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자 네타냐후를 비호하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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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하마스는 미국의 중동 장악력이 전보다 약해진 상황에서 대대적인 이스라엘 공격을 감행했다.
하마스 공격 전까지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상태를 우려하며 네타냐후 극우 연정을 견제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스라엘이 ‘민주주의’ 외양을 갖추고 ‘두 국가 방안’을 형식적이나마 유지한다고 약속해야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 지원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중동의 경비견으로서 미국의 중동 패권 유지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바이든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 이익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 똑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이스라엘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의 “테러”가 평화를 파괴한다고 비난하자,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중동에서 이란을 고립시키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미국 쪽으로 더 당기려 한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 사이에 네타냐후 정부는 폭주하고 있었다. 예루살렘 동부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고 극우 정착민들을 부추겨 팔레스타인 마을을 공격하게 하는 등 ‘두 국가 방안’의 토대를 허물고 있었다.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네타냐후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지워진 이스라엘 지도를 공개해 자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무자비하고 냉혹한 공격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촉발시켰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은 인종 청소를 자행하는 식민 정착자 국가에 대한 정당한 반격이자, 이스라엘을 후원해 온 미국 제국주의가 맞은 역풍이다.
미국의 고민
바이든 정부는 신속하게 이스라엘 지지와 지원을 선언하고, 항공모함 두 척을 동지중해로 보내고 지상군을 중동에 대규모로 증파했다. 이스라엘의 학살을 지원한다는 뜻이었다.
또, 미국이 여전히 중동 질서를 다잡을 수 있는 세력임을 과시하고 이란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즉, 바이든 정부의 행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통제 불가능하게 번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사태가 중동에서 광범한 반제국주의 반란의 불씨를 당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침공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가자지구 점령은 안 된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미국 외교협회 명예회장 리처드 하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미국을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겪은 (실패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하스는 헤즈볼라의 개입, 서안지구의 반란 등 전쟁과 저항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 행동이 “국제적 항의를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정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다.”
물론 미국 지배자들은 자신의 “경비견” 이스라엘에 치욕을 만회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중동 대중의 분노를 제어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미국의 바람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지금 중동은 중국·러시아뿐 아니라, 여러 지역 강국과 무장 조직들이 어지러이 상호작용 하고 있어 통제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 내부의 위기도 변수다. 이번에 이스라엘 군과 정보 당국은 하마스의 공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해 허를 찔렸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 권력자들 중에는 내부 위기를 외부 위협에 대한 대처로 돌리려고 하는 자들이 있을 수 있다. 서방의 경비견이라는 처지를 무시하고 말이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몇 단계에 걸친 군사 작전을 계획했으며 이제 겨우 첫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번 위기를 계기로 미국 지배자들은 중동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공산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