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독재자 축출 한 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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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목요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수만 명이 정권 퇴진 한 달을 기념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한 달 전, 집권당 아와미연맹의 하시나는 장성들의 권유에 따라 인도로 도망갔다. 몇 주간의 반정부 시위 동안 시위대 1000명 이상을 살해한 하시나는 도망가기 직전까지도 유혈 진압을 촉구할 만큼 잔혹한 자였다.
하시나가 쫓겨나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임시 정부의 수반이 됐다. 많은 학생과 시위 참가자들이 그에게 기대를 품고 있고, 두 학생 지도자가 임시 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 운동이 처한 위험은 기존 질서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포섭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지배계급의 핵심적 일부인 군부는 현재 정치 권력을 직접 잡기보다는 과거 아와미연맹이나 방글라데시국민당
그리고 군부와 퇴진 운동의 학생 지도자들의 타협으로 임시 정부 수반이 된 신자유주의자 유누스는 가혹한 조건이 달릴 국제통화기금
또한 유누스는 학생들에게 학교로 돌아가라고 하고, 숱한 고문과 살해로 증오의 대상이 된 경찰에게 치안을 다시 맡기려 한다.
그러나 경찰의 악행은 그가 해임시킨 몇몇 책임자들의 일탈이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의 본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지금 경찰은 바짝 엎드려 있지만, 위기가 불거지면 다시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
시위를 촉발한 공무원 할당제에 대한 불만 뒤에는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이 지나도록 취업하지 못한 청년이 30퍼센트에 이른다.
그러나 하시나와 아와미연맹을 축출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이다.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전체가 심각한 실업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방글라데시가 겪는 문제가 국제적 문제의 일부임을 보여 준다.
한편, 군부는 현재 발톱을 숨기고 있지만 만약 차기 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이 집권하려 하면 사태에 개입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역사는 쿠데타와 지도자 암살로 점철돼 있다.
따라서 하시나를 퇴진시킨 시위대가 바라는 더 큰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고 군부가 발톱을 드러낼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아래로부터 운동이 계속돼야 한다.
그리고 특히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방글라데시 노동계급 중에는 매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문이 있다. 의류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450만 명
의류 노동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파업을 벌여 임금을 113달러
독재자를 퇴진시킨 정치 투쟁이 임금 인상 등의 경제 투쟁을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더욱 키워야 한다. 노동자들의 경제 투쟁이 확산하면 노동계급의 정치 투쟁 참여도 더 많아질 것이다. 독재자 퇴진 요구로 시작된 운동이 한 차원 높은 계급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직 그런 과정을 통해서만 방글라데시 노동계급은 군부에 맞서고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할 조직과 의식을 갖출 수 있다. 방글라데시 운동이 전진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연속혁명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힌두교도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방글라데시에는 20세기 영국 제국이 인도아대륙을 포기할 때 종교 지도자들을 앞세워 이슬람과 힌두교를 이간질한 결과 수많은 힌두교도들이 살해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또한 하시나 퇴진 후, 힌두교도들이 아와미연맹을 지지한다며 그들을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힌두교도를 속죄양 삼아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려는 이런 시도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