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서비스로 그치는 중국 정부의 ‘팔레스타인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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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은 가자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 학살을 멈추지 않고 있고, 미국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이 나서면 이스라엘의 만행을 중단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중국은 중동의 두 앙숙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재해 교류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도록 했다(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미국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는 점도 중국의 구실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5월 30일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랍 협력포럼 10차 각료회의에 참가해 가자 휴전,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반대,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두 국가 방안 등을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당국(PA)을 포함한 아랍 각료들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중국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실은 겉보기와 다르다. 중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중단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이 이스라엘과 맺어 온 관계를 고려할 때 이스라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기 힘들고, 더 나아가 중국은 중동에서의 자본주의 질서 자체를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질서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중국 건국 직후인 1950년에 이스라엘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주권국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때는 냉전 분위기 속에 양국 관계가 수교나 상호협력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
냉전 해체 이후 1992년에 양국의 수교가 이뤄졌다. 중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정치·경제적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현재 중국은 이스라엘의 3대 교역국이다.
중국은 군사 무기 개발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이스라엘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중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군사 협력은 공식 외교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던 1980년대부터 이미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첨단 무기를 중국에 판매했고, 중국의 탱크와 전투기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1989년 톈안먼 항쟁 이후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견제할 때 중국은 미국·유럽·러시아에게 구할 수 없는 신기술 또는 무기들을 이스라엘을 통해 확보했다. 조기 경보 레이더와 통신 위성 등이 그런 예들이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중국의 2위 무기 공급국으로 발돋움했다. 오늘날에도 중국은 이스라엘 항공 및 방위 산업의 최대 시장이다.
중국 해군 함대가 이스라엘 하이파 군사기지에 정박하는 등 두 국가 사이의 군사 교류도 활발하다. 2018년에는 하이파 북항의 180에이커 부지가 상하이국제항만그룹(SIPG)에 25년간 임대됐다. 중국에게 이 거래는 중동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수단이었고, 이스라엘은 이 거래를 이용해 미국에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자 했다. 그 때문에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이스라엘을 향해 우려와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두 국가 사이의 경제적 교류도 활발하다. 2010년 이후 중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해 왔는데, 제약·의료기기·인공지능·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 분야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 2014~2016년 사이 이스라엘 첨단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는 5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두 배 증가했다.
2015년 3월 이스라엘은 중국의 일대일로를 위한 자금 조달 창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했고, 2019년에는 두 국가 사이에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이 추진되기도 했다.
중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세 이후 삐거덕거리고 있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중국이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은 것에 커다란 실망감을 드러냈고, 중국 외교부 부장 왕이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벌인 행위는 자기방어권을 넘어선다고 비판했다. 2023년 12월 중국이 이스라엘행 전자 부품의 선적을 지연시키자 이스라엘은 중국이 운영하는 하이파 북항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스라엘과의 군사·경제적 협력 관계를 근본적으로 뒤집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로
한편, 미국과 영국이 예멘의 후티를 공격했을 때 중국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후티를 지지한다고 보면 오산이다. 중국은 이란이 후티를 단속하기를 바란다.
후티의 상선 공격은 중국 기업들에게도 운임료 상승의 부담을 안기고, 중국의 이란산 석유 수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중국은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팔 전쟁 같은 지정학적 갈등이나 2011년 아랍 혁명처럼 기성 중동 질서에 대한 거대한 도전이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중국도 중동에서 자본주의 질서가 유지되는 것에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이-팔 전쟁으로 인한 중동에서의 긴장 국면을 위기에 빠진 미국의 영향력을 자신들이 대체할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이스라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당국(PA)과 아랍 국가들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아랍 국가들 편에 서는 것이 지정학적 관점에서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남반부 국가들을 포섭하고 브릭스 플러스를 주도하면서 미국에 대적할 영향력을 갖고자 한다.
하지만 중국의 ‘팔레스타인 지지’는 순전히 입발림일 뿐이다. 중국은 이스라엘의 만행을 저지하거나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두 국가 방안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또, 이스라엘의 3대 교역국으로서 이스라엘에 휴전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단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대학수능시험에 해당하는 가오카오(高考)를 끝낸 고등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묻는 관례가 있다. 고등학생들은 좋은 회사 취직이나 원하는 대학 입학 등의 희망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특별하게도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담은 짧은 영상이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 메신저인 ‘더우인’에서는 헤이룽장성의 어떤 시험장에서 한 고등학생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나오는 영상이 올라왔다. 장쑤성에서는 가오카오를 마친 두 고등학생이 팔레스타인 깃발과 중국 국기를 펼치다 경비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중부 허난성의 교과서를 발행하는 한 출판사가 위챗에 올린 인터뷰 영상에서는 한 학생이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독립할 것이다)”를 장래 희망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런 영상들이 많은 조회수와 ‘좋아요,’ ‘공유’ 등 큰 호응을 받고 있지만 일부 원본 클립은 이유 없이 삭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분노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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