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강경 대응은 윤석열 정부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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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집회·시위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특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 폭력이 심해지고 있다.
5월 26일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단체의 대법원 앞 야간 문화제를 원천 봉쇄하고 3명을 체포했다.
31일에는 건설노조 등이 서울 청계광장 주변에서 양회동 열사의 분향소를 설치하려 하자 경찰 수백 명이 달려들어 강제 철거했다. 노동자들이 스크럼을 짜고 분향소를 지키려 하자 경찰은 노동자를 하나씩 끌어냈고 4명이 연행됐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몸싸움 때문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을 향해서도 몽둥이를 휘둘렀다.
5월 31일 경찰은 전남 광양제철소 앞, 높이 7미터 철제 구조물 위에서 고공 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곤봉으로 마구 때려 끌어내렸다. 김 사무처장은 머리가 깨져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로 제압당했다.
김 사무처장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측의 비정규직 차별에 항의하고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고공 농성 중이었다.
그 전날인 30일에도 경찰은 같은 장소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의 머리를 바닥에 짓이기고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이 폭력 진압을 예고하며 고공 농성장 밑에 에어매트를 설치하려 하자 이를 막아섰을 뿐이었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을 패는 지팡이가 경찰의 본질임을 여실히 보여 준 사건들이다. 경찰은 결코 개혁될 수 없다.
저항 분위기를 미연에 단속하기
윤석열 정부의 집회·시위 강경 대응은 윤석열 정부의 강력함이 아니라 그 반대로 위기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윤석열은 여전히 대중에게 인기가 없다.
윤석열의 일제 강제동원 해법은 대중적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여당이 주도한 전세 사기 피해 대책은 피해자들을 빚의 구렁텅이에 방치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여권 내부에서도 “화근”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는 저변에서 부글부글 끓는 반윤석열 정서가 총선을 앞두고 하반기에 집회·시위로 터질까 봐 부심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7월 시기 집중 파업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건설노조가 양회동 열사의 죽음에 항의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파업 집회를 여는 등 선봉에 나섰다.
그러자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조의 도심 노숙 집회를 구실 삼아 투쟁 분위기 차단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과 국민의힘, 경찰청장 윤희근은 5월 16~17일 건설노조의 1박 2일 총파업과 도심 노숙 농성 이후 매일같이 노동자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5월 23일 윤석열은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 도심 집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 행위”이며 “확성기 소음·도로 점거 등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 경찰은 6년 만에 ‘불법 집회’ 강제 해산 훈련을 재개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집회·시위 강경 대응은 자신들의 바람과는 달리 역효과를 낼 공산이 크다. 집회·시위의 자유 같은 민주적 기본권이 침해받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윤석열이 경찰 폭력을 내세워 추진하려는 반노동·반서민 정책과 평화 위협 정책에 대중의 반감이 크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제대로 반격에 나서지 않으면 우파 정부의 사기가 높아질 수 있다. 노동운동은 경찰 탄압에 단호하게 저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