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가 추동하는 “세계 질서의 파열”을 확인한 다보스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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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 고지대인 다보스에서 매년 1월에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은 보통 기업인들과 그 주변 무리가 모여서 잘난 척하는 자리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서방 자본주의 내의 큰 균열을 훤히 드러내는 자리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에 앞서 그의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와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연설을 했다. 러트닉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기성 질서를 옹호하러 다보스에 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 정면 대결하러 가는 것이다 … 이제 자본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보안관을 맞이하게 됐다.”
그런데 특히 유럽의 동맹국들을 겁박한 두 장관의 언사와 달리, 정작 “보안관” 자신이 회담장에서 전한 메시지는 다소 맥 빠진 것이었다. 트럼프는 덴마크의 식민지인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병합하겠다는 위협을 거둬들였고, 그린란드 병합에 맞서는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이런 후퇴는 익숙한 패턴, 즉 타코(TACO)다. ‘트럼프는 언제나 먼저 꼬리를 내린다’는 뜻이다.이 말을 고안한 〈파이낸셜 타임스〉의 로버트 암스트롱는 트럼프가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다가 금융 시장이 급격히 나빠지면 뒷걸음질치는 경향을 지적했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가 다보스에 도착하기 전날인 지난주 화요일에도 미국 주식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대기업주들은 대놓고 트럼프를 거스르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매우 조심해 왔다. 그러나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는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개별 주체는 특정해서 본 때를 보이는 게 가능하다. … 그러나 ‘시장’은 익명성을 띤다. 똑같은 식으로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보복할 수 없는 것이다.”
트럼프가 후퇴했다고 해서, 다보스에 모인 기업인들이 무척 사랑했던 자유주의적 미국 주도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를 매우 분명하게 지적한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의 연설에 기업인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카니는 지금이 “세계 질서의 파열, 달콤한 허상의 종식, 혹독한 현실의 시작”이고 “거대 강대국들의 지정학이 아무런 제한이나 제약도 받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규칙 기반 질서는 언제나 “부분적으로는 거짓”이었다고 카니는 인정했다. 이것은 실제 현실에 훨씬 못 미치는 평가다. 1965~1966년 인도네시아에서 공산당을 지지했다는 혐의로 50~100만 명이 도륙당한 일이 그 질서하에서 벌어졌다.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캐나다, 영국 같은 자유주의적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 질서와 미국과의 동맹에서 득을 봤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 동맹을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의 위상을 격하시키려 한다.
지난주 후반에 발표된 《미국 국방 전략(NDS)》은 트럼프의 의중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문서는 미국이 세계 지배에서부터 서반구로 후퇴하는 것이 아님을 명약관화하게 밝히고 있다. 또, 그 문서는 미국 국방부의 “주안점”을 몇 가지 적시하는데, 첫째 당연히 “미국 본토 방어”다. 이는 그린란드를 포함한 서반구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둘째 주안점은 “대결이 아닌 힘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확히 국방부 정책차관 엘브리지 콜비가 수년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장악해 미국의 세계 패권을 무너뜨리지 못하게 하려면 미국이 “거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콜비의 주장이다.
콜비는 또한 유럽 국가들이 자국 방위 부담의 대부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NDS의 셋째 주안점(“미국의 동맹 및 파트너의 안보 분담 확대”)에 반영돼 있다. NDS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유럽과 다른 전장[특히 한반도 — 알렉스 캘리니코스]에서 동맹국들은 미국보다 자신들에게 더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는 일에 앞장서게 될 것이다. 미국은 결정적인, 그러나 더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특히 유럽에 큰 문제를 낳는데, 그간 유럽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유럽 지배자들은 허둥지둥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카니는 “중견국”들끼리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카니가 밟은 첫걸음은 국내에서 긴축과 재무장을 추진하고, 국외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후자에 대응해 트럼프는 캐나다산 수입품에 100퍼센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렇듯 워싱턴의 보안관은 여전히 서슬이 퍼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