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보안법 재판 3인 항소심 선고:
형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마녀사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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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청주 평화운동가 3인의 항소심 선고가 이뤄졌다. 박응용·윤태영 씨에게는 각 징역 5년, 손종표 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앞서 지난 2월 1심 선고에서 박응용 등 3인은 무려 징역 12년이라는 터무니없는 중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1심 재판부가 검찰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피고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사실상의 간첩이라고 부당하게 찍은 것이다.
그러나 3인의 평화운동가들은 F-35 배치 반대 서명 운동 등 대중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운동을 벌였다.
심지어 1심 재판부는 보안법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해 중형 언도의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1심 선고 직전에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추가했다. 형량을 늘려 정치적 충격을 키우는 것이 검찰의 의도였고, 1심 재판부는 중형 선고로 화답했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재판부(대전고법 청주 제1형사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3인의 형량을 낮췄다.
“형량이 감형된 배경에는 범죄단체조직죄가 무죄로 뒤집힌 점이 크게 작용”했다(〈연합뉴스〉 10월 21일 자). 재판부는 범죄단체 조직 여부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범죄단체조직죄’ 기소가 애당초 터무니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항소심 재판부도 보안법 위반의 핵심 혐의들에 유죄를 선고했다. 박응용 씨 등 평화운동가들의 활동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게다가 1심 재판부가 무죄라고 본 보안법 6조 ‘잠입·탈출’에 대해서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보안법 6조 ‘잠입·탈출’은 “반국가단체[북한]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에서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사람을 처벌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납북 어부나 방북 인사들을 억울하게 간첩으로 만든 조항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북한을 다녀온 적도 없는 청주 활동가들에게 이 조항을 적용했다. 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북한 기관원을 만나도 ‘잠입·탈출’이라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교류를 위해 1인 시위, 서명 운동 등 평화적인 방식으로 실천해 온 사람들에게 징역 5년 선고도 터무니없는 마녀사냥이다. 청주 활동가들은 타인을 해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준 적도 없는 사람들이다.
평화운동가 3인 중 박응용 씨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어 언제 다시 병세가 악화될지 모른다. 선고 직후 그의 아들 박인해 씨는 “아버지 병세를 생각하면 앞으로 4년 넘게 감옥에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꼭 상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청주 평화운동가 3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또한 같은 사건으로 항소심을 따로 받는 박승실 씨에게도 무죄가 내려져야 한다.
비록 북한 관료는 (지배 계급이어서) 남한 좌파가 연대할 대상이 아니지만, 누군가 정치적 신념에 따라 북한 정부 인사들과 교류했다면 이는 그의 사상을 나름으로 일관되게 실천했다고 봐야 한다.
정치적 오류로 여겨지더라도, 그 정치적 신념을 평화적 방식으로 실천하려 했다면 이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로 온전히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