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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연좌 농성을 하다

5월 13일 서울시립대학교 학생들이 캠퍼스에 팔레스타인 연대 텐트를 차리고 하루 연좌 농성을 했다.

캠퍼스를 오가는 여러 내외국인 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텐트가 차려진 것을 보고 반가워했다.

다른 대학 학생들의 연대 방문도 있었다. 숙명여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여러 대학 학생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함께 리플릿을 반포하고 연좌 시위에 동참했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 팔레스타인 연대 텐트를 치고 연좌 시위를 하고 있다 ⓒ이재혁

텐트 풍경은 국제적 팔레스타인 연대 물결의 축소판을 보여 주는 듯했다. 한국인 학생들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인, 독일인, 튀니지계 프랑스인, 모로코인 학생들이 함께 어울렸다.

연좌 농성 참가자들은 더 많은 학생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알기를 바라며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다룬 책과 팔레스타인 문학 작품 등 10여 권의 책을 텐트 앞에 전시했다.

서울시립대 내 팔레스타인 연대 텐트에 팔레스타인 관련 책자, 스티커 등 여러 물품이 진열돼 있다 ⓒ이재혁

텐트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학생들은 지지 메시지를 남기고, 스티커 등 연대 물품을 받아 가고, 전시된 책들을 살펴봤다.

부스로 다가와 “한국에서도 텐트 시위를 하는 거냐”며 반가움을 표한 대학원생도 있었다. 리플릿을 받아 유심히 읽으며 친구들과 대화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짧은 집회가 열렸다.

프랑스 시앙스포대학교에서 온 유학생 루와 그의 친구 뷔가 가장 먼저 메가폰을 잡았다. 시앙스포대학교는 현재 팔레스타인 연대 점거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대학이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기업들을 보이콧하고, 각국 정부에 휴전을 촉구하고 돈과 무기를 보내지 말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 학생들이 시위를 통해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시작된 시위는 프랑스 등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앙스포 파리 캠퍼스나 제가 다니는 시앙스포 릴 캠퍼스 등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이 캠퍼스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인권 존중을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들이 당하고 있는 탄압의 규모를 생각하면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싸우고 있는 모든 학생들과 무엇보다도 가자지구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합시다.

“요르단 강에서 지중해까지, 우리는 영원히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것입니다.”

이어서 크리스티아노 사비유 서울시립대 연구교수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강력히 규탄했다.

“오늘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다 부당한 폭력을 당한 미국 전역의 용감한 학생들에게 연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복잡한 문제’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는 도덕적 판단을 미루고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다리는 것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폭력과 억압의 지속에 공모한 정부와 기관들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가 마지막 발언자로 나섰다.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리고 점령군을 옹호하고 지원하는 서방의 이중잣대를 반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는 사람들은 서방 정부들이 정당방위라는 구실로 시온주의자들의 테러리즘을 지지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의사들을 죽이고, 병원을 파괴하고, 아이들을 죽이고, 가자지구의 모든 대학을 파괴하고, 가자지구의 70퍼센트를 파괴한 것이 과연 하마스를 파괴하기 위한 것일까요? 가자지구 주민과 아이들의 꿈을 파괴해 3세대 난민으로 만들어 또 다른 이주를 강요하려는 목적이 아닌가요?

“가자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방식이 1948년 나크바 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떠나길 원치 않습니다. 떠나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 서방 정부들은 팔레스타인인 강제 추방 계획을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호주 등에서 일어난 일, 즉 원주민을 모두 살해하고 인종 청소를 벌인 일은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 이익만이 아니라 인류애를 중시하는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편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립대 학생, 교수,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등이 5월 13일 오후 서울시립대 학내에서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강혜령

집회를 마친 학생들은 캠퍼스 행진을 했다.

한국인 학생과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이 구호를 선창하며 행진을 이끌었다.

학생들은 캠퍼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전을 규탄하고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에 연대하고 있음을 알렸다.

유학생 나리만 씨는 본인이 팔레스타인인임을 밝히며 이 행동에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휴대폰을 꺼내 행진 대열을 촬영하거나 팻말을 받아 들고 함께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히잡을 쓴 학생이 행진 대열을 찍으며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고, 행진을 보고 반갑게 웃고 손가락 브이 표시를 하면서 응원을 보낸 유학생들도 있었다.

캠퍼스를 지나던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 ⓒ강혜령

행진을 하고 돌아온 학생들은 텐트 앞에 앉아 팔레스타인 노래들을 들으며 함께 점심을 먹었다.

학교 당국이 찾아와 집회 신고를 내고 해야 한다는 둥 연좌 시위를 방해하려 했지만, 학생들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며 당차게 항의해 쫓아냈다.

연좌 농성 내내 다양한 사람들이 텐트를 방문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한 학생은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만나게 돼 반갑다며 응원했다.

캠퍼스를 지나던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며 팔레스타인에 보내는 연대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이재혁

한 유학생은 “컬럼비아대 시위 소식을 모두 보고 있다”면서 지지 메시지를 남기고 갔다.

지나가다 텐트를 발견하고 “오, 팔레스타인! 화이팅!”을 외치고 지지 메시지를 남기고 간 학생들도 있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 아직 잘 몰라서 배우고 싶다며 텐트에 와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과 대화를 나누다 간 연구원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가운 손님도 찾아왔다. 여행 중인 팔레스타인인이 SNS에서 소식을 접하고 한국에 온 첫날 시립대 텐트에 찾아와 연좌 농성에 함께한 것이다.

연좌 농성 소식을 듣고 학생들의 선후배들이 와서 텐트 설치를 돕거나 다과를 사 들고 왔다.

지역 주민들이 음료를 사 들고 오기도 했다.

연좌 농성이 진행된 8시간 내내 대화 소리와 활기가 끊이지 않았다.

연좌 농성을 한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한 계획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