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트럼프 관세 재인상 선언:
이재명 “실용 외교”의 한계를 드러낸 트럼프의 견제구

트럼프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퍼센트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를 지연시키는 등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유다.

트럼프의 폭탄 선언에 산업부 장관 김정관이 부랴부랴 미국으로 달려가 미국 상무장관 러트닉을 두 차례나 만났지만, 별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트럼프의 관세 재인상 선언이 단순한 시선 돌리기이므로 좀 더 시간을 끌어 보자는 일각의 반응에 대해, 김 장관은 “관보 게재를 준비하고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발표 사흘 전, 미국 부통령 밴스가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 처벌 자제하라’고 경고한 일이나, 한국에서 추진되는 플랫폼법 제정을 놓고 미국 정부와 하원이 무역협정(팩트시트)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도 관세 재인상 발표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 합의 자체를 파기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는 발표 다음날,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1월 30일에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한국의 미국 조선업 투자를 자신이 이룬 중요 성과로 거론했다.

일차적으로는, 한국 측의 투자 약속이 조기에 집행되도록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 전에 법안이 한국 국회를 통과하면 더 좋겠지만, 늦어도 중간선거 전에는 한국의 투자가 집행돼야 한다고 여길 법하다.

동시에, 이재명 정부가 딴생각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트럼프에게 무역협상은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대중국 견제 전략의 일부다 ⓒ출처 청와대

트럼프가 관세 재인상을 발표한 시점에 대통령 비서실장 강훈식은 김정관과 함께 ‘전략 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하고 있었다. 잠수함 수출 등 방산 진출이 주요 목표였지만, HD현대중공업과 현대차 등 대기업 고위 관계자도 동행했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으로 스텔란티스, GM 등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틈에 한국 정부가 캐나다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 하자 자신의 전략에 구멍을 내는 것으로 여겼을 법하다. 특히, 캐나다 총리 카니가 트럼프의 최대 목표인 대중국 압박에 협조하지 않는 데 트럼프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

캐나다 총리 카니는 1월 1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나고 양국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21일 다포스 포럼 연설에서 카니는 ‘규칙 기반 세계 질서’의 종말을 선언하며 미국에 맞선 ‘중견국’들의 연대를 주창하기도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또다시 카니를 “주(州)지사”로 부르며, “중국과 무역 협상을 맺으면 캐나다산 상품에 100퍼센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와중에 이재명 정부 핵심 인사들과 기업인들이 캐나다를 방문해 무역 협상을 벌이자 트럼프가 강한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연초에 중국을 방문해 관계 개선을 시도한 것도 트럼프의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특히, 4대 그룹 총수 등 기업주들을 대거 거느리고 시진핑을 찾아간 것은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충실히 협력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심케 했을 법하다.

실제로 정부·여당 내에는 대미 투자를 당장 집행하지 말고, 연방대법원 판결을 지켜보며 시간을 끌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등 정부 부처들은 좀 더 속도를 내라는 미국 측의 서한에 답하지 않은 채 보름 가까이 묵혀 두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와 플랫폼법 제정 등이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돕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듯도 하다(쿠팡의 로비도 작용했겠지만).

트럼프의 관세 재인상 압박은 트럼프가 즉흥적이고 개인적인 이익에 집착할 뿐, 국제 질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여기는 일각의 관측이 조야한 단견임을 보여 준다.

이들 중 자유주의자들은 전후 미국이 주도해 온 규칙 기반 질서가 합리적이고 따라서 지속 가능한 국제 질서인 것처럼 여기는데, 이는 현실을 거꾸로 보는 것이다.

제국주의는 규칙의 ‘합리성’을 최우선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합리성이 아니라 열강의 이해관계가 현대 국제 질서를 규정한다. 지배자들은 가능하면 동의를 구하지만 필요하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그람시의 지적이 제국주의적 국제 질서에 오히려 적용된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에 반발하는 유럽에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드는 한편, 이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하자 이를 차단하려 한다.

캐나다·한국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영국 총리 스타머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났고, 영국의 유명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에 대규모 투자 약속을 했다. 트럼프가 제약 부문에서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와중에 말이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가 미국 노동계급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약속한 관세 압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의심을 키울 수 있고, 그것이 중간선거 등에 악재로 작용할까 봐 트럼프는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틈새에서 실익을 챙기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는 설 자리가 급속히 협소해지고 있다.

정세현 등 외교가 ‘자주파’의 대안도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압력에 적당히 대처하면서 북한(과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국내의 우파와 극우는 물론이고 이들과 연관된 미국 극우 세력을 자극해 트럼프 정부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당시 “숙청과 혁명” 운운하며 극우에 대한 공격에 한계선을 그은 바 있다.

제국주의 질서의 일부인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런 소용돌이를 완화시키거나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는커녕 경쟁과 대립을 더욱 격화시키는 구실을 할 뿐이다.

이재명 정부에게서 독립적인 반제국주의 운동이 국내에서도 건설돼야 하는 이유다. 또한 자본가들의 이익을 뜻하는 ‘국익’이 아니라, 무역협상의 부담을 노동계급에 전가하려는 시도에 맞서 노동계급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카카오톡 채널, 이메일 구독,
매일 아침 〈노동자 연대〉
기사를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 설치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