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방치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호봉제와 차별 폐지 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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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비정규직 차별을 규탄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급식실·돌봄교실 인력 충원,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면서 입만 열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람은 외면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차별을 방치하며 저임금 체계를 평생 유지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규직을 때려잡아 노동시장을 하향평준화시키려는 수단으로서 기만이자 허구”라고 꼬집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해 9월부터 교육부 및 17개 교육청과 교섭을 해 왔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들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비용을 핑계로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진보교육감들도 보수교육감 뒤에 서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신학기 파업(3월 31일)을 예고한 이유이다.
학교비정규직의 월 기본급은 186만 8000원(행정 대체 직종), 206만 8000원(교원 대체 직종)에 불과하다. 이 액수는 올해 최저임금(201만 원)보다 낮거나 약간 높을 뿐이다.
정규직 공무원·교사와 비교해 봐도,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은 60~70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호봉제를 적용받지 못해, 근속이 쌓일수록 정규직과의 격차는 더 커진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을 감안하면 큰 폭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물가 인상률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공무원 기본급 인상률(1.7퍼센트)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실질임금 삭감이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복리후생 수당들(명절휴가비, 상여금, 맞춤형복지비 등)에서도 차별을 받아 왔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수당은 정규직에 비해 항목과 금액 모든 면에서 적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조차 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역대 정부와 교육청들은 이를 외면해 왔다.
임금체계 개편
윤석열 정부는 직무성과급제를 추진하면서, 그것이 임금 차별을 해소하는 공정한 임금체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무급제는 차별을 정당화할 뿐이다. 그 노동자들이 하는 일의 직무가치를 낮게 평가해 계속 낮은 임금에 묶어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비정규직 직무급제 모델 ‘표준임금제’가 딱 그랬다.
더구나 직무성과급제는 노동자들을 임금 등 조건 개선을 위한 집단적 저항이 아니라, 개별 직무 평가와 성과 경쟁으로 내모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단결을 약화시켜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직무성과급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윤석열의 임금체계 개악 시도는 (정규직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도 사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처럼) 근속에 따라 매년 임금이 따박따박 인상되는 호봉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이번에도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기본급에 근속수당을 통합한 단일기본급체계 도입을 전면에 내걸었다. 일종의 호봉제 임금체계로, 직종과 지역에 따라 다른 현재의 임금체계를 단일하게 상향평준화하라는 것이다.
최근 노동시간 개악 등 윤석열 표 노동개혁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일 강제동원 합의에 대한 분노도 끓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 국면을 활용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 싸워 나가길 응원한다.
급식실·돌봄교실 인력을 확충하고 처우를 개선하라
학생들 밥을 짓고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처우, 위험한 작업환경에 신음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급식실 특성상 노동자들은 각종 튀김·볶음·구이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 물질(조리흄)에 노출된다. 2020년 학교 급식실 폐암이 처음 산재로 인정됐다.
최근 학교 급식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폐암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급식노동자의 폐암 발생률은 동일 연령대 일반 여성 인구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50대 후반을 기준으로 최소 4.9배~최고 16.9배). 제대로 된 환기시설이 필수인데, 정부와 교육청들이 이에 대한 투자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엄청난 노동강도에도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 1명당 식수 인원이 국립대병원, 군대 등에 있는 집단 급식소의 2~3배나 된다. 이렇게 노동강도가 높으면 호흡수가 상승해 유해 물질에 의한 악영향도 커진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2025년까지 늘봄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돌봄교실을 확대해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 돌봄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부 학교들에서 시범 모델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필요한 인력 확충 계획은 매우 부실하다.
현재 전국의 돌봄전담사 1만 6360명 중 75.6퍼센트인 1만 2360명이 시간제로 일한다. 노동자들은 돌봄교실의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전일제로 전환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정부와 교육청들은 필요한 예산 확충을 꺼리고 있다.
인력 확충을 위해 내놓은 대책은 자원봉사자나 은퇴자 등 불안정한 임시 인력 충원에 불과하다. 이는 저질 일자리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돌봄서비스의 질도 떨어트린다.
급식·돌봄 노동자들은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