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 가능성 커진 저축은행 부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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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제2금융권의 연체채권 관리·감독을 위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제2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저축은행 8곳, 카드사 4곳, 캐피탈사 6곳 등 총 18곳이 1차 점검 대상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금융권 전반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리스크가 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출을 늘려 온 제2금융권이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말 PF 유동화증권 채무보증 잔액(36조 8000억 원) 중 21조 4000억 원이 올해에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취약한 저축은행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매우 높아졌다. 한국기업평가의 분석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은 208퍼센트로, 증권사(31퍼센트), 캐피털사(93퍼센트)보다도 크게 높았다.
자산 규모 상위 10위 저축은행들인 OK·웰컴·다올·상상인 등이 보유한 잠재 부실만 5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2011년 저축은행 부도 사태가 조만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당시 저축은행 24곳이 문을 닫고, 10만여 명이 큰 손해를 봤다.
정부는 이번 현장 점검을 통해, 제2금융권이 부실 채권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오는 9월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시했던 자영업자 대출 연장 조처가 끝나 또다시 부실 채권이 대거 늘어나기 전에 PF 대출 위험을 어느 정도 줄여 놓으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올 하반기에 역전세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전세 시세가 2년 전보다 1억~2억 원 정도 하락한 경우가 많아서,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역전세 위험 가구가 전체 전세 가구의 절반이 넘는 102만 6000가구라고 밝혔다. 전세 시세가 종전보다 평균 7100만 원씩 낮아져,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 지급을 위해 대략 73조 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금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이 집을 팔려고 하면서 다시 집값과 전셋값이 더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얼어붙게 만들어 금융권 전반에 불안정을 높일 것이다.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세입자들도 다시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전세 자금을 마련하려는 집주인들에게 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가계 대출이 매우 큰 상황에서 이는 부실 채권을 늘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경기 저점?
한편, 정부는 금융 불안정이 심화되고는 있지만 하반기에는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둔화의 핵심 원인인 수출 감소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의 감소가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에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6월 15일에 현행 5.25퍼센트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는 5.6퍼센트까지 올릴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2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세계 곳곳에서 부동산 시장을 침체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은행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말 전 세계 사무실 공실률은 12.9퍼센트로 세계 금융위기 수준(13.1퍼센트)에 육박했다. 2025년까지 1조 5000억 달러(약 2000조 원)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고 한다.
이런 세계적인 금융 불안정은 경기를 더욱 침체시켜 한국 수출과 기업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연 3.5퍼센트로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한·미 간의 금리 차이를 더욱 확대해 외화 자금이 빠져 나가는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노동·연금 개악을 추진해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여 주려고 혈안이 돼 있다.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정이 심화될수록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고물가·고금리로 벌어진 생계비 위기에 맞서 실질임금을 방어하기 위한 저항이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