘이 고립 속에 느끼는 좌절감을 표출한 것이기도 하다. 또, 미국이 마침내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 것에 대한 좌절감을 표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에르단의 행위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위력에 바치는 찬사인 셈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강력하면서 자신에 의존하는 국가를 중동에 두는 것이 서방 제국주의의 에너지 공급지를 통제하는 데에 유리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가 바이든 말처럼 “철통” 같을지라도, 그러나 무조건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반항적인 이스라엘 총리를 직접 압박하곤 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956년 벤구리온[영국·프랑스와 함께 이집트를 침공한 당시 이스라엘 총리]이 가자지구와 시나이 반도를 병합하려 하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당시 미국 대통령]은 집속탄 공급을 중단하며 [당시 이스라엘 총리로 레바논을 침공한] 메나헴 베긴에게 베이루트에서 휴전을 선언하라고 명령했다.

1992년 조지 부시 1세[당시 미국 대통령]는 주택 자금 대출에 대한 100억 달러 규모의 담보 지원을 중단하며, 그 돈을 불법 정착촌 건설에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이츠하크 샤미르[당시 이스라엘 총리]를 압박했다.

지난주 전까지만 해도 바이든은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 있었다. 바이든과 그의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둘 다 열성적인 시온주의자이고, 베냐민 네타냐후가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인종 학살을 굳건하게 뒷받침해 왔다. 지난주에도 바이든은 홀로코스트 기념일 연설을 이용해 대학생들의 점거 농성을 유대인 혐오적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입장이 미국을 위험하게 고립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그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네타냐후를 압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처음 전해진 것은 지난 화요일에 미국이 1000파운드·2000파운드짜리 폭탄 지원을 “일시 중지”했다는 보도였다. 뒤이어 수요일에는 바이든이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스라엘군이 라파흐에서 전면적인 지상 작전을 벌이면 그런 무기들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CNN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그런 폭탄과 그 외에 이스라엘군이 인구 밀집 지역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인해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살해당했다”고 인정했다. 이런 발언은 번복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금요일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군이 미국의 무기를 국제인도법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자지구에서 사용했다고 “평가할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보고서는 단서를 잔뜩 달아놓았고 결국 무기 공급 중단을 권고하지 않는다. 평상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BBC의 국제 편집장 제레미 보웬마저 이에 분노했다. 보웬은 토요일 채널4 라디오의 〈투데이〉에서 미국 국무부 보고서가 미국이 이스라엘을 언제나 비호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관찰은 이스라엘을 향한 암묵적인 압박을 놓치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계속 미국 정부를 거스르려 한다면 무기 공급을 끊을 것이라는 압박 말이다.

‘전쟁 신경증’

네타냐후는 계속 큰소리치고 있고 이스라엘군은 라파흐로 더 깊숙이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부 논의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스라엘 정부 최상층이 비록 말은 거칠게 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의 관계가 ‘더할 나위 없이 악화돼’ 일종의 ‘전쟁 신경증’을 겪고 있고, 막후에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신문의 다른 보도는 또 이렇게 전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상당히 잘 아는 이스라엘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군이 양국의 관계를 ‘아주 전문적인 손길을 요구하는 섬세한 화초’처럼 다뤘다고 말했다. ‘둘의 동반자 관계는 해마다 조금씩 성장해서 이스라엘군의 토대가 됐다.’ ‘날마다 직면하는 엄연한 현실’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료들이 서로에 대해 ‘완전한 신뢰, 완전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미국 외에는 친구가 없다.’”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권좌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네타냐후와, 그의 내각에 포함된 파시스트들은 이 전쟁을 계속 끌고가고 싶어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컨대 최종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할 자들은 이스라엘 사회를 주름잡는 세력인 이스라엘군 수뇌부일 듯하다.

미국의 이해타산은 이스라엘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었다. 이는 바이든에게 딜레마를 안겨 준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더 징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미국의 위신은 더 손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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