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충원은 외면, 보육 예산은 삭감:
말로만 “아동이 행복한 나라” 운운하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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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5세 아이가 야외활동 중 친구와 부딪힌 뒤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져 뇌출혈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보육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고 직후 사망한 아이의 부모는 보육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아이의 수가 너무 많다며 어린이집 담임보육교사 대 원아의 비율을 줄여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 사업 규정’을 보면, 보육교사 1명은 만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까지 돌보도록 돼 있다. 만 4·5세의 경우 교사 1명당 20명이다.
사고 당시 담임교사 한 명이 아동 19명을 데리고 야외활동 중이었다고 한다.
비통한 마음이었을 유가족은 “내 자식 2명도 한꺼번에 보기 힘든데, 어떻게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 20명을 교사 1명이 일일이 보살피고 혹시 모를 상황에 미리 제어할 수 있을까요” 하며 이런 현실이 개선돼 자신이 겪는 괴로움을 그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정규 보육교사를 충원해 교사 당 아동 수를 줄이라는 것은 그간 보육노동자, 학부모 단체들이 꾸준히 제기해 온 요구다. 보육교사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 한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어, 제대로 쉴 수도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아이를 돌보고 난 뒤에는 행정·상담 업무까지 처리해야 해서 시간외 노동을 하기 일쑤다.
더욱이 사고가 난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보육 환경이 나은 국공립이었는데, 어린이집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사설 어린이집 상황은 더 나쁘다.
아동 사망 사건이 비극적으로 드러내듯이, 보육교사 수와 노동조건은 아동의 안전과 돌봄의 질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보육의 열악한 현실 때문에 유가족이 올린 국민청원에는 한 달 만에 20만 6000여 명이 참여했다. 보육 환경이 근본에서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사고는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기에 아이를 맡기고 일터에 나가야 하는 많은 노동계급 부모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돌보던 아동의 죽음은 보육교사들에게도 커다란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런데 이런 요구에 대해 1월 12일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답변은 전혀 진지하지 않았다.
정부는 정규 보육교사 확충 요구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은 채, 보조 교사를 우선 배치하겠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보조 교사 배치는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보조 교사 배치가 확대돼 왔지만, 하루 4시간 시간제인데다 보조 교사 업무 규정이 불명확해 원장들이 자신의 업무 보조로 활용하거나 담임 교사의 휴게시간 등에 대체 업무를 맡기는 식이었다. 아이 돌봄 업무를 분담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해야 효과적인 영유아 돌봄에 잠시 머무는 시간제 노동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관련 기사 본지 284호 ‘[인터뷰] 보육교직원노조 최순미 위원장: 보육교사 처우 개선 위해 ‘1만 선언 운동’에 나서다’)
보조교사 배치가 아니라 정규 보육교사를 대폭 충원해야한다.
그런데 정부는 교사 개개인의 역량과 안전 의식을 탓했다. 고약하게도 보육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교사 의식 탓하는 것도 가소롭다. 정부 수장이 아동학대 대책으로 ‘입양 아동 변경’을 거론한 것이야말로 이 정부의 저열한 의식을 보여 준다.
정부의 이번 답변은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보여 준 ‘개혁’의 전형을 보여 준다. 말만 그럴듯 하게 할 뿐, 실질적 개선책을 내놓지는 않고 노동계급 내(부모들과 보육 교사들 사이에) 갈등만 조장한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역대 한국 정부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편입돼 온 상황에서 보육과 돌봄에 대한 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재정 지출을 최소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비용 절감을 위해 민간업자들과 시장 원리를 이용해 그 부담을 대부분 개별 가정에 떠넘겨 왔다. 보육 노동자들에게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강요됐다. 이는 아동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돌봄의 질이 하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촘촘한 돌봄 체계”를 만들겠다는 공언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육 예산을 삭감했다.(관련 기사 본지 349호 ‘알맹이 빠진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이러고 “아동이 행복한 나라”, “포용국가”를 운운하다니 위선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보육 예산을 대폭 확대해 정규직 보육교사를 대폭 충원해야 한다. 또한 보육교사 8시간 근무제 도입, 교사 당 아동 수 줄이기로 보육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필요한 재원은 기업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고 국방비를 삭감해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