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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위기가 한국 경제에 “제한적 영향”만 미칠까?

한국은 지난 20여 년간 중국 경제의 성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어 온 나라 중 하나였다. 중국이 고도 성장을 한 덕분에 1997년 IMF 위기를 겪은 이후 2000년대에 빠르게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에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 충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겪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의 상황은 한국 자본주의가 누려 온 이런 행운이 지속되기 어려움을 보여 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위기와 이에서 파급된 금융권의 위기는 단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이제까지 중국이 추구해 온 경제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0년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실물 경제의 성장 추세는 점차 둔화해 왔다. 주류 언론에서는 이런 성장률 둔화를 ‘중진국의 함정’이라고 말하며 중진국이 되는 과정에서 으레 겪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근본 원인에는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의 모순이 있다. 즉 기업들의 경쟁 압력 속에 자본 축적이 진행되고, 기계 등 불변 자본에 대한 투자 비율이 증가할 수록 이윤율은 장기적으로 저하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성장률을 추세적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중국 경제도 세계적인 경쟁 압력 속에서 자본 축적을 강화해 왔고,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이윤율 저하의 문제를 겪어 왔다.(마이클 로버츠가 추산한 중국 민간 기업 이윤율) 이는 흔한 오해와 달리 중국이 자본주의 체제이고, 다른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과 근본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어 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출처: 마이클 로버츠 블로그

이와 더불어 2008년 금융 위기로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 들며 중국의 수출 증가세도 둔화했다. 이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부동산과 건설 경기 부양으로 성장률을 높이려 해 왔다. 그래서 1997년 중국 GDP의 10퍼센트가 되지 않던 부동산 부문의 비중이 현재는 25퍼센트가량으로 치솟았다.

부동산 거품이 커져 온 결과 세계에서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10곳 중 5곳이 중국 본토의 도시이다. 집값이 가장 비싼 선전에서는 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80년을 모아야 평균적인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부자들은 상속세 한푼 내지 않고 자녀에게 집을 물려 줄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은 갚지 못할 부채의 증대로 경제 위기의 씨앗이 될 뿐 아니라 불평등의 증대로 사회적 불안정을 낳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의 연착륙을 유도해 체제의 안정성을 높이려 하고 있지만 최근 벌어지는 상황은 이 목표를 이루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부동산 부분은 중국 경제의 더 큰 부분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회사채의 65퍼센트가량이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되고 있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중 부동산 관련 업종의 비중이 45퍼센트에 달한다. 중국의 비금융 기업 부채는 GDP 대비 160퍼센트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인데 부동산 거품 하락은 더 많은 기업들의 위기로 파급될 수 있다.

또 이제까지 지방정부들의 재정 수입의 절반가량이 토지 판매 수익이었던 만큼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로 확산될 것이고, 이는 GDP의 6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지방정부융자기구의 부채 위기로 파급될 공산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내버려둘 수도 없고, 꺼트릴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

최근 경제부총리 추경호는 중국 경제 위기에서 한국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열심이다.

얼마 전에도 국회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상태로 중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거나 우리 경제에 굉장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위기가 불거진 직후 원화 환율이 급등한 것만 봐도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 불안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국 자본이 유출되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과 동시에 한국에서도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국내외 여러 금융 기관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퍼센트에서 1.4퍼센트로 낮춘 데 이어 한국경제연구원은 1.3퍼센트로 조정했다.

한국은행의 발표를 보면 한국은 중국의 부동산과 설비투자 침체로 인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 대중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다. 중국 부동산 침체는 건설에 필요한 굴삭기 등 한국의 기계 장비류와 철강 부품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설비투자 침체도 한국의 관련 수출 산업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째 감소 추세다. 세계경제 침체 속에 반도체 가격 하락과 함께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중국 경제 침체로 인해 정부가 상반기부터 강조했던 상저하고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한국이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경제의 위험으로부터 “디리스킹”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 위기를 보도하며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이 그런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 말이 곧 한국 지배자들이 중국 경제와 거리를 두는 방향을 잡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경제 침체 속에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한국 자본가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은 최근 소비가 회복세이고 이 때문에 한국 자동차 대미 수출은 상당히 늘었다. 그러나 미국의 제조업은 위축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소비 성장세도 꺾이고 있다는 보도가 많다.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퍼센트대에 불과하다. 중국보다 더 낮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와 지배계급 내 다수는 한미일 동맹 강화에 힘을 실으면서도 여전히 중국 시장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조선일보〉는 “한·미 관계 강화를 한·중 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미국은 올해 10월 만료 예정이던 한국과 대만 기업의 대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유예 조처를 연장하기로 했는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이런 틈을 늘려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함께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심화될 수록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도 더 심화될 공산이 크다. 위기 속에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이 더 첨예해지고, 각국의 지배자들이 국내에서 커지는 불만을 상대국의 탓으로 돌리면서 내부 결속을 시도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한국 지배자들은 더한층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중국 경제 침체에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지배자들의 처지는 세계 자본주의가 처한 위기의 정도를 보여 준다.

결국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지배자들도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동계급에게 고통 전가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연일 긴축을 강조하는 것은 노동자 등 서민층이 생활조건 후퇴를 받아들이라는 엄포일 것이다. 각국에서 지배자들의 고통 전가에 맞선 저항이 성장해야 한다.