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서울):
거리의 뜨거운 지지 정서를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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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제58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이 열렸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 다양한 종교와 국적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종 학살을 더욱 강화하고, 레바논에도 폭격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열렸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를 맹폭해 10월 한 달 동안에만 1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레바논에서도 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벌써 150만 명이 피란을 떠났다.
또 최근 이스라엘 의회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 300만 명에게 교육·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기 때문에, 이 결정은 팔레스타인인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레바논 확전을 규탄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서방 정부들도 비판했다.
가자지구 출신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가 첫 발언을 했다. 그녀의 가족들은 현재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흐에 살고 있다. 그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굶겨 죽이려는 이스라엘의 ‘장군의 계획’을 폭로하고, 열악한 상황에도 저항을 이어 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지지를 호소했다.
“‘장군의 계획’은 가자 북부를 봉쇄해 구호품 지원을 가로막고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폭격해 피난처나 의료 서비스마저 완전히 파괴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것은 역사가 목격하고 있는 가장 끔찍한 형태의 인종 학살입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엄청난 군사적 우위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결에서 사실상 지고 있습니다. 그 땅의 진정한 주인인 팔레스타인인들은 그 어떤 무기도, 그 어떤 ‘장군의 계획’도 그들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할 것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실은 결국 승리할 것이고 역사는 시온주의자들에게 결코 자비롭지 않을 것입니다.”
“저항은 죽지 않는다”
이어서 미국인 활동가인 잭슨 씨와 앤서니 씨가 연단에 나왔다. 잭슨 씨는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유대인이다. 두 사람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돕는 활동을 하다 2주 전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추방됐다.
잭슨 씨와 앤서니 씨는 서안지구에서도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10월까지 정착민에 의한 폭력 사건은 200건을 넘겼으며, 유엔은 지난해 10월 이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736명이 살해당했다고 보고했다.
정착민의 폭력을 비호하는 이스라엘 당국은 이런 현실을 전하는 국제 연대 활동가들과 언론인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살해하거나 추방하고 있다.
“시온주의자들과 이스라엘 정부는 인종 학살과 점령을 정당화하려고 유대인의 역사와 그 정체성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식민 점령을 경험한 적 있는 한국을 포함해 그 동맹들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고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이름으로 학살을 저지르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우리는 야흐야 신와르, 하산 나스랄라, 이스마일 하니예, 그리고 모든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지도자들이 매일같이 보이는 굳건함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저항 세력의 머리를 하나 잘라 낼 때마다 두 개가 더 자라납니다. 미국에서, 한국, 레바논, 시리아, 예멘, 수단, 콩고,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저항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입니다.”
마지막 연설자인 재한 이집트인 하맘 씨는 이집트의 엘시시 정권이 팔레스타인을 그저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까지 공격을 확대해 그곳의 저항 세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이 전쟁을 확대하고 있는데도 어떤 국가도 행동하지 않고 있고, 그 와중에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기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스라엘에] 전쟁을 즉각 중단하고,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즉각 반입하라고 요구합니다. 겨울이 되기 전에 이런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절실합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인사동 거리와 광화문 주한 미대사관 앞을 거쳐 청계천 옆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한국인, 외국인 유학생 등이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테러리스트”를 외치며 힘차게 행진을 이끌었다.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승리의 브이를 하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호응했다.
특히 인사동에서는 한국에 관광차 온 많은 외국인들이 시위대를 보고 더욱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머리에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행진에 합류해 팻말을 들고 함께 구호를 따라 외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인사동길에서 행진에 합류한 튀르키예인 모녀에게 어떤 심정인지 묻자 딸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놀러 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시위와 마주치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계속 눈물을 흘리고 계신데] 저희는 무슬림으로서 팔레스타인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렇습니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대부분 팔레스타인을 지지합니다. 이스라엘의 학살이 빨리 끝나면 좋겠습니다.”
7~8명의 인도네시아인 여성들이 대열을 마주치자 눈물을 흘리며 팻말을 들고, 시위 참가자들과 포옹하며 한참을 지켜봤다. 그중 한 명은 “시위를 봐서 너무 좋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런 거리의 반응은 이스라엘의 학살에 분노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희망을 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행진을 마무리하며 서울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에서 활동하는 재한 팔레스타인인인 주마나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대학생 동아리가 서울대 ‘수박’, 고려대 ‘쿠피야’, 연세대 ‘얄라연세’뿐 아니라 최근에 한양대 ‘자이투나’도 생겼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11월 10일(일) 집중 행동의 날에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11·10 집중 행동의 날은 오후 2시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효령빌딩 앞)에서 열린다. 영어, 아랍어, 한국어뿐 아니라 벵골어, 인도네시아어 통·번역도 제공될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남은 1주일 동안 집중 행동의 날을 널리 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