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노란봉투법 또 거부권 행사: 국회 밖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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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윤석열이 22대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에 대해 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기사는 국회 통과 직후 거부권 행사 전에 쓰인 것이지만, 기사에서 제시하는 법안의 필요성과 운동의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8월 5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11월에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바 있는데,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4월 총선에서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참패한 뒤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다. 정부·여당은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첫째, 쟁의행위에 대한 가혹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자는 취지로 제기됐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냉혹하게 보복해 왔다. 특히 가압류 제도를 악용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가정을 파괴했다.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열사,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주익 열사 등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던져 이런 조처의 잔인함을 알리고 항의해 왔다.
둘째,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이다. 여기에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포함해 그동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사용자(예컨대 플랫폼 기업)에 대항할 권리도 포함된다.
그동안 정부와 사용자들은 원청 사용자에 맞서는 하청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해 왔다. 그러나 정작 원청 사용자들은 하청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공격하는 데에서 합법 불법 여부를 가리지 않았고 정부는 이를 방조하거나 협력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삼성 측의 집요한 노조 와해 시도와 ‘기획폐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경찰과 손잡고 조합원 시신 탈취까지 서슴지 않았다. 불과 10년 전에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여당과 사용자들은 노란봉투법을 격렬히 반대했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게 주된 근거다. 기업주들의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제약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민주당은 말로는 그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정작 법률 개정에는 미온적이었다. 노란봉투법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는데도,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뤄 흐지부지 돼 왔다.
민주당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집권 이후 2022년 8월 당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다시금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로 사실상 공기업이나 다름없던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자들(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파업에 대해 490억 원의 손배소를 청구했다. 시급 1만 원에 불과한 노동자들에게는 죽으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조선소 주인이 한화오션으로 바뀌었지만 이 손배소는 여전히 철회되지 않고 있다.
연이은 노동자 투쟁(CJ대한통운 택배, 현대제철 비정규직, 한국타이어 등)에서도 손배 청구가 줄이었고,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손실을 입은 사용자들에게도 손배소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한 광범한 반감은 여야 합의 통과 방침을 고수하던 민주당으로 하여금 2023년 11월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했다.
민주당은 다가올 총선에서 노동자들과 진보 염원 대중의 표를 얻고자 하는 동시에,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려고 법안의 애초 취지를 삭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재명은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주지 말아야 한다며 법안 후퇴를 정당화했지만 정작 윤석열은 망설임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에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통과된 법안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등이 지적하듯이 민주당은 이번에도 ‘노조법 2, 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발의한 법안 내용 중 일부를 삭감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삭제됐고, 손배가압류 적용 범위도 더 모호해져 많은 경우 법원에 가서 판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개혁이라는 게 고작 이런 수준이지만, 민주노총과 운동본부는 “긴박, 절실한 현실을 고려”해 민주당 법안을 수용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즉각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그렇게 통과시킨 법이지만 윤석열은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후퇴와 윤석열의 거부로 이어지는 이 답답한 악순환은 이제 환멸마저 낳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폐기되더라도 이에 대한 반감과 불만을 차곡차곡 누적시켜 정권 교체로 이어 가겠다는 계산을 할 법하다. 하지만 아직 윤석열의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지금 같은 국제·국내 정세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면 국회 내 논의에서 국회 밖 대중 투쟁으로 완전히 중심을 옮겨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러한 방향을 진지하게 추구하지 않고 있다. 하루 집회 정도로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를 막을 수 없으리라는 것이 명백한데 말이다.
민주노총과 좌파 정당들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입법의 보조적 수단으로만 여기고 그 수준도 하루 집회나 기자회견 수준으로 제한해서는 개혁 입법 성취는 요원하다. 지난번 노란봉투법 입법 실패의 교훈이자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 부결이 보여 주는 바다.
4월 총선에서 드러난 반윤석열 정서는 광범하고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자 파업이 보여 준 것처럼 물가 급등과 실질임금 삭감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과 불만도 광범하다.
노동자들이 민주당과는 독립적으로 대규모 거리 집회를 열고 연대 파업을 하며 정권 자체를 정조준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윤석열은 정권이 날아갈 위협이 현실적이라고 느낄 때에야 거부권 사용도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