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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퇴진 이후 방글라데시 운동은 어디로?

지난주 증오스러운 독재자 셰이크 하시나를 타도한 학생과 민주주의 활동가들은 그들의 온전한 승리를 막으려는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지난주 방글라데시에는 85세이고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는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임시 정부가 들어섰다.

독재자를 타도한 운동은 방글라데시에 만연한 불의와 빈곤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기도 하다 ⓒ출처 Rayhan9d / Wikicommons

유누스는 [빈민을 위한] 소액 대출 제도를 창시한 인물로 많은 학생 활동가들의 선택을 받았고, 빈민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누스 내각에는 나히드 이슬람과 아시프 마흐무드처럼 반정부 시위를 이끈 학생 활동가들이 포함돼 있다.

지난주에 군부, 제도권 야당 방글라데시국민당(BNP), 학생들이 회동한 뒤 유누스가 임시 정부의 수반으로 임명됐다.

그 회의에서 모든 대표자는 온전한 민주적 선거를 석 달 내에 치러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학생들은 옳게도 군부가 임시 정부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한 유누스는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누스는 구 정권은 죽었고 장차 민주적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학생들을 납득시키는 것을 자신의 첫째 임무로 여긴다. 그러나 유누스는 지배계급을 향해서도, 나라를 안정화하고 국가의 권위를 되살릴 적임자가 자신임을 확인시키고 싶어 한다.

“여러분이 저를 믿어 주셨고, 학생들이 저를 불러 주셨고 저는 그에 응해 여기에 섰습니다.” 유누스가 자신을 에워싼, 자기보다 수십 살 어린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나라 어디서든 누구도 공격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첫째 책임입니다.”

유누스는 짧은 입장 발표에서 아부 사이드를 언급할 때 애써 눈물을 참았다. 아부 사이드는 경찰에 살해된 시위 참가 학생으로, 그 장면이 카메라에 담기면서 반란의 불길이 커지게 됐다.

유누스는 이렇게 호소했다. “이 나라가 무질서에 빠지지 않도록 여러분이 막아 달라는 게 저의 첫 당부입니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에서는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증오의 대상인 경찰은 거리에서 사라졌고 사람들을 피해 숨었다.

경찰에게 죽거나 다친 동지들의 복수를 원하는 학생들이 경찰을 색출하고 경찰서를 불태우고 있다. 또한 많은 지역에서 학생들은 현지 모스크와 협력해 질서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공공업무는 대부분 마비됐고 경제는 엉망이 돼 외환보유고가 줄고 있다. 국가 기구가 대부분 붕괴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역 강국인 인도와 중국은 방글라데시 상황을 우려스럽게 주시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전략적 세력 균형이 틀어지지 않도록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인도는 방글라데시 지배계급과의 긴밀한 관계를 중시하는데, 인도의 숙적 파키스탄에 맞설 방벽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제국주의와의 경쟁의 일환으로, 방글라데시를 자신의 경제권으로 한층 더 끌어들이려 한다.

군부는 유누스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아직까지는 권력을 찬탈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수뇌부는 오랫동안 옛 아와미연맹이 이끌던 국가에서 부패한 돈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 아와미연맹은 무너졌고, 셰이크 하시나는 지난주에 망명했고, 다른 지도적 인사들은 분노한 학생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방글라데시의 장성들은 자신들이 “질서 회복”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임시 정부에 압력을 넣으려 할 것이다. 또한 군부의 권력과 돈줄을 유지시키라고도 압력을 넣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당장 군부 정권을 내세우려 들면 대중 운동이 다시 촉발되는 등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만 병력으로는 1억 7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고, 군부는 대중 사이에서 인기나 신뢰가 별로 없다.

그러나 군부는 지배력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정당 방글라데시국민당(BNP)이나 우파적 이슬람 정당 방글라데시 자마트-에-이슬라미가 정치적 공백을 메우려 시도할 위험도 있다.

수도 다카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 활동가 무슈투크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학생 지도부도 그런 위험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대규모 반란은 하시나 한 명만 몰아내려는 것이 아니라 독재 체제까지 해체하기 위한 것입니다.”

“학생 지도자들은 이미 임시 정부 안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입니다.”

무슈투크는 현재 학생들이 수도와 그 밖 지역에서 거리 순찰을 돌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들은 경찰이 부재한 다카시(市)에서 법과 질서를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무질서와 기물 파손 행위를 일으키는 세력은 패배한 아와미연맹의 무장 폭력배들과 이슬람주의 비밀 단체들입니다.

“학생 지도부와 민주적 좌파 모두 저들에 맞서 저항하고 승리를 지켜 내자고 민중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에는 처음부터 방글라데시 사회의 독재나 부패보다 더 커다란 것을 향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운동을 촉발한 것은 법원이 아와미연맹 지지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든 정부의 [공무원] 할당제를 재도입하라고 판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분노 자체도 졸업생과 청년들의 엄청난 실업 때문이었다. 또한 노동자, 빈민, 상당수의 중간계급이 영향을 받은 생계비 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재난은 지난 몇 주 동안 더 커지기만 했고, 이 사실은 임시 정부를 엄청나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적이고 사회 정의가 살아 있는 새로운 방글라데시를 건설하기 위한 포부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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