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성폭행? ― 이스라엘 측의 또 다른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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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에 대한 또 다른 거짓말을 열성적으로 퍼뜨리고 있다. 그날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강간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도 이 비방에 가세했다. 12월 5일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고통을 가한 다음 살해했다는 보도가 있다. 끔찍한 일이다.”
하마스 전사들이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비방은 서방 주류 언론들을 통해 그대로 전파되고 있다. 국내 언론들도 별 검증 없이 이를 보도한다.
하마스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사실 그런 행위는 하마스 자신의 이슬람주의와도 맞지 않다. 하마스의 바셈 나임 정치국제관계부 대표는 “결혼한 부부 사이 외의 모든 성관계나 성적 활동은 하람(이슬람에서 금지된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마스가 조직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신뢰할 만한 진술이나 증거는 개전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장 목격자’라고 이스라엘 측이 내세운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인(즉, 현재 가자지구에서 인종 청소를 자행하고 정당화하는 정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사람이다)이거나, 민간인의 경우 대부분 익명이거나 자신이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를 한다.
11월 19일 CNN은 “이스라엘이 10월 7일 하마스의 성범죄를 조사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그러나 정작 본문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이스라엘] 경찰청장 두디 카츠는 경찰관들이 여성들이 강간당한 것을 봤다고 신고한 사람들의 진술을 포함해, 10월 7일 공격과 관련된 1000개 이상의 진술과 6만 개 이상의 영상을 수집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관들이 당사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은 아니며, 강간 피해자의 생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강조는 필자)
대규모 성범죄가 일어났지만 확인된 피해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11월 9일자 기사에서 ‘하마스의 성범죄’를 비난하면서도 “성폭행에 관한 신체적 증거가 시신들에서 수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10월 7일 팔레스타인인들의 ‘잔혹 행위’를 보여 주려고 편집한 영상을 자신들이 선별한 언론인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영국 〈가디언〉 칼럼니스트 오언 존스도 그중 한 명이다. 오언 존스는 좌파인 제러미 코빈이 영국 노동당 대표를 지내던 시절에, 이스라엘 비판을 이유로 코빈을 ‘유대인 혐오자’로 모는 비방에 동참했던 대표적인 노동당 인사이다.
그러나 그런 오언 존스도 그 영상을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강간이 벌어졌다 해도 우리는 영상에서 이를 보지 못했다. … 한 이스라엘 여성이, 속옷이 없고 심하게 탄 여성의 시신을 친척인지 확인하려고 살펴보는 장면이 강간 증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것을 결정적인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당국은 ‘전문가’와 ‘목격자들’을 내세워 하마스가 성범죄를 사전에 계획했고 이를 조직적으로 실행했다는 주장을 기정사실로 만들려고 한다.
그 전문가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서방 언론들은 코차브 엘카얌-레비를 ‘하마스의 성범죄를 조사하는 독립적인 민간 위원회 책임자이자 국제 인권 전문가’로 소개한다. 그의 주장은 몇몇 국내 언론 보도에도 인용됐다.
그러나 엘카얌-레비는 하마스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독립적 ‘전문가’가 못 된다.
‘진보적 유대인 관점’을 표방하는 미국의 온라인 언론 몬도와이스는 엘카얌-레비가 이스라엘 정부와 밀접한 연계가 있는 인물임을 지적했다. “엘카얌-레비는 이스라엘 국제법부 내의 법무장관실 등에서 근무하며 이스라엘 관료들의 팔레스타인인 인권 침해에 법적 근거를 제공해 왔다 ⋯ 엘카얌-레비는 이스라엘 총리의 ‘국가안보회의’와 가까운 자문 기구인 데보라 연구소의 창립자이자 소장이기도 하다.”
야만인?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에 관해 거짓말과 왜곡된 주장을 끊임없이 계속 퍼뜨려 왔다.
하마스 전사들이 어린아이 40명을 참수했다는 거짓말이 대표적이다. 바이든도 이 주장을 언론에 떠들었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그 어떤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10월 7일 공격의 이스라엘인 희생자 규모도 계속 바뀌고 있다. 처음에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인 14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 숫자를 1200명으로 줄였다. 시신 200구가 팔레스타인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12월 2일 이스라엘 정부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죽은 사람”이 “1000여 명”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는 10월 7일 ‘노바’ 음악 축제 참가 중에 이스라엘군 헬리콥터에 피격돼 죽은 민간인이 꽤 있었다고 보도했다.
분명 10월 7일 교전 과정에서 이스라엘 민간인이 상당수 희생됐고 일부는 포로가 됐다.
그러나 네타냐후를 비롯한 이스라엘의 권력자들은 이런 비극을 안타까워하고 변두리에 사는 유대계 주민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인 포로를 돌려받는 데도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금 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을 벌이고 이를 서안지구로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정당화하려고 인종차별을 선동하고 온갖 거짓말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거짓말들은 팔레스타인인을 짐승만도 못한 야만인들로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식민 지배자들이 선주민을 후진적이고 끔찍한 야만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일이다.
선주민 남성은 백인 정착민 여성을 노리는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예컨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들은 “검은 위험(Swart gevaar)”으로 불리며, 특히 흑인 남성은 언제 백인 여성을 강간하려고 달려들지 모르는 존재로 묘사됐다.
똑같은 중상과 비방이 오늘날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살던 곳에서 내쫓고 학살하는 인종 청소를 정당화하고,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대의에 흠집을 내려고 말이다.
지난주 미국은 유엔에서 또 거부권을 행사해 휴전 결의안 통과를 막았다. 미국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하마스가 건재하는 한 휴전을 할 수 없다며, 외려 하마스의 성범죄가 끔찍한데도 “국제사회가 너무 느리게 대응한다”고 불평했다.
미국도 이스라엘의 전쟁 거짓말에 맞장구치면서, 학살 공범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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