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업무는 늘어나는데 임금은 6시간분만?:
돌봄전담사 공짜 노동 해결 않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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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돌봄전담사들이 6월 19일 돌봄총궐기(전국돌봄전담사 결의대회) 집회를 준비 중이다.
돌봄전담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하루 파업을 벌이자,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 대책을 포함한 초등돌봄 운영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9일 교육부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집행부 측에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초안)’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안은 돌봄전담사들의 조건 개선 요구에 턱없이 못 미친다.
우선, 정부는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돌봄 시간을 저녁 6시 이후로까지 연장한다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전체 돌봄전담사의 83퍼센트에 이르는 시간제 전담사 중 상당수를 6시간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심지어 정부는 출근 시간을 달리하는 5시간제 노동자도 채용할 계획이다.)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늘리는 것은 일부 개선이기는 하지만, 돌봄전담사들을 괴롭혀 온 ‘공짜 노동’ 문제는 거의 개선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돌봄전담사들은 돌봄교실 운영뿐 아니라 연간운영계획 작성, 간식 구입·관리, 방중 급식 관리, 특기적성 프로그램 관리, 공문 처리, 가정통신문 등 70여 가지 행정 업무를 맡아 왔다. 시간제로 일하면서 이 모든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동 돌봄 시간에도 짬짬이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했고, 결국 퇴근 후 공짜로 초과근무를 해야만 했다.
정부는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늘리고 이 중 1시간을 행정 처리 시간으로 배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동 돌봄 시간도 저녁 6시 이후로까지 연장되는 것을 고려하면, 70여 가지 행정 업무와 돌봄 프로그램 준비, 교실 정리까지 1시간 내에 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아동을 여유롭게 맞이하고 프로그램을 연구할 시간은 하나도 없이, 어떻게 돌봄교실의 질을 높일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돌봄전담사들은 이렇게 반발했다. “6시간은 하나의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지, 돌봄 행정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맞아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로 감축’ 요구는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당연히 돌봄교실의 학생수도 20명 이하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돌봄교실과 돌봄전담사를 대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을 확대한다면서도, 이를 주로 겸용교실, 봉사 인력으로 채우겠다는 계획뿐이다.
폭탄 돌리기
한편, 정부는 교사들이 맡아 온 돌봄 행정 업무 부담을 경감하려고 단기적으로는 ‘교무행정전담팀’, 장기적으로는 ‘교내 돌봄센터’를 만들고, 여기에 전일제 돌봄전담사를 배치해 돌봄 행정업무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만 봐서는 교사들이 돌봄 업무에서 해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미 서울시교육청은 8시간 전일제 전담사를 각 학교별로 1명씩 배치해 행정 업무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돌봄 행정 업무는 전일제 전담사 1명이 처리할 수 없는 양이라서 결국 각 교실별 돌봄전담사들에게 업무가 전가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년 전에 서울의 시간제 전담사들이 근무시간 연장을 요구하며 교육청 앞에서 226일간 천막농성을 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고스란히 반복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돌봄전담사들이 다 메우지 못한 행정 업무는 교무행정전담팀의 관리자 몫이 될 텐데, 그 관리자는 교사들을 과연 내버려둘까? 종국에는 폭탄 돌리기처럼 업무가 교사들에게도 떠넘겨질 것이다.
결국 모든 전담사를 상시전일제화 하고, 초등돌봄교실에 대대적인 재정을 투입해 인력과 전용교실을 확충해야, 교사들이 돌봄 행정업무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동 돌봄의 질 개선도 가능하다.
이처럼 돌봄전담사들과 교사들이 돌봄 업무를 서로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재정 투입을 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책임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정부에 더 많은 돌봄 지원을 요구하며 싸우는 것뿐이다.
돌봄전담사들은 정부가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 방안(초안)’을 폐기하고, 돌봄전담사의 상시전일제화를 포함한 새로운 개선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며 투쟁할 예정이다. 이는 모든 노동계급에게 이로운 요구이다.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