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제84차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성장하는 대중 저항이 팔레스타인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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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일요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이 주최한 여든네 번째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 집회·행진이 열렸다. 팔연사가 주최한 5월 11일(일) 나크바 77년 집중 행동의 날, 5월 15일 나크바의 날 대학생 행동 이후 열린 이번 집회에는 200여 명이 참가해 19개월째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들뿐 아니라 이집트·미국·영국·스페인·아르헨티나·레바논·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참가자들은 분노와 함께, 성장하는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일부라는 자부심도 내보였다.
사회자가 전날 미국·영국 등지에서 나크바를 기해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저들의 무시무시한 군사력으로도 국제적 연대의 분출은 막지 못하고 있다”고 선언하자,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첫 발언에 나선 팔레스타인계·아일랜드계 영국인 엠마 씨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그에 공모하는 서방을 맹렬히 규탄하며 저항과 연대의 지속을 호소했다.

“5월 15일에 우리는 나크바 77년을 되새겼습니다. 그러나 미국인 래퍼 매클무어가 노래했듯 ‘나크바는 끝나지 않았고 식민 점령자들은 거짓말합니다.’
“5월 15일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신무기를 사용해 그날 하루에만 200명 이상을 살해했습니다. 도움을 청하고 작별 인사를 전하는 현지 팔레스타인인들의 메시지가 SNS에 잇달아 올라왔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제가 온 영국 등 서방 식민 세력은 계속 거짓말합니다. 최근 영국 외무장관 데이비드 래미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30건을 중단하겠다며, 아직 수출하는 품목들은 방어 도구이지 공격 무기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영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에 폭탄·수류탄·어뢰·지뢰·미사일 등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영국 공군은 가자지구 상공에서 수시로 정찰 비행을 하며 이스라엘의 야만적 폭격을 돕고 있습니다. 실로 영국은 팔레스타인 땅을 식민 점령한 제1차세계대전 이래로 지금까지 줄곧 시온주의자들의 인종 학살에 공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들 모두에 맞서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칩시다.”
광화문 도심에 나온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또는 대열 옆 길가를 빼곡히 메우고 앉아 엠마 씨의 연설을 유심히 들었다. 차에 탄 사람들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다 차창을 내리고 연설을 듣는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희망
그다음 발언자인 대학생 강혜령 씨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맹렬히 규탄한 후, 5월 15일 신촌에서 열린 나크바의 날 대학생 행동 소식을 전했다.

“5월 15일에 신촌 연세로를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제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한 세대를 탄생시켰음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체제의 야만에 분노하며 태어난 새 세대들은 독재와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 정의와 민주주의를 쟁취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19개월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참가하고 있는 저는 제 자신을 자랑스러운 팔레스타인 세대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인종 학살에 맞서는 우리 세대의 탄생이 지배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도록 저항과 연대를 지속합시다.”
당찬 발언에 박수가 쏟아졌다. 휴대전화로 발언을 영상에 담던 행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레바논인 학자이자 활동가인 라니아 하페즈 씨가 뜻깊은 연대 발언을 했다. 하페즈 씨는 지난해 10월 6일 가자 학살 1년 국제 행동의 날 서울 집회에서 연설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가 영국 전쟁저지연합 부의장 크리스 나인햄에게서 직접 받은 연대 메시지를 대독했다. 전쟁저지연합은 전날인 5월 17일에 런던에서 50만 명 규모의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을 공동 주최한 연대체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 줬습니다.
“이 힘든 시기, 성장하는 대중 운동이야말로 팔레스타인과 전 세계에 한 줄기 희망입니다. 영국에서는 2023년 10월 이후 수십만 명 규모의 전국적 연대 시위를 스물다섯 차례 벌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시위 소식에 큰 용기를 얻습니다.
“영국에서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평화 시위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탄압은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여론전에서 패배하고 있음을 방증할 따름입니다.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우리가 다수입니다. 우리의 흔들림 없는 투쟁으로 심지어 기득권층 사이에서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거리 시위를 계속 벌입시다. 저항의 수위를 높입시다. 이 투쟁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투쟁이자 우리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입니다.”
하페즈 씨는 자신의 발언도 덧붙였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저들이 나머지 인류 모두에게 저지를 수 있는 짓입니다.
“팔레스타인이 해방되지 않는 한 세상 어느 누구도 해방될 수 없습니다. 계속 연대하고 저항합시다.” 참가자들은 힘찬 박수로 호응했다.
사회자는 해방을 향한 연대를 굳건히 이어 갈 것을 호소하며 기쁜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경찰이 팔연사 활동가들을 부당하게 소환 조사한 결과가 며칠 전에 모두 무혐의로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위축시키려는 경찰의 시도가 실패한 데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행진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도심 집회는 더 많은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도심 행진으로 이어졌다. 광화문네거리에서 출발한 대열이 종로를 거쳐 명동으로 행진할 동안, 횡단보도와 버스 정거장에 있던 사람들은 손을 흔들고 박수를 보내고 휴대전화에 행진의 활력을 담아 갔다. 어느 노부부는 손을 꼭 맞잡고 대열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만면에 가득 미소를 띈 채 고개를 끄덕이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몇 주 만에 명동 거리를 누빈 대열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온통 사로잡았다. 관광객들과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대열 양옆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대열을 촬영하는 모습이 마치 포토라인을 방불케 했다.
대열을 옆에서 따라 걸으며 연대의 의미로 주먹을 흔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쇼핑을 하던 인근 상점에서 서둘러 나와 대열에 열렬히 손을 흔드는 관광객도 있었다.
명동 거리를 빠져나와 을지로를 거쳐 대열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행진해 집회와 행진을 모두 마무리했다. 주최 측은 다음 서울 집회가 5월 25일(일) 오후 2시에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릴 것이라고 알리며 참가를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