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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경제는 살아날까?

다음은 5월 9일(현지 시각)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주최한 ‘맑시즘 온라인 2021’에서 열린 같은 제목의 토론회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와 SWP 중앙위원이자 혁명적 좌파 이론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인 조셉 추나라가 한 강연을 녹취·번역한 것이다. [ ] 안의 내용은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가한 것이다. 녹취를 해 준 이은혜 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마이클 로버츠 — ‘반짝’ 회복인가, 지속적 회복인가, 누구의 회복인가?

ⓒ출처 SWP TV

“팬데믹 이후 시장이 반등할까?”는 약간 당혹스런 물음이다. 어제[5월 7일] 밤이나 오늘 아침 〈파이낸셜 타임스〉나 뉴스를 봤다면 알겠지만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상승 마감했다. 채권 시장도 계속 활황세이고, 금융자산 가격에 대체로 열광하는 분위기가 있다.

사실, 애초에 추락한 적이 없으니 반등도 없었다. 금융 시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통제가 시작되던 2020년 3월 아주 잠깐 추락했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회복됐고, 그 후 줄곧 상승세 일변도였다. 적어도 전 세계 주식 시장은 그랬다.

하지만 다른 보도를 보면, 미국 고용 시장은 정체한 듯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서비스 부문 등이 다시 가동되면서 지난달까지 회복되던 일자리가 이제는 더 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년 전 일자리가 없던 미국인 중 약 850만 명은 여전히 일자리가 없다. 이는 여전히 커다란 문제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쳐도 ─ 코로나19 팬데믹 피해가 훨씬 심각한 세계 나머지 나라들은 고사하고 ─ 주요 선진국 경제에서라도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할 만큼 경제가 반등하고 그 수준을 유지할까?

‘슈거 러시’[단것을 먹고 반짝 활기를 되찾는 것]인가 지속적 회복인가? 이것이 이 짧은 강연의 제목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게 할 만큼 지속성 있는 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북반구에서 말이다. 물론, 다른 곳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며, 팬데믹도 분명 끝나지 않았다.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돈을 풀고 있지만 경제가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은 적다 ⓒ출처 Anastasya Eliseeva/NEW FRAME

시장이 반등하는가? 주식 시장은 분명 반등했다. 미국 증시는 팬데믹 시작 직후 하락했지만, 이후 1년 반 동안 로켓처럼 치솟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은 은행·기업에게서 채권을 잔뜩 사들이고 이를 위해 돈을 찍어 냈다. 그렇게 해서 금융 체계 전반에 막대한 돈을 주입했다.

이 돈은 대부분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이지 않았다. 경제가 멈춘 탓도 있었지만, 은행이 그 돈을 잔뜩 쌓아 두고는 이 값싼 돈을 주식 시장 투기에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프1을 보면 연준이 보유한 자산이 늘어나자[찍어 낸 돈이 늘어나자], 주가도 뒤따라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해가 지나면서 금융 부문 투자량은 극적으로 늘었지만 고용과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 부문에 대한 투자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 더 길게 보면 이 추세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미국 경제 규모 대비 민간 부문 금융 자산에 대한 투자는 1980년대 초 약 2.5퍼센트에서 현재 약 6.5퍼센트로 올랐다. 이 수치는 특히 코로나19 슬럼프 때 수직 상승했다.

연준의 자금 투입과 금융 투기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현재 엄청나게 가속화하고 있다. 주식 투기꾼, 막대한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 금융 기관들 입장에서는 지금만큼 좋은 때가 없을 것이다.

고도의 독점을 구가하는 소수의 IT 대기업들,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도 그럴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모두 팬데믹 동안 이윤이 크게 늘었다.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을 배달하면서 수익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주식 시장이 크게 확장하고, 시장이 반등했으며, 미국 기술 부문 대기업들이 팬데믹 동안 엄청난 실적을 냈다.

그 결과, 미국 최고 400대 부자의 부는 크게 늘었다.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미국 국민총생산(GDP)의 15퍼센트에 이르는 부를 소유하고 있던 이들은 이제 GDP의 2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은 추락한 적이 없다. 세계 최대 자본주의 경제국의 극소수 엘리트의 부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나머지 세계에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나머지 사람들의 수입, 생산, 고용 상황에도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IMF에 따르면, 2020년은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평시 경기 수축”이 벌어진 해다. 산출, 고용,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그만큼 심각하게 악화했다. 15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2021년 1인당 소득이 2019년보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이 되도 그런 나라는 약 110개국이나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의 생계, 노동 조건, 어떤 수준으로든 생활 수준을 유지할 능력과 관련해 화폐로 측정할 수 있는 자원들, 즉 산출량의 누적 손실은 2020~2025년 동안 약 2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 GDP의 20퍼센트가 넘는 양이다. IMF 추산에 따르면 2020~2022년 1인당 소득은 팬데믹 슬럼프가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와 비교해, 선진국에서 12퍼센트, 중국을 제외한 신흥공업국에서는 최대 20퍼센트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금융 시장은 잘 나갔고 극소수 엘리트도 잘 나갔지만 전 세계 압도 다수 대중은 코로나19 슬럼프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슬럼프

경기 회복이 오고 있다. 그러나 유지될 수 있을까?

상황을 간단히 훑어보면, 미국은 꽤 빠르게 회복하는 듯하고, 중국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은 아직 아등바등하고 있고 시간이 훨씬 더 걸릴 것 같다. 인도는 팬데믹이 심각해 중국처럼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은 적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미국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막대한 돈을 투입했다.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은 정부 지출과 조처 등으로 다른 나라보다 경제를 더 활성화하려 한다.

이것이 효과가 있을까? 세 가지 이유에서 그렇지 않을 것이다.

첫째, 민간 부문의 이윤율이 여전히 매우 낮다. 그래프2는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의 민간 부문 이윤율을 측정한 것이다. 민간 부문 이윤율은 이미 팬데믹 직전에 역대 최악에 근접했다. 현재 이 수치는 1960년대의 높은 수준이나 신자유주의에 의한 회복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프3은 미국의 비금융 부문 이윤율이 역사적으로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였음을 보여 준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서는 역대 최악으로 낮아졌다. 매우 빠른 회복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하려면 이윤율이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이윤율은 매우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잘 굴러가려면 수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 부채가 많은 부실 기업들이 청산돼야 한다. 체제를 정리하고 정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살아남은 더 건실한 기업들이 시장 지분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런 ‘창조적 파괴’를 거쳐 자본주의는 다시 성장할 조건을 만들어 낸다.

이번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의 기업들이 여전히 지고 있는 부채 수준을 보라. 지난 150년 동안 이렇게 높은 적이 없었다.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중 역시 기록적 수준이다.

동시에, 미국뿐 아니라 유럽·일본 등지에는 수익을 못 내서 이윤도 못 남기고 이자만 겨우 감당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좀비 기업’이 전체 기업의 약 15~20퍼센트에 이른다(그래프4). 이들은 근근이 버티며 일정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임금을 주고는 있지만 진정한 투자는 못 하고 운영 비용만 충당하고 있다. 그게 전부고 그렇게라도 하면 다행인 그런 처지다.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올해 투자 수준은 지난해보다 낮을 것이다. 경제가 재가동되더라도 민간 부문이 실제로 활기를 띨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IMF는 선진국 경제 전반의 낮은 GDP 대비 투자 수준이 2022년에도 별로 오르지 않을 것(22.4퍼센트)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지금의 회복세는 창조적 파괴, 즉 자본주의 경제를 202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조건을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주요 경제에서 이윤율은 여전히 심각하게 하락하는 추세다. 생산력을 키워 경제를 성장시키는 능력은 갈수록 약해질 것이다.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고 서비스 산업 등에서 고용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 해도 자본주의가 새로 활기를 얻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제1차세계대전 이후에 찾아온 ‘광란의 20년대’ 같은 대호황이 온다고 기대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자본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다른 모든 조건이 하나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정체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즉, 낮은 성장률, 낮은 물가상승률, 더딘 고용 증가, 낮은 임금이 계속되고 코로나19 직전 상황과 진정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조셉 추나라 — 삼중 위기와 자본주의의 장기적 변화

ⓒ출처 SWP TV

로버츠의 지적처럼 경제가 반등하기는 할 것이다. GDP 성장률도 기록적인 수준일 것이다. 지난해 경기 후퇴가 매우 급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지속적 호황은 없을 것이며, 느리고 취약한 성장이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확립된 패턴이 재개될 것이다.

나는 이에 더해 팬데믹 그 자체와 자본주의의 장기적 변화를 다루고, 현재 바이든이 벌이고 있는 일에 관해 짧게 덧붙이겠다.

유기적 위기

그러나 그 전에 위기의 성격을 먼저 살펴보자. 이번 위기는 이전과는 다른 매우 놀라운 위기다. 나는 이를 “3중 위기”라고 했다. 이것을 단지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생태 위기와 팬데믹 위기 자체가 가한 타격이라는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유기적 위기”에 관해 말한 바 있다. “유기적 위기”란 정치·경제 등 [체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심대한 체계적 위기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위기는 유기적 위기이지만, 팬데믹이 우리의 신체까지 위협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위기는 유기적이다. 팬데믹은 자본주의 체제가 굴러가는 데 필수적인 노동을 만들어 내는 조건에 타격을 입힌다. 주류 경제학은 완전히 무시하지만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는 절대적으로 근본적인 바다.

스스로를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에 능한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시장·착취 등이 자연스럽고, 영원하고, 불가피한 현실처럼 보이게 한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체제를 굴러가게 하는 인간 노동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폄하하고 실제 자연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인간은 자연을 대상으로 노동을 해 인류가 종으로서 생존하는 데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생산한다. 반면, 자본주의는 상품화하고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한에서만 자연에 관심을 보인다.

이 점이 코로나19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다른 모든 주요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는 마치 아무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시장을 타격한 외부 요인처럼 취급됐다. 이는 물론 터무니없는 관점이다.

코로나19는 자본주의가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갖는 한계를 드러내 보였다. 대부분의 주요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도 자연에서 인수감염을 통해 건너왔는데, 자본주의가 자연에 침투하고 자연을 재편하고 자연의 여러 측면들을 상품화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여기에는 이미 전례가 있다. 몇 년 전 기니에서는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팜유 플랜테이션 건설에 투자가 몰린 것이었다. 에볼라바이러스의 숙주인 과일박쥐가 서식지인 숲에서 밀려나 플랜테이션 등지에서 인간·가축과 접촉해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이었다.

또 다른 사례로,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 마이크 데이비스와 마르크스주의 역학자 롭 월러스 등은 몇 년 동안 공장식 축산업으로 독감 팬데믹이 발발할 위험성을 경고해 왔고, 어떤 시점이 되자 자본주의적 공장식 축산 기법의 결과로 독감 팬데믹이 상당한 피해를 낳았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관해 사람들은 팬데믹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생태·경제·사회적 요소가 모두 결합된 위기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재앙적 기후 변화도 그런 요소의 하나일 것이며, 이 또한 이윤 추구와 축적 때문에 벌어진 재앙이며 자본주의의 모든 모순과 문제를 더 첨예하게 만들 것이다.

끝나지 않는 팬데믹

둘째,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같은 자들의 안이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 몇 달 전만 해도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 같은 자들이 팬데믹을 극복했다고 선언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세계적 수준에서 심화하고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는 3차 물결 속에 있다.

이렇게 팬데믹 물결이 거듭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대가로 이윤 창출을 지속하는 데 목을 맨 트럼프와 존슨 같은 정치인들의 결정 때문이다. 이들은 “시체가 쌓이게 내버려 두자” 하는 태세였다. 처음에는 미국과 영국이 그러더니 이제는 브라질과 인도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배양 접시가 됐다. 그러다 새 변종이 생겨날 것이고, 이것이 다시 세계로 퍼져 또다시 감염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이렇게 돌아온 감염 물결이 유럽 대륙에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지속되고 있던 회복 과정을 질식시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목도했다.

그리고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몇 달 내 바이러스가 돌아올 실질적 위험이 있다. 인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 변종 B.1.617.2가 있다. 이 변종은 영국의 감염자 수가 줄어드는 전반적인 상황에 비춰 보면 매우 규모는 작지만, 이미 기존 변종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어느 시점이 되면 백신이 듣지 않는 변종이 나올 것이다. 적어도 영국 같은 나라들에서는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새로 가동할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규모로 보면 엄청난 재앙일 수 있다. 인도·브라질의 현 상황, 아프리카 일부 지역과 [인도 외]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질 공산이 큰 일들에 대한 설명들을 보면 정말 끔찍하다.

그러므로, 팬데믹이 수그러들고 있고 사회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신화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어떤 슬로건처럼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장기적 추세

셋째 논점은 자본주의의 장기적 변화에 관한 것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바이든을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이 최근 몇 주에서 몇 달새 한 발표들은 좌파 진영의 많은 사람들도 꽤나 놀라게 했다. 1.5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에 관해서는 잠시 후에 다루겠다), 글로벌 법인세 제안(이는 로버츠가 말한 FAANG 등의 이윤 일부에 타격을 줄 것이다), 백신 특허권 유예 제안,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 발표 등등.

현재 미국에서 추진되는 이런 조처들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는 사실 트럼프가 했던 것을 되돌리는 수준에 불과하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이 그 사례다. 트럼프는 미국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시켰고 그 자신이 기후 위기 부인론자였다.

미국인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온전한 복지 체제를 도입하거나 복지를 일부라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봐야 한다. 바이든이 제안한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복지는 상당수 유럽 나라보다 훨씬 열악하다.

어떤 조처들은 기껏해야 유럽 주류 정치 수준에 가까워지는 정도다. 예컨대 바이든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는, 내가 알기로 영국이나 유럽 대부분 나라들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런 정책들은 초기 신자유주의 수사를 펴던 미국이 중대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매우 중요한 두 가지 변화를 반영한다. 첫째, 국제적 수준의 제국주의 갈등, 특히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제2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중국 내 자본 — 더 일반적으로는 중국 자본 — 에 득이 되도록 그들을 조직하는 데서 국가가 핵심적 구실을 하는 경제가 부상한다는 것이다. 즉, 중국 국가는 자기 힘을 이용해 중국 자본가의 이익을 증진한다.

지금 미국은 이런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자국 자본을 더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조직해야 한다고 느끼는 듯하다. 물론, 미국 국가는 지금까지도 이미 어느 정도 그런 방향을 추구해 왔지만, 바이든 하에서는 이것이 더 강화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바이든이 제시하는 많은 조처들은 미국 자본의 힘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 법인세의 경우 FAANG에 해당하는 첨단기술 대기업들을 조세 체계 등을 이용해 미국 국가와 더 강력하게 묶어 두려는 것이다.

둘째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장기적 위기 관리를 위한 실용적 변화라는 점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장기적 추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전후 시기에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다가 1980년대 초부터는 낮은 수준으로 안정화됐다는 것이다. 로버츠가 제시한 미국의 이윤율 추산도 보라(그래프3).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이윤율이 낮게 유지되면 비교적 미약한 성장세에 뒤이어 위기가 거듭 벌어진다.

최근 몇십 년 동안 나타난 또 다른 추세는 기업 규모가 작아지던 신자유주의 초기의 짧은 시기 이후, 아마도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 규모가 커져 왔다는 것이다. 최근 20~30년 사이 기업 규모는 급격히 커졌고, 소매·금융·첨단 기술 기업들이 이를 선도해 왔다.

이런 거대 기업들이 무너지면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마불사(大馬不死) 체제가 형성됐다. 이는 국가가 실패한 자본주의를 직접 구제하는 경향을 강화시켰다.

정부의 부양책 규모는 매 위기마다 커졌다. 2001년 미국에서 경기가 후퇴하자 미국 정부는 GDP의 4퍼센트를 써서 경제를 살렸다. 2008~2009년 위기 때는 13퍼센트를 썼고, 이번 위기 때는 20~25퍼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가가 직접 지출하는 것뿐 아니라 금융화한 구제도 늘어났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1년 경기 후퇴 때 연준은 금리를 대폭 인하했다. 이는 주택 거품을 키워 2008~2009년 위기로 이어졌는데 이 위기 때도 연준은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금리를 인하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마치 저금리에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는 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를 취하기도 하고, 금리가 낮지 않으면 확장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이에 더해, 양적완화 정책이 있다. 2008년에 각국 중앙은행이 폈던 양적완화는 이번에 훨씬 큰 규모로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자산을 사들이고 마이클 로버츠가 말한 자산 거품을 키우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요컨대, 자본주의 경제가 굴러가게 하기 위해 국가와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패턴이 급진화하고 있다.

좀비 자본주의

이런 개입이 효과가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개입이 그저 수익성 없는 수많은 투자, 즉 수많은 좀비 기업들의 생명만 연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좀비 기업의 증가 외에도 파산율을 보면, 이번 위기는 파산율이 하락한 최초의 위기다. 직원을 전부 무급 휴직시키고, 국가에게서 지원금을 받고,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아서 기업을 계속 굴리면 되는데 뭐하러 기업을 도산시키겠는가?

그런데 이러면 수익성 낮은 투자가 정리되지 않고, 부채 부담이 체제 전반에 쌓이게 된다.

요컨대, 같은 패턴이 되풀이될 것이다. 경기가 침체하고, 좀비 기업이 양산되고, 자산 거품이 일고, 금융이 불안정해지고, 부채가 늘어나며, 자본이 노동자들을 더한층 쥐어짜 불평등이 심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진정한 대안은 고삐 풀린 이윤 추구가 아니라 인간의 진정한 필요에 기초한 새로운 경제를 쟁취하기 위한 우리 편의 투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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