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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친구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자, 중국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푸틴도 미국이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며,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지배자들과 러시아 지배자들은 모두 팔레스타인 해방의 대의에 전혀 관심이 없다.

푸틴은 시리아 내전에 관여해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며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높여 오면서도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발전시켜 왔다. 러시아의 묵인하에 이스라엘은 다마스쿠스 공습 등 시리아에 대한 군사 행동을 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중동 영향력과 협력 관계를 의식해,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지 않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6월 이스라엘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스라엘이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친러라고 주장했다.

10월 11일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접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곤란한 처지를 반영하는 말이다.

두 악당의 만남 2020년 모스크바에서 만난 네타냐후(좌)와 푸틴(우) ⓒ출처 크렘린궁

중국도 중동의 중요한 플레이어다. 중동 국가들과의 경제적 연계가 깊어진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개선을 중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집트 등 중동 주요국들을 브릭스(BRICS)에 가입시키는 등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에 호의적인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는 중동 정권들의 입장을 고려한 정도의 태도로 보인다.

중국 지배자들은 중동에서 날로 커지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중동이 ‘안정’되기를 바란다. 이런 ‘안정’에는 국가간 전쟁뿐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터지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서 중국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놓고 ‘두 국가 방안’을 지지해 왔다.

하마스 공격 후 10월 14일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과 통화해 “중동 지역의 안정과 다른 세력의 분쟁 관여 방지”에 관해 논의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확전을 막는 데서 일정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실 이달 말 네타냐후는 중국에서 시진핑을 만날 예정이었다. 이번 전쟁이 아니었다면 이 정상회담은 그대로 진행됐을 것이다. 네타냐후를 중국 지배자들이 초청한 것은 실제로는 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과 해방 염원에 관심이 없음을 보여 준다.


아랍 정권들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친구 아니다

아랍 정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늘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지하는 척하지만, 사실 서방 제국주의와, 또 이스라엘과도 협력하며 팔레스타인을 배신해 왔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자신들의 안정을 위협하면 매섭게 탄압했다.

아랍 지배자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실제로 지원하지 않는 것은 그 운동이 자국 대중의 사회적 평등, 정치적 자유 요구와 결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 정권들은 그런 염원을 들어줄 리 없는 잔혹한 정권들이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 직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논의하고 미국과 새 안보 협정을 맺으려 했다. 외교 협상이 타결된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집트 정부는 가자지구와 접한 국경 관문을 막아 버렸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폭격을 피해 이집트로 대피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집트 정권은 1970년대 들어 미국·이스라엘과 손잡았고, 그 덕분에 해마다 미국의 막대한 군사 원조를 받는다.

요르단 경찰은 13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수백 명이 서안지구와 접한 국경 지대로 진출하려 하자 이를 강제 해산시켰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통제 불능”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시리아 내전에 관여해 아사드 정부를 도와 아랍 혁명 물결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동 지배자들과 대중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갈리는 쟁점이다. 팔레스타인 저항이 더 커지고 중동 전역의 연대 운동이 더 성장할수록 이 점은 더 분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