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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회의 성격:
북한은 자본주의의 한 변형태인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우익 언론들은 장성택 처형을 두고 북한이 얼마나 “이상한 나라”인지 떠드는 데 여념이 없다.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떠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남한 지배자들이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인 북한이 얼마나 끔찍한 사회인지를 보여 줘서,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은 없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한이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은 진보운동 내에서도 상식처럼 광범하게 퍼져 있다. 다만 진보운동 내에서는 북한 사회가 남한 사회보다 본질적으로 진보적이냐 반동적이냐에 대한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북한이 남한보다 근본적으로 후진적인 사회라는 주장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탄압 등의 문제나 북핵을 이유로 한 미국의 북한 압박에 단호하게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반대로 자민통 진영의 지도적 활동가들은 북한이 남한보다 근본적으로 더 나은 대안이라고 여기고 있다.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인지 장성택 사태가 터진 지 한참이 지났지만 자민통 진영의 지도적 활동가들은 대부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자민통 진영의 일각에서는 심지어 장성택 처형이 ‘[사회주의] 체제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보기도 한다.

경쟁적 축적

그러나 북한은 진정한 사회주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핵무기, 기아, 권력 세습, 강제수용소, 공개 처형 따위는 “노동계급의 자기해방” 사상인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무관한 것들이다.

사람들은 국유화한 경제를 두고 북한이 사회주의 사회라고 보지만, 자본주의 체제가 역사에 등장한 이후 국가는 언제나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 일부였다. 그동안 북한이 채택해 온 국가 주도 경제는 20세기 중엽 세계 자본주의의 주요 흐름이었다. 제2차세계대전 중에 일본과 나치 독일, 영국과 미국 등 많은 나라들도 국유화와 국가 개입을 통해 경제를 운영했다.

특히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독립한 후발 국가에서는 선진 경제를 단기간에 따라잡으려고 국가가 빈약한 사적 자본을 대신해 자본 축적 과정을 주도했다. 이때 북한 관료도 국가기구를 이용해 노동자와 농민을 쥐어짜면서 한정된 자원을 중공업에 집중 투자해 자본 축적을 이뤘다.

북한 관료를 자본 축적에 열을 올리게 한 진정한 동력은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한 군사적·경제적 경쟁 논리였다. 그 논리는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징인 ‘축적을 위한 축적, 경쟁을 위한 경쟁’이었다. 이 점에서 북한은 1960~70년대 남한과 본질이 다르지 않은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북한 지배 관료들은 노동자 대중을 경쟁적 축적 시스템에 종속시키고 착취율을 높여 왔다. 북한 노동계급 대중의 삶은 고단했고, 불만에 찬 대중을 통제하고 억압하려고 북한 국가는 거대한 억압기구(강제수용소, 공안 기구 따위)를 만들었다.

국가자본주의적 축적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1950~60년대 북한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래서 1960년대 초에 일부 서구 경제학자들은 북한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 가는 공업국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하고 바깥에 손 벌릴 곳도 마땅치 않은 작은 국가가 급속한 공업화를 추구하다 보니, 여러 문제들에 봉착하게 됐다. 게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 세계 자본주의의 세계화 추세가 발전하면서, 이제 폐쇄적인 국가자본주의적 방식은 점차 낡고 사태에 뒤처지는 것이 되기 시작했다.

북한 관료들도 경제의 성장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를 느끼면서 여러 차례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런 조심스런 경제 개혁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이때마다 북한은 다시 기존의 낡은 방식으로 거듭 후퇴해야 했다.

그래서 이미 1980년대에 북한 경제는 자체의 모순을 이겨 내지 못하고 심각한 위기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후 동구권이 붕괴하고 미국의 북한 ‘악마화’가 진행되면서, 1990년대 북한은 최악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심각한 대내외적 문제들에 부딪힐 때마다 북한 관료들은 자꾸만 ‘비정상적인’ 해법(주체 사상, 수령 숭배, 권력 세습 등)에 이끌렸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북한이 “이상한 나라”가 된 것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제국주의가 가한 압력과 북한 관료의 선택이 결합된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진정한 대안

북한 사회가 겪는 위기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북한 노동계급의 저항에 있다. 물론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수십 년 동안 국가 억압에 의해 원자화돼 있다. 20년이 넘은 식량난과 혹독한 경제 위기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줬을 것이다. 미국과 남한의 압박도 이데올로기적으로 큰 부정적 구실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들이 온갖 제약들을 뚫고 혁명적 저항에 나서리라 기대하는 건 얼핏 공상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아래로부터 도전을 받지 않고 지배 체제를 유지해 온 북한 사회도 근본적 모순을 피할 수는 없다. 그것은 바로 지속적인 자본 축적을 위해 생산수단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할 필요성이다. 이것이 바로 경직되고 획일적인 관료 지배 체제를 내부로부터 위기에 빠뜨리는 근본 동력이다. 그리고 이런 위기가 일어날 때 아래로부터 반란이 터져 나올 빈틈이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또한 북한 사회가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2011년 아랍 혁명은 전 세계가 얼마나 긴밀하게 상호 연결돼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 줬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혁명은 순식간에 이집트·리비아·시리아 등지로 퍼져 나갔다.

이와 같은 아랍 혁명의 확산 과정은 언제든 동아시아에서도 펼쳐질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온갖 모순으로 펄펄 끓고 있는 중국 사회에서 거대한 저항이 분출되고 이것이 북한의 특정 상황과 맞물린다면, 북한에서 진정한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은 북한의 노동계급이 앞으로 펼쳐질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를 바라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회주의는 누군가가 위에서 선사하는 선물이 아니라, 오로지 노동계급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북한 노동계급이 스스로 일어서서 계급 착취 구조를 무너뜨릴 때만, 노동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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