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점거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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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시위 학생 70여 명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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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을 뒤흔든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농성 물결의 진원지인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트럼프 취임 이래 다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시작했다.
5월 7일(현지 시각) 쿠피예를 두른 컬럼비아대 학생 100여 명이 컬럼비아대학교 버틀러도서관을 기습 점거했다.
점거 학생들은 버틀러도서관의 이름을 ‘바젤 알아라즈 민중대학’으로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바젤 알아라즈는 2017년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된 팔레스타인 청년 투사다.
이것은 지난해에 벌인 투쟁을 재연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은 해밀턴홀을 점거하여 그 건물을 ‘힌드홀’로 개명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스라엘군이 잔혹하게 살해한 가자지구 소녀의 이름을 딴 것이다.
팔레스타인 깃발과 쿠피예, 현수막이 버틀러도서관을 수놓았다. 한 학생은 도서관 바닥에 큼지막하게 적었다. “팔레스타인을 위해 우리는 언제고 돌아올 것이다.”
학생들은 마흐무드 칼릴 등 구금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컬럼비아대학교 당국은 지난해 바이든 정부와 협조해 팔레스타인 연대 학생들을 징계, 소송, 고발 등으로 공격했다. 민주당 시정부 하의 뉴욕시 경찰은 연대자들을 체포했다.
트럼프 정부도 중무장한 이민세관단속국(ICE) 부대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탄압했다. 그리고 컬럼비아대 점거 운동의 리더 마흐무드 칼릴을 납치·구금했다. 학교 당국은 이를 묵인했다.
이번에도 컬럼비아대 당국은 경찰에 진압을 요청했다. 중무장한 시위 진압 경찰이 도서관에 난입해 학생 70여 명을 포박 연행했다. 뉴욕시의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은 같은 날 연행자 석방을 촉구하며 컬럼비아대 앞 도로와 뉴욕 시내에서 행진했다.
“탄압은 저항을 낳는다”
이번 행동은 탄압이 언제까지나 저항을 억누를 수는 없음을 보여 줬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컬럼비아대학교 아파르트헤이트 투자 철회’(CUAD)는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탄압은 저항을 낳는다. 학교 당국이 탄압을 강화하면 우리는 캠퍼스 운영에 더 많은 차질을 줄 것이다.”

컬럼비아대의 행동은 다른 대학가에서 잇달아 일어나는 투쟁의 일부다. “진보적 유대인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언론 몬도와이스는 컬럼비아대 점거 전 며칠 동안 워싱턴대학교·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도 캠퍼스 건물 점거와 천막 농성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컬럼비아대 점거 다음 날인 5월 8일에는 컬럼비아대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뉴욕시립대학교 브루클린칼리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천막 농성이 시작됐다.
학생과 교직원 수십 명이 학내 광장에 천막을 여러 동 설치하고 이 광장을 “하산 아야드 해방구”로 명명했다. 며칠 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14세 팔레스타인인 소년 가수 하산 아야드를 기린 것이다.
히잡을 쓴 여성들이 농성의 선두에 섰다. 농성장에서 무슬림 학생들이 기도하는 동안 비(非)무슬림 학생들은 그들이 안전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서로 팔짱을 끼고 인간 벽을 만들었다.
뉴욕시립대 당국은 캠퍼스를 폐쇄하고 경찰을 불렀다. 중무장한 경찰 기동대 수백 명이 캠퍼스에 난입해 테이저건을 쏘며 학생들을 폭력 연행했다.
경찰 폭력은 미국 국가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지만, 동시에 그들이 초조해하고 있음도 보여 준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지난 5월 1일에는 노동절을 맞아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800개 넘는 집회·행진을 벌였다. 전국적 반트럼프 운동 물결 속에서 LA 공공부문 노동자 5만 5000명의 파업이 일어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이러한 반트럼프 운동에서 마중물 구실을 했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부터 무자비한 탄압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지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용감히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 팔레스타인 연대 학생 운동의 상징인 컬럼비아대에서 다시 전투적 행동이 일어난 것이다. 대학생들의 시위가 확산된다면 더 큰 반트럼프 운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대해 신경질을 부렸다. “컬럼비아대 도서관을 점거한 침입자, 기물 파손자들의 비자를 검토하고 있다. 친(親)하마스 폭도는 이 위대한 나라에서 더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야말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취임 100일 지지율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을 통틀어 가장 낮다.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해외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도 영감을 준 바 있다. 서울대학교의 팔레스타인 연대 학생들이 4월 15일에 학교를 방문한 미국 하원의원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반트럼프 운동의 물길를 열었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캠퍼스에서 다시금 강력하게 분출한다면, 반트럼프 운동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모두에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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