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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윤미향 의원 제명 시도 중단하라

민주당이 윤미향 의원(무소속)을 제명하려 한다. 민주당 대표 송영길은 (3선 초과 의원 동일 지역구 출마 제한과 함께) 윤미향 제명안을 ‘개혁’안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윤 의원 제명 추진은 진정한 개혁과는 아무 관계 없다.

국민의힘이 윤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를 민주당 식 ‘내로남불’의 표본으로 공격하자, 윤 의원을 잘라내 이재명 후보의 대선 지지율을 올리려는 기회주의적 책략일 뿐이다.

2020년 9월 윤 의원 징계안을 발의한 국민의힘은 막상 민주당이 윤 의원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선거용 제명 카드”라고 비난했다. 투표일까지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공격할 소재로 이용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민주당의 기회주의 정치적 비판과 사법적 단죄는 구분돼야 한다 ⓒ출처 윤미향 의원실

무죄추정의 원칙

민주당의 윤 의원 제명 추진은 심각한 정치적 문제점들이 있다.

현재 윤 의원은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기부금과 단체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직 사법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따라서 민주당은 ‘혐의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민주’당이 태연하게 민주적 권리를 부정하는 일들을 하니(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5·18 왜곡처벌법도 그런 사례다), 우파가 민주당의 위선을 파고들어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정대협 1세대 활동가 18명이 “윤 의원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 크기만큼 책임지면 될 일입니다. 의원직 제명도 그때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이 합당한 주장이다.

윤 의원에 대한 의혹도 언론에 의해 부풀려지거나,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액수가 크지 않다.

우파측 언론들이 윤 의원이 사적으로 후원금을 유용했다고 공격한 쟁점들 중 검찰 조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리된 것이 많다. 딸 유학 자금, 부동산 구매, 선관위 신고 재산에 기부금 포함 같은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기소한 것은 윤미향 피고인 개인이 2011년부터 8년간 8000만 원을 착복했다는 것이다. 1년에 890만 원꼴이다. 검찰은 회계 증빙이 부족한 것을 다 윤미향 개인 소비로 판단했다. 윤 의원 측은 직원 회식비로 지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양측이 현재 재판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쟁점이다.

물론 윤미향 의원은 과거에 정대협의 사실상 대표자로서 예산 집행과 회계 처리에 철저해야 했었다. 그러나 미비한 회계 처리를 곧장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을 사적으로 착복한 부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 점에서, 국회 윤리위에서 함께 다뤄지는 두 의원(이상직과 박덕흠)과 윤미향 의원은 구별돼야 한다.

이상직은 이스타항공 회삿돈 배임 횡령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게다가 직원 600명을 해고하면서 임금·퇴직금 600억 원도 주지 않았다.

박덕흠은 건설 비리 종합 세트라 불릴 만한 전형적인 특권층 부패 의혹을 산 자다. 가족 회사를 통해 피감 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일감을 받은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박덕흠 측은 이 사실을 최초 보도한 〈한겨레〉 기자를 상대로 낸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되며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보도라고 판결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검찰 공소장이 공개됐을 때 정의당은 국회 윤리위를 소집해 윤 의원 징계 절차를 논의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윤리특별위원이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을 변호하다 크게 데이다 보니 정치적 균형 감각을 잃은 듯하다. 그러나 윤미향 의원 제명 문제에 대해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선거적 이해득실에 따라 민주적 기본권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간단히 무시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동조해서도 안 된다.

정치 문제

혁명가들이 윤미향 의원의 제명을 반대한다는 것이 곧 윤 의원의 정치에 대해 무비판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특히 세 가지 점을 지적했다.

첫째, 위안부 운동이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고 재정을 의존하면서, 피억압 대중 운동의 정치적 원칙과 자주성을 잃어 갔다.

둘째, 윤미향 의원이 위안부 운동을 민주당의 의원이 되는 사다리로 이용하려다 운동 내부(그것도 핵심적인 내부)의 비판에 직면했다. 따라서 윤미향 사건은 국가의 운동 탄압 때문이기는커녕 오히려 (민주당이 집권한) 국가를 이용하려던 전략의 난점이 드러난 것이다.

셋째, 윤미향 의원을 비롯해 위안부 운동의 리더들이, 반제국주의 세력이기는커녕 친제국주의 세력의 일부인 민주당과 한국 정부를 우리 편으로 여기는 잘못된 진영을 구축했다.

이렇듯, 윤미향 의원에 대한 우리의 비판은 전적으로 정치적 측면(개혁주의적 전망과 방법)에 맞춰졌다. 회계 문제에서의 불투명함은 이런 정치적 약점의 무의식적 부산물이다.

그러나 윤미향 의원의 정치가 개혁주의적이라는 것이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돼야 할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