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 파업:
설 특수기 상경 투쟁에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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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하다간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만두겠다고 하니 사람 구할 때까지 일하라고 하더라고요.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와 CJ대한통운이 예전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을 왜 들어주지 않는 겁니까?” (김충호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성남지회 조합원)
파업 4주 차를 맞은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노동자들이 설 특수기인 1월 18일부터 무기한 상경 투쟁에 나섰다. 상경 첫날 노동자들은 CJ그룹 총수인 이재현에게 과로 방지 합의를 위반한 책임을 묻겠다며 이재현 자택 앞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한강 다리 1인 시위, 서울 전역 지하철역사 앞 홍보전 등을 진행했다.
같은 날 울산과 거제의 한진택배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 업무량 증가 반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CJ대한통운 파업에 연대하기 위해 집회에 함께했다.
정부의 묵인·방조
CJ대한통운 사측은 ‘사회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자신들은 택배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대리점과 해결하라고 한다.
그러나 전국택배노조가 1월 초 실시한 현장·설문 조사 결과에서 밝혔듯이, 노동자들은 여전히 분류 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도 별반 줄지 않고 있다. 사측이 분류 작업과 노동자 처우 개선에 돈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요금 인상분의 60퍼센트 이상(노조 추산 연 3000억 원)을 자기 호주머니로 챙겨가고 있다.
이로 인해 사측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3~4배나 증가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더구나 사측은 당일 배송, 주 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 같은 과로사를 유발하는 개악안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 이행 점검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여당의 묵인과 방조도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노조의 문제 제기는 외면하면서, 뒤늦게 보여 주기식 현장 점검에 나섰다. 연례적인 설 특수기 대책을 내놓았지만 노동자들은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이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조차 “CJ대한통운이 대리점주와 함께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사측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고용노동부는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CJ대한통운이 사용자라고 인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은근히 사측 편을 들어줬다.
무엇보다 정부 자신(우정사업본부)이 우체국에서 분류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는 않은 채, 택배 노동자들의 임금(수수료)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니 CJ대한통운 같은 민간기업들이 사회적 합의를 지키려 하겠는가!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측은 한 차례 농성장을 찾은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지만, CJ대한통운 측의 약속 위반에 대한 답변은 회피했다.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1월 18일 현재 파업이 22일째다. 노동자들은 굳건히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11명에서 시작한 노숙 단식농성은 100명으로 늘었다.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설 특수기가 시작됐음에도 CJ대한통운의 물량은 평소보다 20~30퍼센트 줄었다. 파업 조합원 비중이 높은 경기 성남·광주, 울산, 경남 등지에선 타 택배사들이 CJ대한통운의 여파로 물량이 몰려 처리가 불가하다며 접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보통 설 연휴 택배 물량이 평상시보다 30퍼센트 이상 급증하기 때문에, 앞으로 배송 차질은 더 커질 수 있다. 노조가 설 특수기를 맞아 파업 조합원 상경 투쟁과 타 택배사에 물량 제한을 압박한 것은 효과를 내고 있다.
타 택배사 노동자들은 “CJ대한통운이 뚫리면 다른 쪽도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며 파업에 지지가 높다. CJ대한통운 파업에, 울산·거제 한진택배 파업과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단식농성, 배송 지연 투쟁도 시작됐다.
상경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서로를 반갑게 맞으며 투지를 밝혔다. 특히 집회 연단에서 연대 파업을 하고 상경한 울산과 거제 한진택배 노동자들이 소개되자, 커다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노동자들은 파업 지지 여론도 높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 분들도 대부분 ‘CJ가 잘못하고 있다’며 우리를 응원해 주신다.”(이경숙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여수지회 사무부장)
물론, CJ대한통운 사측도 쉽게 양보하지 않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노조의 기를 꺾으려고 완강하게 나오고 있다. 경쟁이 격화하는 택배 시장에서 어떻게든 노동자들을 쥐어짜 수익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정부·여당도 택배 산업을 코로나 시대에 성장하는 시장이라 보고 기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그런 만큼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민주노총이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등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서울 주요 거점에서 규모 있게 집중 집회를 한다면 연대를 모으고 노동자들의 힘을 북돋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시민·사회·정치단체, 청년·학생 등의 연대도 넓어져야 한다.
코로나 시대 필수서비스를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 투쟁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