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의 기본 성격과 세계적 맥락
〈노동자 연대〉 구독
이것은 본질적으로 제국주의 문제다
일본 아베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에 관한 대
이 일은 어느 날 느닷없이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최근 한
게다가 8월 2일 일본은 대한국 수출 규제를 확대하는 조처를 내놨다. 아베 정부는 한국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각의를 열어, 한국을
이제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한국 기업들은 첨단소재, 전자, 통신, 센서, 항법 장치 등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최대 1100여 개 품목에 대해 일본 당국의 개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해, 통관 절차 통제로 한국을 압박하려고 한다. 화이트 리스트 제외에는 또한, 한국이 전략 물자를 공유할 만한 동맹국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보내어 한국에 대한 정치적 압박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도 있다.
일본 아베 정부가 수출 규제 조처를 내리며 한국을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는 미국
1960년대 초 당시 미국은 일본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나눠 맡기를 원했다. 그리고 서독이 서유럽을 맡는 이른바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화답했다. 1960년 미
결과적으로 1965년 한일협정은 한
한국 지배자들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하에서, 또 미국의 촉구 속에 자본축적
물론 이 화해는 일제 강점 경험이 생생한 한국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 후에도 일본 과거사 문제는 현대 일본 제국주의의 재부상에 대한 우려와 중첩돼, 대중적 반발을 부를 잠재적 폭탄으로 남아 있었다.
일본 과거사 문제는 21세기 한
이 맥락 속에서 한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도 원했다. 미국과 일본의 구상대로 되려면, 한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 관계 발전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일본 과거사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2012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몰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당연히 미국은 이런 상황을 못마땅해 했다. 2015년 2월 힐러리 클린턴의 외교 책사이자 당시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웬디 셔먼은 한 연설에서 한국 지도자들이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에서
2015년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한
그러나 당연히 한
문재인 정부는 이런 여론을 의식해야 했다. 그래서 한
따라서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조처는 자국의 대외 정책이 어그러진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성격이 강하다. 더구나 일본 지배자들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위기감이 상당하다. 그리고 제국주의 체제 내에서 자국의 위상을 어떻게 지킬지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이 점이 한국에 대해 지금처럼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2010년 일본은 경제 규모에서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 댜오위다오


중국의 추월은 일본 경제의 상대적 비중 하락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동아시아 전체에서 일본 국내총생산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력 비중 변화는 국가 간 권력 관계의 변화를 수반했다. 오랫동안 일본 경제의 앞마당처럼 여겨지던 동남아시아에서 이제 중국의 존재가 더 부각됐다. 동아시아 지역의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일본의 상대적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아베 정부는 바로 이런 위기감 속에서 출범한 정부다. 아베 정부가 헌법에 대한 해석을 바꾸어
전통적으로 일본은 한반도를 제국주의적 안보의 최전선으로 인식하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최근의 세력관계 변화로 인해 한국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긴밀해진 한국이 혹시 훗날 중국과 제휴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한
이제 일본은 자국의 제국주의적 위상을 지키고자, 트럼프가 했던 것처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라는 보호무역 조처까지 꺼내 들었다. 한
다른 한 짝인 미국 제국주의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은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해야 함을 의미한다. 미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유착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의 행보도 미국의 아시아
미국은 일본 과거 침략사 청산 문제에서 이미 원죄가 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천황제를 비롯한 일본의 구질서를 존속시켰다. 그리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으로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 문제에서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
그래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과 일본이 맺은 주요 외교 합의들은 모두 미국
지금도 이 상황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미국은 대중국 견제에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한다. 미국 국방부가 올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
그리고 8월 6일 존 볼턴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 방어를 위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코앞인 한국에 중국을 타격할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얘기다. 중국은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한국이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중재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민족주의 문제는 어떤가?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 조처를 단행하자 한국 내에서는 민족주의적 공분이 일었다. 진보
그러나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한국의 경제적
그러므로 국제주의자로서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지금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지지할 수 없다.
우선 자본의 국제적 통합과 제국주의를 구분해야 한다. 일부 좌파적 민족주의자들은 자본의 통합을 제국주의와 동일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세계경제와 단절한 민족적
그러나 나라 간 생산과 시장의 통합을 촉진하는 경제적 과정인 자본의 국제적 통합은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서로 경쟁하는 체제인 제국주의 자체와는 구분된다.
불매운동이 언론의 인기를 끄는 와중에, 지금이 일본한테서 기술
일본산 상품을 거부하는 게 노동계급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일본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들에게 불매운동은 득이 될 수 있을까?
이처럼 불매운동의 저변에 깔린 논리는 여러 문제를 가져다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 노동자들을 민족주의적 방향으로 이끌어 한국 자본가 계급과 유대감을 느끼게 만든다. 다른 한편, 한국 노동계급을 일본 노동계급과 정서적으로 단절케 만든다.
실제로 적잖은 진보파들은 한
게다가 오늘날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와 단절하고 이른바
이처럼, 한국 지배계급은 정당을 막론하고 세계 자본주의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에 반발하며 일관되게 저항할 듯한 모양새를 보여 왔다. 문재인 스스로
그러나 사실 김대중
그러나 이듬해 일본이 독도 문제로 도발해 오자 노무현은 태도를 바꿔 일본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일회담 당시의 비공개 외교 문서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나 2005년 8월, 당시 국무총리 이해찬
당시 민관공동위는 이전 정부와 다르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민관공동위 백서에는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민관공동위는 백서에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인데, 노무현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배상을 위해 애쓰기는커녕 자신들이 청구 대상이라고 말해 놓은 위안부 피해자,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 문제 해결에서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한국 자본주의가 일본과 맺고 있는 관계를 의식한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낳을 경제적 손실에 주된 관심이 있고, 여기에 대응하고 항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가장 핵심적 문제인 제국주의에 저항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핵심 문제인 한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서 일관성이 없었다. 화해
최근 문재인 정부는 일본이 협상에 응한다면 전에 제시한
현재 정의당, 민중당을 비롯한 한국의 진보파들은 모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한편, 문재인 정부는
아쉽게도 진보계 다수파는 지소미아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를 폭로하거나 차이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진보계 다수가 주축이 돼 구성한 연합체
진보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일본 아베 정부가 반발해 지금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
반면 지금 문재인 정부와 대기업들은 일본산 불매운동
삼성은 반도체 부문에서 주52시간제를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의 복심인 양정철은 수출 대기업은 국가대표 기업이요, 삼성은 슈퍼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좌파적 민족주의는 이런 부르주아적
그래서 한
맺음말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불매운동 같은 민족주의적
일본 아베 정부의 개헌 시도와 무장 강화 시도에 반대하고, 미국이 계획하고 일본이 앞장서며 한국이 협력하는 아시아
이 점에서 우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반대 같은 운동의 의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을 견제할 다국적 함대 구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 바다를 통과하는 석유에 한
한
이런 일에 항의하는 게 진정한 반제국주의 운동 건설의 출발이 될 수 있다. 비록 그 호응이 크지 않고 소수에서 출발하는 운동일지라도, 그런 방향을 향해 인내심 있게 나아가는 좌파가 지금 있느냐 없느냐는 훗날 미래의 결과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 혁명적 좌파는 스스로 그런 잠재적으로 결정적인 변수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