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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결정 규탄한다

군 당국이 국내 첫 트랜스젠더 부사관인 변희수 하사를 끝내 강제 전역시키기로 결정했다. 변 하사가 법적 성별 정정 완료 때까지 전역심사위원회를 연기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하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를 긴급구제로 권고했지만, 육군 당국은 예정대로 1월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강행했다. 그리고 변 하사에게 자신을 응원했던 소속 부대에 들르지도 말고 내일 당장 짐을 싸서 나가라고 통보했다.

이는 트랜스젠더의 어려움과 고통은 아랑곳 않는 것이며, 명백히 트랜스젠더 차별적 행위다.

육군 당국은 “관련 법령에 근거한 적법한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한다. 해당 부사관이 남성 성기를 훼손해서 ‘의무 조사’를 했고, 거기서 ‘심신 장애 3등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전역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도 지적했듯이,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군인이나 입대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지침이나 규정은 없다. 따라서 군 당국의 설명은 트랜스젠더 군인 배척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애초 군 당국이 ‘남성 성기 적출’을 ‘심신장애 3등급’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심각한 차별이다.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맞게 신체를 바꾸기 위해 호르몬 치료, 성전환 수술 등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성전환 수술 후 회복만 되면 바로 정상적 복무가 가능하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나라들이 이미 있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국에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국립트랜스젠더평등센터(NCTE)는 미군의 1%가 넘는 1만 5천 명 이상을 성전환자로 추정한다.

보수 기독교 성향의 일부 언론들은 전역심사위원회가 열리기 전, 여군들이 트랜스젠더의 여군 복무에 반대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며 군불을 피웠다. 군인권센터는 이 기사들의 소스를 육군 당국이 준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트랜스젠더와 함께 생활하는 데에 불편함이나 거부감을 느낄 여군들이 있을 수 있다. 성별 이분법이 깊이 뿌리 내린 사회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다. 태어날 때 부여된 성별과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불일치하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트랜스여성이 위험한 존재라고 여기는 편견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이런 통념의 영향을 받아 트랜스여성의 군 복무에 반대하는 정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지지하는 여군들도 있다. 〈서울신문〉은 “해당 부사관은 겉으로는 성전환 수술을 끝냈고 속에 있는 자아도 여자와 다름없다” 등 트랜스젠더를 옹호하는 여군 인터뷰를 모아 보도했다.

흔한 편견과 달리, 성전환은 가벼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해 오랫동안 고심하며, 그중 일부는 만만찮은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성전환 수술을 선택한다. 트랜스젠더가 위험한 존재라는 것도 편견일 뿐이다.

변 하사는 22일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줄곧 마음 깊이 가지고 있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억누르고 또 억누르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 넘기고, 가혹하였던 부사관학교 양성과정도, 또한 실무 부대에서의 초임하사 영내대기 또한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면서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렸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습니다.

“젠더 디스포리아[출생 성별이나 성 역할에 대한 불쾌감]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를 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했으며,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되었습니다. … 결국 저의 마음은 제가 스스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임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어려운 결심을 통해 수도병원 정신과를 통해 진료를 받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한편, 변 하사의 여군 복무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여군이 남군보다 임관하기가 힘들고 장기 복무를 위한 경쟁도 더 심하기 때문에 성전환을 했다고 여군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 당국의 여성 차별에서 비롯한 문제(보직 제한, 임관 숫자 제한 등)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반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

변 하사는 부당한 전역 처분에 대한 인사소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오늘(22일) 군인권센터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습니다. ..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주고 싶습니다. 제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변희수 하사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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