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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부진, 부동산 침체로 다시 커지는 금융 불안정

최근 은행을 비롯해 금융권 전반에서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금융 위기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월 말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04퍼센트로 전월에 비해 0.032퍼센트포인트 올랐다. 또, 5대 시중은행이 5월 초까지 원금이나 이자 납기를 연장해 준 대출이 36조 6206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은행들은 모두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연체율이 치솟으며 금융 불안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카드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제2금융권 대출은 금융회사 3곳 이상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율이 높아 한 곳에서 연체가 발생하면 다른 금융사에서의 연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 심화로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올 1분기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은 3998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6퍼센트나 급증했다. 지난 1분기에 저축은행 79곳 순손실 총액이 523억 원으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도 1분기 부동산 PF 연체율이 10.4퍼센트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배로 증가했다.

제2금융권보다 규모가 큰 지방은행들도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이 지방 중소기업과 부동산 PF 대출임을 감안하면, 지역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과 부동산 부실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처럼 전 금융권에서 연체율이 오르는 것은 금리 상승, 수출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경기가 침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과 기업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기업 대출뿐 아니라 가계 대출 연체율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도 금융권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고금리가 계속되는 데다 부동산·기업 경기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시작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지원 정책 정책이 오는 9월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 8000억 원으로 1년 만에 110조 6000억 원이 증가하며 1000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 주요 기관들이 일제히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을 만큼 경기가 좋지 않아 올해 성장률은 ‘상저하저’가 될 공산은 매우 커졌다.

한국은 반도체 경기 악화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5월 무역수지도 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5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퍼센트 감소해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무역수지 적자도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째 계속됐다. 특히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2퍼센트나 감소해 수출 감소를 이끌었다.

한편, 상업용 부동산 위기로 촉발될 수 있는 미국의 은행 위기 위험성도 여전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년 안에 사무실과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에서 부실이 터져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잔액이 6조 6000억 달러(약 8600조 원)에 이른다. 부동산 기업들은 조만간 대출을 연장해야 하지만 금리가 인상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해 은행 위기를 촉발한 공산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은행 위기는 한국 금융권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1.75퍼센트포인트로 벌어져 있어서, 금융 불안정이 조금만 확대되면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며 외환위기가 터질 공산도 커진다.

경제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전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고장 난 금융 시스템을 지키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그 고통은 노동자 등 서민층에 떠넘기려는 공세를 벌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자 올해 세금 지출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서민층을 위한 복지 지출도 삭감될 것이다. 이미 전기 요금을 또 올려서 냉방비 폭탄을 던진 바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서민층 고통은 외면하고, 부자 감세와 긴축 정책으로 위기의 대가를 보통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윤석열 정부에 맞선 투쟁이 성장해야 한다.

정의당의 “협치” 요구는 투쟁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편, 이렇게 경제 전반에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의당은 최근 윤석열 정부에게 “경제와 민생을 위한 협치”를 다시 촉구했다. “경제와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말이다.

그러나 협치 제안은 설사 정부의 서민 고통 증대 정책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할지라도 노동자 투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을 밀어붙이고, 노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등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이때에 투쟁을 발전시키기보다 정치권의 논의로 사안을 끌고 가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의당이 윤석열 정부와 “협치”를 하면 그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즉, 정부·여당의 노동자 공격에 물렁하게 반응하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최근 정의당이 정부·여당·민주당과 한 ‘협치’의 결과물인 전세사기특별법은 결국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누더기가 된 바 있다.

이렇듯 정의당이 정부와의 “협치”를 추진하면 정의당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지자들의 기대와 염원을 저버리게 만든다.

윤석열 정부의 여러 개악을 비판해 온 정의당은 정부에 맞선 투쟁들이 확대되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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