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정치활동 금지법 폐기하라: 오픈넷을 지지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1월 28일 사단법인 오픈넷이 외국인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2항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강제 퇴거까지 할 수 있다.
이 조항의 기원은 반독재 저항과 국제 연대를 가로막으려는 박정희 정부로 거슬러 간다.
1974년 한국에서 노동운동을 돕던 미국인 선교사 조지 오글(한국명 오명걸) 목사가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박정희 정권은 오글 목사를 강제추방했다.
그리고는 1977년 출입국관리법에 외국인의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정치적 의견과 사상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할 민주적 기본권이다. 단지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민주적 권리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다.
오픈넷은 해당 조항으로 인해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전반적인 사회 활동과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저해, 위축되고 있다”며 헌법소원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번 오픈넷 헌법소원의 청구인들은 기후 위기 대응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로, 해당 조항 때문에 “국내의 기후, 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한 ... 의견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이나 집회, 시위, 캠페인 등에 자유로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 명으로, 한국 인구 전체의 5.4퍼센트에 이른다. 이들은 열악한 일자리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등 한국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또, 이주민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의 법·제도, 선출된 정치인들이 내리는 결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그런 정책을 결정하는 자들에게 이주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배타적 민족주의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를 지지하는 자들(특히 극우)은 국적이나 민족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배타적 민족주의에 근거한다.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최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경우에 한해서 지방선거에만 허용되는 외국인의 투표권을 그나마 더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년 전 윤석열의 지원을 받아 국힘 경기도지사로 출마했던 김은혜가 했던 주장을 다시 개진한 것이다.
이주민의 다수가 중국 국적자임을 겨냥해 ‘혐중’을 선동하고, 확실한 친미 노선을 선거에서의 표지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적이나 민족에 따른 이해관계보다 계급에 따른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고 선차적 영향을 발휘한다. 윤석열 쿠데타 지지 세력과 쿠데타를 맨몸으로 막아 선 노동자 등 서민 대중은 서로 그 이해관계가 다르다. 많은 재한 이주민들은 윤석열 파면 소식에 한국인들 못지 않게 안도했다.
미국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주민 단속과 그에 맞선 대중의 저항도 마찬가지 사례다. 국적과 인종을 넘어 단결한 저항이 승리해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트럼프에 제동을 건다면 이는 전 세계 노동자·대중에게 이익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정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조건을 조금이나마 향상시킨다면 사용자들에게는 손해겠지만,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하향 압력을 줄여 이익이 될 것이다.
이주민·난민을 주시하는 정부
세계화가 촉진되고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도 대폭 늘어난 오늘날, 이주민들의 정치 활동은 한국의 사회운동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이주민·난민들은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활력을 전달하는 매개자이다.
이집트인 난민들의 난민 인정 촉구 행동 등 이주민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은 이를 억누르는 데에 이용될 것이다.
예컨대 정부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초기 지도부(모두 노동자연대(당시 이름 다함께) 회원이었던)를 거듭 표적 단속으로 추방했다. 추방의 직접적인 명분은 미등록 체류였지만, 정부는 그들이 고용허가제 폐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한미FTA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정치적 시위활동에도 적극 가담”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2024년 1월경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이 와서 이주민·난민 참가자들을 사찰·감시하다 주최 측에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자본주의의 다중 위기와 제국주의 갈등의 격화로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격변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주민들의 정치 활동도 활발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의식하며 통제를 강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선 경찰서에 정보과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외사과도 강화했다. 난민들의 사회 활동을 억압하는 난민법 개악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의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은 그 일환이다.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은 폐기돼야 마땅하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위헌 판결을 내려야 한다. 오픈넷을 지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