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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노동자 인터뷰:
“운송료 삭감이 안전 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물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구실을 했던 안전운임제가 2022년 말 종료된 이후 화물 노동자들은 큰 고통을 겪어 왔다. 임금이 크게 삭감됐고, 임금을 벌충하기 위해 과로, 과적이 이어지며 사고도 증가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한 화물노동자가 부산지역본부만 해도 10명에 달한다.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요구하며 화물연대는 6월 15일 2시 국회 앞에서 대규모 상경 집회를 할 예정이다. 이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화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16시간씩 일하다 보니 치아가 다 빠졌어요”

이주봉 화물연대 부산지부 해운대지회장

안전운임제가 시행되는 동안에는 [예를 들어] 대한통운이 다른 운송사에 외주를 줄 때도, 그 운송사가 또 다른 운송사에 외주를 줄 때도 50만 원을 그대로 줘야 했어요. 아무리 하청에, 재하청이 이어지더라도 화물 기사들은 5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던 거예요.

안전운임제가 종료되고 이런 게 없어졌어요. 20년 전으로 돌아간 거죠. 부산에서 대전을 갔다 올 때 76만~78만 원 받던 것을 지금은 63만 원만 받게 됐어요. 월 수익으로 따지면 300만 원 정도 떨어진 셈이죠.

차량 할부금, 지입료, 정비 비용 등 나가는 돈은 그대로인데 운송료가 이렇게 삭감되니 힘이 듭니다. 벌충을 해야 하는데 수출입 물량도 줄어서 일을 많이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16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일했는데 지금은 5일만 일해요.

2022년 화물연대 파업 ⓒ이미진

저는 부산에서 대전을 가는데요. 운전 거리만 계산하면 편도 4시간인데 컨테이너 부두에서도 화물 기사들에게 횡포를 부려서 운전 외에도 할 일이 많아요. 차를 세워 둘 시간도 없어서 운전하면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해요.

컨테이너 청소도 화물 기사들이 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하는데, 온몸에 쓰레기를 뒤집어써요.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휴식도 제대로 취할 수 없어요. 법적으로 2시간 운전하면 15분을 쉬어야 하지만 쉴 시간도, 쉴 곳도 없어요. 화장실과 샤워실을 만들어 달라고 해도 땅이 없다며 안 만들어 줘요.

화물 기사들이 타이어 교체와 정비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운송료 삭감이 안전 사고로도 이어지고 있어요.

두 달 전 고속도로에서 냉동 컨테이너 타이어가 빠져서 반대편에서 오던 버스 기사와 승객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어요.

정부는 화물 기사들이 타이어 정비를 제대로 했는지 단속하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운송료를 정상적으로 주면 누가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질 때까지 쓸까요? 1년마다 하는 타이어 교체 비용만 600만~900만 원이 들어가요. 정비 횟수도 줄일 수밖에 없는 거죠.

게다가 운송료를 벌충하려고 과적을 하는 것이 타이어에 더 무리를 줍니다. 도로도 파손되고 브레이크 제동 거리도 길어져서 위험하죠.

그런데 과적을 안 할 수 있을까요? 화물기사가 적정 중량만 싣겠다고 하면 운송사에서 “쟤는 사무실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면서 배차를 빼고 압박을 줘요.

그나마도 부대조항으로 과적 할증이 포함된 안전운임제가 폐지돼 과적을 해도 할증을 안 해 주는 곳까지 생기고 있어요.

작년에 화물노동자가 847명 사망했는데요,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될 거예요. 교통사고 사망자 70퍼센트가 화물 노동자들입니다.

쉬지도 먹지도 못하면서 하루 16시간을 일하다 보니 저는 최근 2년간 치아가 싹 다 빠졌어요.

[6월 15일 집회를 알리는] 선전전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합원이고 비조합원이고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분위기예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울분이 쌓여 있습니다”

김종열 광주 카캐리어지회장

저희는 그 동안 당했던 거에 대한 울분이 쌓여 있습니다.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서 운임이 많이 삭감됐어요. 저희 카캐리어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다른 부분은 일도 없다 보니까 솔직히 대응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곳에서 운송료가 30퍼센트 정도까지 깎였어요.

안전운임제하에서는 심야에 위험도가 높은 운송을 자제시키고,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심야나 공휴일에 일을 시키면 20퍼센트 할증료를 줬었는데요. 그게 다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이제 자본가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일을 시키는 거죠.

노동자들도 운임이 삭감되다 보니, 이제 심야든 뭐든 어쩔 수 없이 예전에 가져가던 만큼 가져가려면 더 많은 시간 일해야 되고요. 그래서 장시간 노동에 또다시 내몰리게 된 거죠.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 최저임금 2022년 12월 6일 오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 인근 도로에서 열린 ‘화물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 정부 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 ⓒ이미진

대기료도 없어지다 보니까 대기를 엄청 시켜요. 원래 대기 2시간이 넘어서면 일정 금액을 주게끔 돼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어요.

저희 카캐리어는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부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안전운임제를 근거로 해서 유가 연동제 등을 얻어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는 그게 아직 유지가 되고 있지만 [조직력이 약한 곳들에서는] 다 없어졌습니다.

정권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죠. 물론 저희가 안전운임제를 부활시키고 싶은 것도 있지만 [이번에 집회 참가를 위해 서울에] 올라가시는 분들의 상당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불만 표출로 가시는 분들도 많죠.

민주당은 안전운임제를 유지·확대하겠다고 해 놓고는 마지막에는 폐기시켰어요. 저희에게 계속 희망고문을 한 거죠.

사실 2022년 11월 파업은 상식적으로 타이밍이 말이 안 되게 들어갔어요. 민주당이 안전운임제를 해 줄 거라고 지도부가 믿었기 때문에 파업 타이밍을 많이 놓친 거에요. 저는 민주당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6월 15일 집회는 윤석열 정권한테 반격하는 날입니다. 저희도 열심히 조직해서 올라가려고 합니다. 2022년 5월에 1만 명이 넘게 모였었는데, 그때랑 비슷할 것 같습니다. 광주의 경우에도 애초 계획보다 버스 두 대가 추가로 더 올라갑니다.

우리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한 곳에 모이면 우리가 힘이 있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좋은 집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