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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갇혀 개·돼지 취급받는 난민들
공항 구금 난민들 입국을 허용하라

난민에게 공항은 두려운 공간이다. 가까스로 본국을 탈출한 난민은 공항에서 거대한 국경 장벽을 마주친다. 공항 내에서 난민에 대한 구금과 강제 송환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영화 〈터미널〉은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현실은 그보다 더 끔찍하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외국인보호시설 실태조사’를 보면, 인천공항에 억류된 난민들은 루렌도 씨 가족을 포함해 모두 74명이다(2019년 1월 18일 기준). 송환대기실(사실상 감금시설)에 31명, 탑승동에 37명, 여객동에 6명이 머무르고 있다.

공항에서는 난민 신청조차 어렵다. 한국 정부는 난민심사 기회를 줄지 말지를 두고 사전 심사를 한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난민심사에 회부된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친다(총 1319명 중 648명). 2017년에는 10명 중 고작 1명만 통과했다. 나머지는 강제 송환됐거나 구금돼 있다는 뜻이다. 이 중에 소수만이 행정소송을 거쳐서 가까스로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피난처를 찾아 먼 길을 왔을 난민(공항에서 난민 신청 의사를 밝힌) 절반 이상이 한국 땅을 밟아 보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당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난민법을 개악해 난민인정심사 회부제도를 더 확대하려 한다.

난민들을 강제 송환하고 구금하는 과정은 매우 폭력적이다. 지난해 중국 소수민족 위구르인 2인은 강제 송환 명령을 강하게 거부했지만, “[한국] 경찰 여럿이 달려들어 위구르인 2인을 비행기에 집어넣었다.”

한 난민은 불회부 결정 직후 본국으로 송환됐는데, “성인 7명이 수갑과 족쇄를 채워 강제로 비행기에 태웠고, 강제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발로 머리를 밟는 등의 폭행이 있었다.”(김연주)

강제 송환은 난민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범죄로 유엔 난민협약 위반 사항이다.

강제 송환을 거부한 난민은 송환대기실에 구금된다. 송환대기실은 구금 시설로 조건이 너무 열악해 난민들 사이에서 악명 높다. 한 이집트 난민은 2017년 말에 송환대기실에 끌려간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거기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살 만한 곳이다. 원래 5명짜리 방인데 70명이 넘게 있었다.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고 화장실은 정말 너무 더러워서 토할 것 같았다. 투명 유리로 밖에서 경비가 방 안을 상시 감시했다.”

방에는 밖으로 통하는 창문도 없고 형광등이 24시간 켜져 있었다. 끼니는 매우 부실하다. 항공사들은 매일 치킨버거와 콜라만 주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입국을 거부당한 난민에 대한 관리 책임을 난민을 태워 온 항공사에 지우고 있다. 항공사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승객을 태울 때 알아서 난민을 거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항공사가 음식을 주지 않으며 송환을 압박하기도 한다. 무려 1주일 동안 음식을 제공하지 않은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난민들은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2016년에 시리아 난민들은 이런 곳에 8개월 동안 갇혀 있었다. 정부는 난민이 못 견뎌서 스스로 발길을 돌리게끔 만들려고 한다.

어처구니없게도 한국 정부는 이런 행태가 “구금”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대한민국으로의 입국을 단념하고, 국적국 또는 제3국으로 가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송환대기실을 벗어날 수 있는 상태에 있으므로 구금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억지 주장은 오히려 송환대기실이 강제 송환 압박을 위해 존재하는 곳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송환대기실의 비인도적 처우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 정부는 불회부 결정을 받은 난민들을 무조건 송환대기실에 보내지는 않고 탑승구역에도 머물게끔 하고 있다. 그러나 구금돼 있다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루렌도 가족이 바로 이런 처지다.

루렌도 가족은 제대로 먹지도, 잠을 자지도, 씻지도 못한 상태로 4개월 넘게 공항 탑승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자녀들은 적절한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상태이고, 루렌도와 바체테 씨는 건강이 많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삶을 꿈꾼 게 죄인가 4개월 넘게 인천공항에 갇혀 있는 루렌도·바체테 가족. 건강이 안 좋은 바체테 씨가 머리를 감싸고 고통을 참고 있다 ⓒ조승진

경제 난민은 가짜 난민?

정부는 왜 이렇게 난민을 홀대하는 걸까? 정부는 국경을 통제하지 않으면 “난민제도가 악용”돼 “가짜 난민”이 몰려와 한국 사회의 안녕을 위협할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면서 경제적 동기로 입국한 난민 신청자를 대표적인 “가짜 난민”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난민에게 가혹한 정부 행태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일 뿐이다.

대표적인 ‘정치 난민’인 이집트 난민도 홀대하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도달 불가능한 기준을 정해 두고는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모두 “가짜”라고 비난한다. 난민이 처한 실제 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루렌도 가족이 강제 송환되면 앙골라 정부에 의해 죽을 수 있는데도, 정부는 이런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왜 ‘경제적 동기’에 따른 기업의 해외 진출은 찬양하면서, 같은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한 가난한 이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비난한단 말인가.

난민들은 정착한 국가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부분 노동자로 일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고령화 추세 속에서 한국 경제는 갈수록 이주노동력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

즉, 자본주의에서 이주민이 유입된다는 것은 부를 생산할 노동자도 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이 국경을 넘는 것은 경제에 이롭고 난민·이주민이 국경을 넘는 것은 사회의 부와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주장은 자본주의 체제의 거꾸로 된 세계관 – 부를 창출하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 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1985~2015년 30년 동안 서유럽 15개국에 유입된 난민들이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연구는 “난민들은 거시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국내총생산 증가, 실업률 하락, 세수 증대에 도움을 준다고 지적한다.

많은 난민이 난민법 시행 국가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한국을 찾지만, 한국 정부는 난민을 보호할 의지가 없다. 난민법은 보수 기독교를 기반으로 둔 데다 지독한 냉전 성향인 황우여(당시 한나라당 의원)가 대표발의했다(2009년). 난민에게 더 나은 처우가 보장되리라 기대한 난민 활동가들과는 달리,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 붕괴 상황으로 탈북 난민이 대거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난민법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속죄양 삼기

오늘날과 같은 국경 통제는 자본주의의 산물일 뿐 아니라 특히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강화돼 왔다. 1950~60년대에 이주노동력을 대거 받아들인 유럽 나라들도 1980년대부터 경제 위기를 빌미로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난민, 이주민들을 “마약 밀매꾼”이나 “테러리스트”와 같은 범죄 이미지와 결부시키고, “경제 난민”이라고 공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유럽 국가들은 난민 인정 기준을 까다롭게 해 인정률을 크게 떨어뜨리고, 많은 난민을 구금 시설에 가뒀다. 이런 방식으로도 난민 유입을 막지 못하자 비자를 신설해 아예 입국을 차단하고, 국경에서 유입 자체를 막으려고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들이 지중해에서 벌이는 해상 전쟁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지중해는 난민들의 무덤이 됐다.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기존 사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증대하는 시기에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특정 집단을 속죄양 삼을 필요가 있다. 국경 통제가 이주의 규모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므로, 이런 속죄양 삼기가 노리는 효과는 노동자 계급을 분열시켜 약화시키는 것이다.

경제 위기 악화를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동시에 난민, 이주민에 대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자 대중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이들은 난민이 우리와 함께 살고 일하기를 어렵게 만드는 모든 국경 통제에도 반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경 통제는 수많은 난민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 공항 구금 난민들의 조건을 다룬 부분은 다음 논문들을 참조했다. 

-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 등, ‘2016년도 한국의 공항, 그 경계에 갇힌 난민들 : 공항에서의 난민신청 실태조사 보고서’

- 김연주(난민인권센터), ‘출입국항에서의 변호사 접견권 침해에 대한 개선 방안 세미나’ 토론문

- 대한변호사협회, ‘2018년 외국인보호시설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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