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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 정책 전환,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집권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외교가의 공식을 모두 깨고 있는 듯 보인다. 트럼프는 가자지구에서 인종청소를 벌이고,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팽개치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미국으로 병탄하기를 원한다.

이를 그저 예측 불가능한 독재자의 행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자신의 세계 패권에 대한 전례 없는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든 등 다른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패권의 쇠락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나홀로 가는” 접근법을 더 선호한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응하는 것에 자원을 집중하려 한다 ⓒ출처 Donald Trump (엑스, 옛 트위터)

트럼프가 재선되자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선언했다.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 주도 전후 세계 질서의 종말을 나타낸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를 구축했다. 미국 제국주의는 식민 지배가 아니라 자국 기업들이 지배할 수 있는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에 기초했다.

1944년 브레튼우즈 회의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창설했다. 이를 “규칙 기반 질서”라 불렀지만, 사실 그 규칙들은 미국에 이롭게 조작됐다.

IMF와 세계은행, 달러의 위력 덕분에 미국은 경제적 수단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예컨대 IMF나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구제” 금융에는 언제나 조건이 따라붙었다.

이런 경제적 지배력은 나토(NATO) 등의 군사 동맹과 세계 도처에 깔린 미군 기지들의 네트워크로 뒷받침됐다. 나토는 자유주의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다. 그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벌이는 기구일 뿐이다.

1991년 냉전이 끝나자 미국은 이 “자유주의적” “규칙 기반” 질서의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이 유일한 군사적 초강대국이 됐다. 그러나 미국 지배계급의 일부는 수십 년 안에 치열한 경제적 경쟁,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 직면할 내다봤다.

2000년대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자신이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임을 각인시키려 했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에서 패배해 패권 위기가 가속화했다.

2016년 트럼프가 처음 당선했을 때 트럼프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졌다. 자유주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코헤인과 제프 콜건은 이렇게 썼다. “이런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다. 늦기 전에 자유주의 질서를 지킬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트럼프가 공세적으로 도박에 나선 것은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2018년 백악관은 미국이 직면한 주요한 도전이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강대국 간 경쟁”이라고 밝혔다.

2021년 트럼프 임기가 끝난 후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됐다. 중국의 위협은 줄곧 더 커졌다. 중국 인공지능 딥시크의 개발과 인기로 인한 미국 주식시장의 추락이 이를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정책 중 많은 것들을 심화시켰다. 바이든은 대(對)중국 무역전쟁을 지속했다. 바이든은 미국 제조업에 투자해서 대(對)중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바이든이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를 계속 중시한 반면, 트럼프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자원을 축내고 미국에 비용을 떠넘긴다고 본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 노선은 미국이 여러 동맹국과 맺은 “다자 협정”에 반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다자 협정”이 아니라 개별 국가들과 맺는 양자 협정에 더 집중하려 한다.

트럼프 집권 한 달은 제국주의 경쟁의 격화를 반영했다. 그 경쟁에는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스라엘 같은 지역 수준의 강국들도 뛰어들어 있다.

그린란드를 “갖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격화되는 경쟁에 대한 대응이다.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서 북서 항로가 점차 열리고 있다.

중요한 항로가 될 그곳에 대한 통제력을 두고 많은 국가들(중국 포함)이 경쟁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첨단 산업에 필수인 중요한 금속류(희토류)가 매장된 지역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가자지구 인종청소 구상도 중동에서 제국주의적 통제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전략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예컨대, 트럼프가 벌일 무역전쟁을 놓고 미국 지배계급이 분열할 수 있다.

트럼프가 철강·알루미늄에 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자동차 기업 포드의 최고 경영자 짐 팔리는 “커다란 비용과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팔리는 관세 정책을 뒤집으려고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로비하고 있다.

가자지구 인종청소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내각 안에서도 분열이 있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가자지구 주민 이주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에게 자신의 구상에 협조하지 않으면 지원을 끊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러나 아랍 정권들이 그 구상을 수용하면 중동에서 독재와 제국주의, 이스라엘에 맞선 반란이 촉발될 수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 지배자들은 2011년 ‘아랍의 봄’ 같은 일이 재연될까 봐 두려움에 몸서리를 친다. 혁명적 세력이 다시 분출한다면 이는 미국에 더 큰 위기를 안겨 줄 것이다.

트럼프는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담긴 모순들은 저항할 기회도 열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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