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준 돈 떼이는 일이 늘고 있는 한국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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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는 부유층의 돈을 모아 주가 조작을 하던 세력이 작전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가 벌어졌다.
이 작전 세력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해 대주주의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따라서 주식 거래량이 많지 않은 기업들)의 주식을 집중 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려 이득을 취하려다 작전이 실패하며 큰 손실을 본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 대주주들도 관여된 듯한 정황이 나와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금융 사기 사태는 자산 시장 거품 시기에 흔히 벌어지는 일이고, 이런 사기는 금융권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수십억 원대의 빚을 지게 된 투자자들이 당장 빚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그 빚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고조돼 증권사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었는데, 추가로 손실을 보게 생긴 것이다.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이미 10퍼센트를 넘어섰고, 카드·저축은행·대부업 등 제2금융권 전체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주요 은행들도 회수하지 못하는 원리금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 3월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3조 82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이하여신은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은 부실 채권으로 사실상 떼인 돈으로 간주된다. 특히 농협은행은 고정이하여신이 866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6.2퍼센트나 증가했다. 부실 채권이 될 공산이 큰 ‘요주의여신’도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에서 6조 4203억 원을 기록해,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로 집계됐다.
최근 고금리·고물가로 서민의 삶이 팍팍해지고, 경기가 하강하면서 한계기업들의 원리금 상환 여력이 떨어진 탓일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경기 악화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4월 무역수지도 2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무역수지 적자도 14개월째 계속됐다. 미국의 5월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퍼센트포인트로 벌어졌다. 한국의 금융 불안정이 확대되면 해외로 자금이 빠져 나가며 외환위기가 터질 공산도 커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전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고장 난 금융 시스템을 지키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그 고통은 노동자 등 서민층에 떠넘기려는 공세를 벌일 것이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서민층 고통은 외면하고, 부자 감세와 긴축 정책으로 위기의 대가를 보통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선 투쟁이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